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떤 정당을 지지하는지. 두 문장을 들으며 피로감과 난처함을 느끼진 않는가. 실생활 속 섣불리 꺼내기 어려운 두 주제는 이상할 정도로 인터넷상에 만연하다. 젠더갈등, 세대 간 갈등 등 한국 사회는 현재 서로를 향한 차별과 비난만을 거듭하고 있다. 사소한 이슈에도 득달같이 달려들어 물어뜯는 상태는 인터넷상에서 극심해지고 있다.
기자는 빠른 여론 확인을 위해 본교 익명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을 자주 확인할 수밖에 없다. 같은 대학 학생들이라고 믿기 싫을 정도의 비방성 댓글과 글을 보고 있으면 눈살이 찌푸려지곤 한다. 실제로는 하지 못할 얘기를 글이란 도구로 배설해 낸다. 화면너머에 사람이 있는지 모르는 듯하다. 실제 시장조사전문기업에서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대다수인 860명이 한국 사회의 갈등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응답했다. 어쩌다 이토록 서로를 향한 날선 갈등만이 만연해진 것일까.
요즈음 현대 사회는 대혐오의 시대라고 일컬어진다. 앞선 수많은 갈등과 비난은 결국 자신과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아 나타난 무차별적인 행태다. 자신과 생각이 다르거나 보기에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타인의 가치관에 대한 비난을 퍼붓는 것을 지당한 의견 표출이라 여긴다. 자신이 하는 의견 표현을 ‘소신 발언’이라며 자신만의 세계를 펼치기도 한다. 이에 대한 다른 의견을 제시하면 자신의 생각인데 왜 반박하냐는 식의 물어뜯기가 시작되는 등 사람이 아닌 벽과 대화하는 기분마저 들곤 한다.
우리 사회는 함께 만들어 가는, 다 같이 살아가는 곳이라며 공동체적인 의식과 연대를 얘기한다. 이와 동시에 개인이 하는 부정한 행동이라 할지라도 제재를 가하는 것은 억압이 됐다. 표현의자유라는 존엄한 가치가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욕망을 표현하고 이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 됐을까.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 이에 따라 개인이 모여 집단을 이뤘고 한데 어우러져 삶을 영위하고 있다. 그러나 이상할 정도로 자신이 하고픈 대로 하는 사람을 보며 힙하다, 멋있다는 식의 칭송이 이어진다. 그러나 기자의 생각은 많이 다르다. 눈치 보지 않는 사람들과는 함께 살아가고 싶지 않다. 그러니 한 번쯤 스스로를 돌아보는 건 어떨까. 혐오와 차별로 번진 의견을 제시하고선 그 모든 게 의견 표출이라는 자기합리화를 하고 있진 않은지 말이다. 그러니 우리 서로 눈치 좀 보고 살자.
김봄이 기자 Ι qq4745q@kyongg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