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그저 스쳤었을지도 모르는
기자는 학교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기 위해 세 가지 종류의 카메라를 들고 나섰다. 다채로운 자연물과 건물들이 어우러져 있는 본교는 아름다운 풍경을 가지고 있었다. 등·하교할 때 허겁지겁 누비던 거리를 천천히 다시 보니 새로운 기분이 들었다. 텔레컨벤션센터는 다른 강의동과 다르게 외관 디자인이 화려하고 길이 단정하게 잘 조성돼 본교 중 가장 이쁜 곳으로 꼽힌다. 이러한 풍경을 세 가지의 카메라를 통해 바라본 모습은 모두 색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먼저 기자는 핸드폰 카메라를 이용해 풍경을 찍어봤다. 핸드폰으로 찍은 텔레컨벤션센터는 깨끗하고 뚜렷했다. 하지만 기자가 눈으로 바라보는 풍경보다 화면을 통해 나오는 풍경이 더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 또한 핸드폰 카메라의 줌 기능을 이용해 사진을 찍을 때 일정 줌 이상이 되면 화질이 저하됐다.
‘터치’가 아닌 ‘누름’이 매력인 카메라
다음으로 기자는 캐논(Canon) 디지털 카메라(이하 디카)를 이용해 사진을 찍어봤다. 반짝이는 햇살의 자연광을 받은 덕에 본교의 풍경은 뚜렷하고 선명했다. 디카로 찍은 본교의 풍경은 핸드폰 카메라와 큰 차이는 없어 보였지만 핸드폰 카메라가 대비가 심해 디카가 더 밝게 나온 느낌이었다. 디카의 렌즈를 돌려 줌을 하자 핸드폰 카메라와 달리 몇 배를 줌을 해도 화질이 깨지지 않고 선명하게 사진이 찍혔다. 찍은 사진의 결과물 역시 바로 볼 수 있어 보고 다시 찍어보며 원하는 구도에 맞출 수 있는 것도 디카의 장점이었다.
저화질이 장점이 되어버린 카메라
마지막으로 필름 카메라를 통해서 사진을 찍어봤다. 필름 카메라를 통해 본교 풍경을 바라보니 노란색 필터를 씌운 듯한 느낌이 들었다. 기자는 코닥(Kodok)의 일회용 필름 카메라를 사용했다. 먼저 셔터 버튼 아래 있는 버튼을 돌려 필름을 넘긴다. 그 후 ‘딱!’ 소리가 나면 셔터를 눌러주면 된다. 필름 카메라는 사진 찍었을 때 어떻게 나왔는지 그 자리에서 확인 불가하며 필름 개수가 정해져 있어 신중하게 사진을 찍어야 했다. 기자는 사진을 찍은 후 어떻게 나왔을지 궁금해하며 설렘과 함께 현상소로 향했다.
필름 속 추억을 직접 꺼내보기
필름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현상소를 방문해야 한다. 그래서 기자는 충무로역 근처에 있는 ‘고래 사진관’을 방문했다. 현상소에 도착하자마자 많은 필름 카메라들이 기자를 반겼다. 이 현상소는 가져온 필름을 맡길 수도, 직접 스캔해서 보정하고 사진을 인화할 수도 있었다. 그래서 기자는 직접 스캔해 보기로 했다.
먼저 직접 스캔하기 위해선 현상한 필름을 ‘노리츠 스캐너’에 넣어 확인한다. 이를 통해 들어간 필름 속 사진은 옆에 있는 컴퓨터 화면으로 확인 후 보정을 해 자신의 이메일로 보내면 된다. 스캔하면서 찍힌 사진을 보니, 프래시를 키지 않고 찍은 실내 사진은 특유의 필름 화질에 묻혀 사진이 잘 안 나왔다.
현상소에서 찍은 사진을 그저 화면 속에서 보고 공유하는 것이 다가 아니라 직접 스캔하고 인화할 사진을 직접 고를 수 있다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이러한 방문이 번거로울 수 있겠지만 이것 또한 하나의 추억이 될 것이다.
셔터 한 번으로 한순간의 추억을 담는 것, 간단하면서도 어쩌면 아쉬울지도 모른다. 카메라 구멍을 통해 바라본 세상은 우리가 알고 있던 세상과 다르게 보일지도 모른다. 그 사진 한 장에, 그 한순간에 의미를 담아 찍어 보는 건 어떨까?
글·사진 김세은 기자 Ι seeun2281@kyongg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