손 흔들며 찾아온 본교 제23대 손율 이사장
지난달 13일 본교에 8명의 정이사가 선임됐다. 작년 12월 23일 진행된 제225차 사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사분위)회의에서 결정한 정이사 선임안을 교육부가 최종적으로 승인했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달 20일 진행된 이사회에서 단국대학교 스포츠과학대학 손율(생활체육학과) 교수가 본교 제23대 이사장으로 선출됐다.
그러나 이사회 진행 당일 이사장실 앞에서 서울학교 민주동문회(이하 서울 민동)와 본교 내 올바른 정상화를 위한 학생비상대책위원회(이하 학생비대위)의 시위가 이뤄졌다. 이사회 회의에 앞서 학생비대위와 서울 민동은 이사장실 앞에서 손 이사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침묵시위로 진행되던 시위는 손 이사장이 등장한 후 점차 격해졌다. 서울 민동과 학생비대위 측은 ‘손원호 OUT’이라고 적힌 피켓을 든 채로 이사장실 앞을 막아섰고 결국 손 이사장은 비대면으로 회의에 참석하게 됐다.
손 前 총장의 아들, 손율 이사장
그렇다면 위와 같은 반발이 발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손율 이사장은 손종국 前 총장의 장남이다. 손 前 총장은 본교 설립자 손상교 前 학장의 아들로, 법인 이사로 선임된 후 1985년 7월 본교 경기학원의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하지만 교육용 토지인 신갈부지 불법매각과 교비 횡령 등의 비리가 밝혀졌고 1987년과 1989년에 걸쳐 391명을 부정 편입학시킨 사실이 적발됐다. 뿐만 아니라 1989년 신규 교수임용 부정의혹이 재기됐다. 그렇게 1993년, 손 前 총장은 이사장을 사퇴했지만 총장으로 취임하며 본교에 자리했다. 이때 ‘서울캠퍼스 공학대학 수원캠퍼스 이전’ 계획을 발표한 손 前 총장에 반발한 서울캠퍼스 학생회는 수원캠퍼스 총장실로 향했다. 하지만 당시 손 前 총장 측이 동원한 운동부원들에게 가로막히며 물리적 마찰이 일어났다. 가열된 현장 속 부상을 입는 학생들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 뒤 2004년, 손 前 총장이 행한 교수임용 과정에서의 비리가 드러났고 구속되며 총장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그러나 지난 2019년 손 前 총장은 이사직 복귀를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에 중앙운영위원회(이하 중운위)를 중심으로 이사장실 점거 농성이 이어지며 학내구성원들의 거센 반발 끝에 지난 2021년 손 前 총장은 전격 퇴진을 선언했다. 이러한 사건들로 인해 본교 내에는 손씨 일가에 대한 반감이 커졌고 이를 방증하듯 지난달 19일 서울 민동은 ‘경기학원 만악의 근원 손종국 일가의 이사회 진입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갈등 속 임시이사 체제, 학생들 불안
이사회를 둘러싼 혼란 끝에 지난 2022년 본교의 임시이사 체제 전환이 결정됐다. 지난 2020년 7월부터 이어진 이사회 내부적인 갈등으로 이사 선출에 차질이 생긴 결과다. 2020학년도 제5차 이사회에 따르면 당시 이사장과 이사 2명의 임기가 만료된 이후 임기가 종료된 이사 2명의 중임 여부에 대한 투표가 진행됐다. 이와 동시에 후임 이사 후보로 손 前 총장과 다른 한 명의 이사 선임 여부에 대해 투표가 진행됐으나 모두 선임되지 않았다. 결국 후임 이사를 선임하지 못해 임기가 끝난 종전 이사들이 업무를 지속했다. 이후 여러 차례 각종 이사 선임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지만 의결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해 부결되는 상황이 반복됐다. 2021학년도에 진행된 이사회에서도 손 前 총장의 이사 선임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며 찬반 측의 갈등이 극심해졌다. 결국 지난 2022년 3월 사립학교법 제25조 1항에 따라 학교법인이 이사의 결원을 보충하지 않아 정상적 운영이 어렵다는 판단하에 임시이사가 파견됐다.
이러한 임시이사 체제가 지속되는 과정 속 손 이사장은 지난 2023년 5월 진행된 경기가족토론회에 자리한 바 있다. 본지 1087호(2023.05.08. 발행) 07~08면 취재기획에 따르면 손 이사장은 토론회 중 “오늘 이 자리에 분란 조성이 아닌 분쟁을 멈추고 화합과 소통을 하고 싶어 참석했다”고 밝혔다. 또한 “본교 법인을 경영하게 된다면 반드시 학생들과 우리 가족 구성원 하나하나 챙길 수 있어야 한다”며 “이 대학이 앞으로 미래의 일꾼들을 위해서 빛을 내줄 수 있는 곳이 되도록 법인을 경영하고 싶다”고 밝히는 등 본교 법인 운영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후 작년 3월 4일 손 이사장은 선대의 과오에 대해 속죄한다는 사과문과 함께 비전 및 실행 과제를 내보이기도 했다.
