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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이] 종이책의 시대는 끝났다. 이젠 AI로 수업하는 시대?
  • 정예은 기자
  • 등록 2024-12-09 22: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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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I디지털교과서 도입에 계속되는 논란…
내년부터 일부 학년과 과목에 AI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이 발표됐다. 하지만 학생들의 디지털 과의존 심화, 문해력 저하 등과 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본지는 초등학교 교사 및 학부모와의 인터뷰를 진행해 AI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대한 의견을 자세히 알아봤다.


AI디지털교과서로 교육 혁명을 꿈꾸다


 작년 2월 교육부가 내년부터 △초등학교 3, 4학년 △중학교 1학년 △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일부 과목에 AI디지털교과서(이하 AIDT)를 도입하겠다고 밝히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AIDT란 기존 교과 내용에 용어사전 등의 풍부한 학습 자료와 학습 지원 기능이 추가 된 학생용 교과서를 뜻한다. 모르는 영어단어를 손쉽게 찾아본다거나 취약한 부분을 AI가 체크해 반복 학습을 도와주는 등의 기능이 있다. 학급에서는 AI프로그램이 탑재된 노트북이나 태블릿 PC 등의 디지털 기기를 학생들에게 배부해 진행할 예정이다. 학생 개개인에 맞춘 ‘맞춤형 학습’이 가능하다는 점이 AIDT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다.


 이에 본지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기 위해 교실혁명 선도교사로 AIDT 활용 연수에 참여한 전상현 초등학교 교사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전 교사는 “학생들의 수준 차이로 교사 한 명이 많은 학생의 수준에 맞춰 진도를 나가기는 어렵다”며 “AIDT를 사용하면 AI가 판단해 학습을 제공해 주는 맞춤형 수업이 가능해진다”고 전했다.

   

도입 중단 요구 서명운동까지… 반대의 이유는?


 하지만 지난 6월 ‘AIDT 내년 도입 유보’ 국회 국민 동의 청원에 5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뿐만 아니라 서명운동까지 일며 AIDT 도입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AIDT 도입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회 교육위원회 고민정 국회의원이 전국 초중고 재학 자녀가 있는 학부모와 교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AIDT 도입 설문조사에 따르면 AIDT 도입에 동의하지 않는 이유로 설문 참여자 약 2만 명 중 39.2%가 ‘디지털 과의존 우려’를 꼽았다. 실제 정부의 ‘2023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10대 청소년의 40.1%가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으로 나타났다. 대전광역시에서 근무 중인 초등학교 교사이자 학부모 A씨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스마트폰 과의존으로 인해 문해력이 저하된 게 체감된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AIDT까지 도입할 필요는 없다”고 전했다.


 예산 부족 문제 또한 반대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AIDT 한 권의 예상 가격은 기존 종이 교과서의 약 10배에 달하는 5~10만 원으로 책정될 뿐만 아니라 구독료 또한 매달 발생한다. 하지만 교육청의 교부금은 최근 2년 연속 세수 결손이 발생하며 감소를 거듭하고 있다. 이에 정근식 서울교육감은 “올해 예산 가운데 결손액이 최대 5,600억 원까지 발생할 것”이라며 어려움을 밝혔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학교에 직접 투입되는 사용료나 인프라 구축 등의 예산은 정부가 아닌 교육청이 편성 및 집행한다. 때문에 시도교육청에 부담을 떠넘긴다는 지적 또한 잇따르고 있다.

   

더 신중히 고민해야 할 때


 지난달 28일, 더불어민주당 백승아 의원은 교육위원회 전체회의를 통해 “학교 현장에 AIDT는 상상으로만 존재한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너무 급박한 도입 속도를 지적했다. 전 교사는 이에 대해 “교사가 수업에 대해 더 고민한다면 AIDT는 좋은 수업 도구가 될 것이지만 지금처럼 현재 교육계 상황을 배제하고 도입만을 추진한다면 교사들의 거부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우려를 표했다. 또한 “적응할 시간과 충분한 연수를 통한 공감대 형성을 전제로 AIDT의 도입을 추진했다면 이 정도의 반발은 없었을 것”이라 덧붙였다.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르자 지난달 29일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AIDT 도입에 대해 국어 과목 전면 보류 및 사회 및 과학 과목의 경우 도입 시기를 당초 예정보다 1년 늦춘 2027학년도로 미룬다고 전했다. 하지만 내년으로 예정된 나머지 과목에는 변화를 주지 않을 예정이라 밝히며 여전히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디지털 사회로 나아가고 있는 현재교육 시장까지 AI가 도입될 계획이다하지만 교과서마저 디지털 기기로 변모한다면 학생들은 자제력을 잃고 미디어에 더욱 많이 노출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AIDT 도입에 있어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때다.


정예은 기자 Ι 202412382@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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