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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우리가 함께한 시간을, 그 우정을 믿기에
  • 이수민 기자
  • 등록 2024-12-09 22: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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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재는 긴 시간 동안 △박효신 △아이유 △태연 등 수많은 유명 아티스트의 기타 세션으로 활동을 이어왔다. 그후 지난 2017년에 발매한 곡 <별 보러 가자>가 역주행하며 ‘싱어송라이터’로 대중 앞에 다시 서게 됐다. 그중 <너나 나나>가 3번 트랙으로 수록된 그의 정규 2집 [The LIGHTS]는 정규 1집을 발매한 지 약 8년 만에 선보이는 정규 앨범이다. 지난 8년간 본인을 비롯한 여타 앨범 프로듀싱에 활발히 참여한 적재는 그간 묵묵히 쌓아온 자기 만의 색을 해당 앨범에 온전히 쏟아냈다.


 적재는 ‘변하지 않는 것들’이라는 큰 틀 아래 특유의 나른하고 포근한 목소리로 각기 다른 11가지 에피소드를 노래한다. 투박한 드럼 사운드와 조화롭게 떨어지는 미니멀한 기타 구성을 베이스로 한 곡 <너나 나나>는 변치 않는 우정에 대한 이야기다. 눈을 감고 기타 선율에 몸을 맡기면 음악의 도입부 가사처럼 나른한 한때, 한강공원의 여유로움에 몸을 맡기고 좋아하는 노랫말을 따라 부르는 사람들의 전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한적히 흐르는 강물을 배경 삼아 사랑스럽고 애틋한 단상들이 스치는 찰나, 적재는 ‘오랜만에 온 한강은 참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우리는 어쩜 변한 게 없냐’며 따스한 넋두리를 건넨다.


“내 작은 바람 / 너 안 아픈 거랑 늙어도 우린 철들지 말아
너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돼 / 가끔 내 생각만 좀 하면 돼 그러면 돼”

『너나 나나』 中


 멋모르던 스무 살 햇병아리에서 스물셋 언저리에 오기까지 기자가 우정에 대해 느낀 바가 있다면 ‘인간관계라는 게 참 영원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사실이었다. 기자 역시 ‘시절 인연’이라는 단어 앞에 속수무책으로 마음이 무너지고 찢어진 사이를 붙여보고자 조급하고 초조한 마음으로 눈물 흘리기도 했다. 그러나 20대 중반을 목전에 둔 지금, 기자는 곁에 주어진 소중한 인연들을 조금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려고 한다.


 인간은 필연적으로 변화하고 성장하기 마련이다. <너나 나나>는 분명 빛바래지 않는 우정을 그렸지만 두텁고 뜨거운 관계만 진정한 우정이라는 통속적인 결론은 내리지 않는다. 대신 오랜만에 얼굴을 맞대고 눈을 맞출 때 느껴지는 미지근하고 어딘가 모르게 짠한 마음 또한 우정의 한 형태일 수 있다고 답한다. 그러니 가볍게 내뱉은 ‘영원’이 사랑하는 이들의 환하게 빛날 미래를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지 않길 바란다. 의젓한 어른으로 성장해도 가끔은 기자와 함께했던 때를 떠올리며 철없이 웃을 수 있길. 아프지 말고 하고 싶은 일, 가고 싶은 길을 거침없이 걸어가는 당찬 사람으로 성장하길 기자는 언제나 무대 뒤편을 떠나지 않고 응원할테니.


이수민 기자 Ι leesoomin22@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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