본교 학생들, 정이사 선임 위해 목소리 높여
지난 2022년 파견된 임시이사의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작년부터 법인 정상화에 대한 본교 구성원의 관심이 높아졌다. 작년 2월 본교 제37대 인, 연 총학생회(이하 前 총학생회)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정상화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했으며 설문에 참여한 총 2,504명 중 2,284명이 정상화 체제 전환에 동의하는 등 임시이사 파견 사유가 해소됐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前 총학생회는 이를 바탕으로 작년 3월 前 총학생회와 前 중운위의 공동 성명문을 게시하며 정이사 체제 전환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뿐만 아니라 前 총학생회는 교육부 앞에서 시위를 진행하며 교육부 경영혁신팀 및 사분위에 직접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후 작년 9월 23일 진행된 사분위 결과에 따라 본교의 법인 정상화 추진이 확정됐다. △전·현직이사협의체 △대학평의원회 △개방이사추천위원회 △관할청(교육부 장관)이 주체당 4인의 후보자를 추천해 총 16인의 후보자를 사분위에 제출했지만 추천된 정이사 후보자에 손씨 일가가 포함됐다. 이에 반발한 학생들은 학생비대위를 꾸렸고 사분위 심의에 앞서 여의도 TP타워 입구에서 시위를 벌이며 구재단의 퇴진을 요구했다. 또한 같은 해 11월 4일 교육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으며 다음 날 본교 수원캠퍼스 대운동장 앞 계단에서 손 前 총장 일가의 이사 선임을 반대한다며 집회를 열었다. 위와 같은 상황 속 학생뿐만 아닌 여러 단체에서도 입장문을 발표하는 등 본교 내 혼란이 지속됐고 올해 정이사가 선임된 것이다. 당시 꾸려진 학생비대위는 이번 이사회 당일에도 시위를 진행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본지는 학생비대위를 만나 현 상황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 학생비상대책위원회 박진형(산업경영공학·4) 위원
Q. 단국대학교 스포츠과학대학 손율(생활체육학과) 교수가 본교 정이사로 선임됐다. 이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법인 정상화가 이뤄졌다는 소식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손 前 총장의 아들인 손 교수가 정이사로 선임된 사실에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손 前 총장은 학교에 막대한 손실을 입히고 비리로 쫓겨난 인물이다. 그는 현재 교도소에 수감 중인 상황으로 본교에 대해 정당한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없다. 이러한 배경에서 손 교수가 부친으로부터 학교 경영에 관한 권리를 위임받았다는 주장을 한 것에 대해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
Q. 지난달 20일 진행한 시위의 목적과 요구한 내용은 무엇인지 여쭙고 싶다
시위는 과거 손 前 총장에 맞서 싸운 동문들의 책임감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1990년대 손 前 총장이 학교에 남긴 상처와 그로 인해 겪었던 고통이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시위를 벌였다. 요구한 내용은 단호하다. 손 교수가 이사에서 사퇴하고 본교에 발을 들이지 않는 것이다. 학생비대위와 서울 민동은 단지 본교의 미래와 학생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싸운 것이다. 또한 그 무엇보다 도덕적 책임이 중요하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싶다. 언론에 보도된 바에 따르면 손 교수는 과거 가정폭력과 불륜 문제, 그리고 세 자녀의 부양료 미지급으로 소송 중인 인물이다. 이러한 개인적 문제가 학교 경영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에서 학생비대위는 이를 용납할 수 없다.
Q. 추후 학생비대위의 활동 계획은 무엇인지 질문드리고 싶다
학생비대위는 작년 10월 학생총회 이후로 결성된 단체로, 본교 법인의 정상화를 위해 투쟁을 지속해 온 학생들이다. 학생비대위의 핵심 목표는 손 前 총장 일가의 복귀를 막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교육부 △사분위 △국회 등 주요 관계 당국에 지속적으로 강력한 요청을 해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학생비대위의 목소리는 무시됐다. 이에 무엇보다도 본교의 상황을 학생들에게 정확히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손 前 총장 일가가 본교에 저지른 악행들을 학생들에게 철저히 알려야 한다. 학생비대위는 본교의 미래를 위한 투쟁을 지속해 나갈 것이다.
Q. 마지막으로 자유롭게 한 말씀 부탁한다
몇십 년 후, 경기대학교가 자식들에게 자랑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학교가 됐으면 한다. 본교 학생들이 힘을 모아 진정한 ‘정상화’를 이뤄야 한다고 생각한다. 본교의 미래를 위해 모두 힘을 합쳐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 한편 손 이사장은 지난달 24일 진행된 입학식에 참석했다. 손 이사장은 “대학이라는 곳은 여러분들이 앞으로 펼칠 다양한 꿈과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가족이라고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후 “입학생분들, 우리 총장님과 더불어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신입생의 입학을 환영했다.
글·사진 김선혜 기자 | sunhye@kyongg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