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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시사회] 화마와 맞서는 영웅, 그들의 뜨거운 울림
  • 이한슬 수습기자
  • 등록 2024-12-09 22: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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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들어진 신파 아닌 안타까운 실화
지난 4일, 2001년 홍제동 방화 사건을 배경으로 한 영화 <소방관>이 개봉했다. 해당 영화는 소방관을 주제로 한 만큼 유료 관객 티켓당 119원을 기부한다고 밝히며 소방관 장비 및 처우 개선을 위해 힘쓰고 있다. 이에 본지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생명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영웅들의 이야기 <소방관>을 관람하고 기자들 간의 견해를 공유해 봤다.



●평점


봄이: 2.5/5 소방관이라는 직업에 희생은 필수적인가


상준: 2.5/5 조금 더 진지하게 얘기했더라면 어땠을까


세은: 3.5/5 당연함을 소중하게 느끼게 해준 영화


한슬: 3/5 주제에 비해 초라하게 차려진 한 상


●한 줄 평


봄이: 꺼지지 않는 화면이 꺼졌을 때의 공포


상준: 불과 함께 사그라드는 긴장감


세은: '사람을 구할 수 있는 자격'은 아무나 갖는 게 아니다


한슬: 눈물 나는 헌신, 터져 나오는 한숨


Q. 이번 영화는 소방관의 현실을 담아냈다. 이에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무엇인가?


봄이: 주인공 철웅(주원 분)이 PTSD를 느끼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소방관이라는 직업이 동료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해 고통받음에도 계속해서 그 현장과 직면해야 하잖아요. 그 현실이 매우 씁쓸하게 느껴졌어요. 그럼에도 소방관이라는 직업이 없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 역시 너무 마음 아픈 부분인 것 같아요.


상준: 저는 결혼을 앞두고 기철(이준혁 분)과 효종(오대환 분)이 서로에게 행정직으로 가라고 권유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자신들의 처우가 좋지 않고 늘 위험 속에 산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음이 드러난 장면이잖아요. 그런 상황 속에서도 구조대로서 살아가려는 모습이 참 대단하다고 느껴졌어요.


세은: 2001년이 지금보다 많이 열악했다는 사실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어 인상적이었어요. 방화복도 우비처럼 얇고, 목장갑을 끼고 화재를 진압했다는 사실이 지금과 크게 차이 나는 것 같아요. 요즘은 오히려 방화복이 무거워 이를 위한 훈련까지 한다고 알고 있어요. 홍제동 사건을 통해 많이 변화됐다는 언급에서도 과거와 현재의 차이를 강하게 느꼈습니다.


한슬: 저도 세은 씨와 같은 의견이에요. 영화의 시작과 함께 소방서를 보여주는 장면에서 근무 환경이 예상보다 더 열악해 충격을 받았어요. 현재는 그만큼 시설이 나쁘진 않지만 여전히 장비를 직접 구매하고 밥도 손수 해 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과연 이 당시와 현재 사이 23년이란 시간이 흘렀음을 생각했을 때 변한 게 얼마나 있을까 싶었습니다.


Q. 이번 영화에서는 화재 및 건물 붕괴 등의 장면이 몰입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러한 장면 혹은 연출에 대해 어떻게 봤는가? 


봄이: 일정하지 않고 흔들림이 느껴지는 카메라의 움직임이 정말 그 현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줘 인상적이었어요. 또한 산소통에 산소가 없을 때 나는 ‘삐’ 소리가 뇌리에 박혀 연출적으로 굉장히 여운이 남았어요. 다만 건물이 무너지는 장면에서의 연출이 많이 아쉬웠어요. 그 순간 몰입이 깨지면서 ‘아, 이거 영화였지’라는 생각과 함께 현실로 돌아오게 돼 실망스러웠습니다.


상준: 저는 중간에 등장하는 어두운 화면이 인상적이었어요. 앞선 진섭(곽도원 분)의 대사와 같이 저 어둠이 정말 저승사자의 모포 자락처럼 느껴져 놀랐습니다. 등장인물의 답답함이 스크린 너머에 있는 제게도 느껴져 굉장히 실감 나는 연출이라 생각해요. 


세은: 소방관의 시점에서 보는 장면들이 정말 기억에 남아요. 산소마스크에 김이 차 앞이 보이지 않거나 흙이 덮여 이를 치우는 장면들은 제가 실제로 그 현장에 있는 것 같았어요. 특히 숨소리가 생생하게 들릴 때는 등장인물과 똑같이 숨이 가빠왔어요. 이러한 연출로 소방관이 화재 시 겪는 상황을 그대로 보여준 것 같아요.


한슬: 화재 장면 자체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건물 내부에 불길이 복도를 타고 화면을 가득 채운 장면에서 뜨거운 열기와 함께 숨이 턱턱 막히는 느낌이 들어 굉장히 강렬했어요. 과거 실제 화재 현장을 목격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가 생각날 만큼 매우 생생하게 촬영됐다고 생각해요. 촬영장에 정말 불을 냈다고 해도 믿을 거 같습니다.


