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전선에서 생명을 구하는 이들
중증외상센터는 중증외상환자를 신속하고 전문적인 치료를 위해 국가에서 지정한 의료기관이다. 일반병원과 달리 △교통사고 △추락 △자살 시도 등 심각한 외상을 입은 환자를 치료하는 데 특화된 센터다. 이와 많이 혼용해서 쓰이는 권역외상센터는 외상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이송 경로를 결정해 중증외상센터에 연결해주는 중앙 조정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현재 보건복지부에서는 전국 17개의 중증외상센터를 지정해 운영 중이다.
중증외상환자의 골든타임은 사고 후 1시간 이내이기에 치료에 드는 시간을 최소로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때문에 중증외상센터는 헬리콥터 이송 시스템을 포함한 빠른 응급 이송 체계와 24시간 외상 전문 치료를 제공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세계 건강 추정치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약 500만 명 이상이 외상으로 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세계적 사망 원인 4위에 해당할 정도로 치사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외상 환자의 치사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빠르고 전문적인 치료가 필수적이기에 중증외상센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드라마의 기적과 같은 변화는 현실에 없어…
‘중증외상센터’ 드라마에서 주인공의 등장 이후 운영비로 100억원의 예산을 지원받는 모습과는 정반대의 현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현재 중증외상센터는 정부로부터 한정된 재원을 지원받기에 예산이 현저히 부족한 수준이다. 실제로 지난달 정부는 ‘외상학 전문인력양성’ 사업에 지원하던 연간 9억 원의 예산을 전액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외상전문의를 육성하는 국내 유일 수련센터인 고려대학교(이하 고대) 구로병원 중증외상전문의 수련센터는 운영 중단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재난관리지원금으로 5억 원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간신히 폐쇄 위기는 넘긴 상황이다. 더불어 중증외상센터는 환자를 살릴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구조이다. 현재 병원에서는 행위별 수가제를 도입하고 있다. 이는 병원이 제공한 △수술 △검사 △입원 등 의료 서비스에 대해 개별적인 비용을 받는 구조이다. 하지만 이는 단순한 치료에는 적합하지만 복합 수술 및 장기간 집중 치료가 필수적인 중증외상센터에는 한계가 많다. 치료 과정이 길어질수록 병원은 추가적인 비용을 부담하지만, 그만큼의 수익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의료진들의 처우 또한 열악하다. 고대 구로병원 중증외상전문의 수련센터의 오종건 센터장은 한국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중증외상 전문의가 되려면 추가적인 수련이 더 필요하다”며 “그런데도 보상은 충분하지 않고 업무 강도는 높아 지원자가 점점 줄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한 시간이 생명인 중증외상 환자를 살리는 닥터헬기의 운영이 문제로 지적된다. 사전에 정해놓은 장소인 800개의 인계점 이외에는 이착륙하고 있지 않아 이송 시간이 지연된다는 것이다. 지속적인 닥터헬기의 소음 민원이 장소 지정의 원인으로 보인다.
잠깐 반짝하는 관심이 아니어야 해
정부의 예산 지원 방식이 아닌 국가가 직접 운영을 보장하는 국가책임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이는 정부가 운영비 전액을 책임지는 제도로 △의료진의 처우 개선 △안정적 수급 제공 △시설 및 장비 개선 효과 등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또한 중증외상센터 특화 수가제에 대한 논의는 지난 2017년부터 계속돼 오고 있다. 이는 수술의 난이도와 치료 시간과 중환자실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고려해 별도의 수가를 책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중증외상 환자의 상당수는 사회적 약자기 때문에 비용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 보험 수가와 정부 지원은 선행돼야 한다.
한편 독일은 공원이나 학교 운동장 등을 닥터헬기 착륙 허가 구역으로 지정해 환자의 빠른 치료를 돕고 있다. 이처럼 닥터헬기의 착륙지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필수적인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이국종 외상외과 교수는 신동아와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닥터헬기가 움직일 때 나는 소리를 ‘사람을 살리는 소리’ 곧 ‘생명의 소리’라고 생각하게 되면 좋겠다”며 시민들의 이해를 부탁했다.
정예은 기자 Ι 202412382@kyongg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