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쉽게 지치는 사람인줄 알았던 내가, HSP?
고도 민감성 개인(이하 HSP, Highly Sensitive Person)이란 외부 자극과 감정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이는 전문적인 의학 용어나 장애 여부를 나타내는 단어는 아니지만 심리성격학에서 특정한 기질 타입으로 사용된다. HSP라는 용어는 어릴 적부터 감각이 예민하고 감정적으로 동요가 심한 자신을 알고자 한 미국의 심리학자인 일레인 아론(Elaine Aron)박사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녀에 따르면 인구의 약 16% 정도가 HSP에 해당되며 이 중 내향성과 외향성의 비율은 7대3 정도로 HSP 전원이 내향형은 아니라는 의외의 사실도 함께 밝혀졌다. HSP 해당 여부는 간단한 테스트를 통해 알아볼 수 있다. 아래표는 HSP테스트의 검사지로 위 질문을 포함한 23가지 항목 중 13개 이상 해당될 시 HSP일 가능성이 높다.
진짜 예민한 사람은 이를 드러내지 않는다
HSP는 크게 세 개의 특징을 갖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초감각(super sense)이다. 이들은 항상 편안하고 쾌적한 환경을 지향하기에 어떻게 해야 더 안락해질 수 있을지에 대한 정보들에 굉장히 민감하다. 이러한 특성 탓에 상대적으로 웰빙에 관심이 많고 자기 관리를 잘하는 편에 속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만큼 불편한 환경에서 생활하다 보면 모든 에너지가 소진돼 결국 번아웃에 빠지기 쉽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대부분 자신의 예민함을 드러내지 않으려 겉으로 무던한 모습을 보인다. 예민한 반응을 자주 드러낼 경우 듣게 될 평가까지 생각하는 것이다. 때문에 사회적 관계에서 자신이 감정을 억누르거나 조용히 혼자 견뎌내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성향 때문에 종종 주변 사람들에게 무관심하거나 감정 표현을 하지 않는다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다음은 초감정(super feeling)이다. 자신의 감정뿐 아니라 타인의 감정에도 쉽게 영향을 받는 이들은 타인의 감정 상태를 매우 잘 인지한다. 예를 들어 드라마 속 가상 캐릭터의 고통을 마치 자신이 겪는 것처럼 힘들어하는 경향이 있다. 마지막으로 자신만의 주관과 잣대가 강하고 호불호 또한 분명한 것 즉, 심미안(super feeling)이다. 이들은 △음악 △영화 △그림 등을 감상하거나 스스로 창작하는 과정에서 깊은 수준의 영감을 느끼고 감동과 흥분감도 만끽한다.
예민한 당신을 위한 처방전
이러한 예민함이 스트레스로 다가올 때, 스스로 조절할 수만 있다면 HSP는 충분히 동반 가능한 영역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수시로 에너지통을 채우는 것이 중요하다. 예민한 사람은 적절한 감정 조절을 통해 인간관계를 건강히 가꿔야 하기에 자신이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알고 있어야 한다. 힘들고 지칠 때 행복 리스트에 있는 항목들을 실천한다면 예민한 사람들의 에너지는 급속도로 충전된다. 추가로 전문가들은 3인칭 관점으로 상황을 바라보기를 권한다. 스스로를 ‘무명자’라는 객체로 대우하며 혼잣말을 건네면 효과는 배가 된다. 이는 자신에게 닥친 상황을 타인의 일인 것처럼 대해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관조해 감정 과몰입을 예방할 수 있다. 끝으로 혹독한 자기평가에서 벗어나도록 노력해야 한다. 예민한 사람들의 뇌는 사소한 일도 위기 상황으로 받아들여 근육을 긴장시키기에 남들보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스트레스를 특별한 상황으로 인식하기보다 ‘살다보면 그럴 수 있지’라고 생각하며 편안하게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매우 예민한 사람’이라 하면 성격에 문제가 있는 듯 느껴지지만, 그저 일반적인 성격 유형 중 하나일 뿐이다. 그러니 예민함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는 독자가 있다면 사회적으로 결함이라 여겨지는 부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소화해 보는 건 어떨까.
정예은 기자 Ι 202412382@kyongg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