Q. 영화 ‘소방관’은 소방관부터 그 주변 가족들 등 다양한 인물들을 보여준다. 작품 속 가장 눈여겨 본 등장인물은 누구인가?


봄이: 시의원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잠깐의 등장이었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여주는 인물이라 생각해요. 보여주기식의 겉치레용 행사를 열고 진섭이 목소리를 높여 처우 개선을 말해도 실질적인 지원은 늘지 않는 등 소방관의 현실을 엿볼 수 있었어요. 분명 상황을 개선 시킬 힘을 가진 의원이라는 사람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말 화가 났습니다.


상준: 반장의 아내인 도순(장영남 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보통 사람들은 순직한 소방관처럼 사고의 당사자들에게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그런데 사실은 유가족들이 가장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생각하거든요. 도순을 보며 그런 남겨진 사람의 고통을 잘 느낄 수 있어서 제일 인상적이었습니다.


세은: 짧게 등장했지만 불법 주정차 차주가 인상 깊었어요. 진섭이 말했다시피 불이 번지는 속도는 사람이 아무리 빠르게 달린다 해도 따라잡 을 수 없잖아요. 이런 불법 주정차가 더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앗아간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도 꾸준히 문제 시 되는 사안이기에 이 인물이 기억에 남은 것 같아요. 


한슬: 저는 구조대장인 인기(유재명 분)가 기억에 남아요. 새 장갑을 보고 신난 대원을 향해 애정 어린 시선을 보내는 장면이 무척 인상 깊었어요. 또한 현장 밖에서 진두지휘하는 인기가 오히려 무력감과 자책감을 느끼기 쉽다고 생각해요. 특히 응급실에서 도순과 대화하는 장면에서 이러한 면이 잘 느껴져 안타까우면서도 뇌리에 강하게 남았어요.


Q. 영화 속 철웅처럼 친한 동료가 순직한 후 휴가가 주어졌다면 이후 다시 복직할 것인가? 


봄이: 저는 돌아가지 않을 것 같아요. 동료의 죽음을 겪고 PTSD가 찾아왔을 때 정신적으로 그 현실을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죽음, 사고 등 일련의 일들을 겪으면 도저히 PTSD를 이겨내고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았어요. 또, 솔직히 돌아간다고 해서 제가 다시 일을 할 수 있을 거라는 보장도 없으니까요. 


상준: 저는 제가 선택한 직업은 끝까지 한다는 생각으로 다시 복직할 것 같아요. 나중에도 그 일로 계속해서 힘들다면 일을 그만두겠지만 일단은 복귀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소방관이라는 직업은 책임감과 사명감이 필요한 만큼 더욱 신중하게 생각해 볼 것 같아요.


세은: 저 역시 다시 돌아갈 것 같아요. 소방관이 되기로 마음먹었다는 것은 이미 동료의 죽음도 전부 감수하겠다는 의지가 포함된 선택이라 생각해요. 동료를 보고 소방관이 되기로 결정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계속해서 이 일을 할 것 같아요. 많은 고민과 노력 끝에 결정한 직업인데 매번 안타까운 사고로 그 의지가 꺾일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슬: 저도 봄이 씨와 같이 PTSD는 무시 못 한다고 생각해요. PTSD는 다시 그 일을 겪지 않기 위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주의를 주는 정신질환으로 알고 있어요. 이러한 상황에서 다시 현장에 돌아가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것 같아요. 현장에서 겁먹고 움츠러들면 오히려 그 자체로 민폐가 될 것 같아요. 워낙 위험한 현장이니 그런 어중간한 태도는 모두에게 독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Q. 영화는 소방관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의 이야기도 담고 있다. 만약 내 가족이 소방관을 한다면 말린다 vs 말리지 않는다 


봄이: 본인이 하고 싶다고 말하는 데 말릴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가족이 위험한 직업을 선택한다고 해도 이를 왈가왈부할 수는 없죠. 대신 소방관을 하고 싶어 하는 이유를 물어볼 거 같아요. 스스럼없이 사람의 생명을 위해 노력할 자세가 갖춰져 있다면 막을 이유가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무조건 말려야 하니까요.


상준: 전 말릴 거 같아요. 이기적인 생각일 수 있지만 우리 가족이 아니라 남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 너무하다고 느껴져요. 게다가 가족이 소방관이 돼 영화와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면 그 슬픔과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아요. 조심스러운 말이지만, 소방관의 가족으로서 겪어야 하는 아픔이 저에게 오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세은: 저도 상준 씨처럼 말릴 거 같아요. 내 가족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사라질지 모른다는 사실은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극단적으로 생각한다면 시신조차 찾을 수 없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경우 가족 구성원으로서 함께 지내는 것조차 못할 수 있잖아요. 그 사실을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요.


한슬: 저는 봄이 씨 의견에 동의해요. 사람은 각자 개개인의 삶이 있잖아요. 본인이 확고하게 꿈을 품었다면 ‘정말 괜찮겠어?’ 정도의 물음을 던질 순 있겠지만 그 의지를 제가 막을 권리는 없다고 생각해요. 소방관이라는 꿈을 품었다는 거 자체가 쉽지 않은 결정이잖아요. 남들도 다 걱정하고 말릴 꿈이기에 가족이라면 오히려 이를 응원하고 지지해 줘야 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김봄이 기자 Ι qq4745q@kyonggi.ac.kr

박상준 기자 Ι qkrwnsdisjdj@kyonggi.ac.kr

김세은 기자 Ι seeun2281@kyonggi.ac.kr

이한슬 수습기자 Ι lhs522701@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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