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권법으로 이뤄지는 합법적 금품갈취
우리나라 저작권법은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문화 및 관련 산업의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저작권법 위반을 이유로 고소를 남발하며 합의금을 챙기는 ‘저작권 사냥’이 성행해 주의를 요하고 있다. 이는 사진, 일러스트 등과 같은 저작물에서도 일어나지만 주로 폰트 파일에서 숱하게 발생한다. 실제로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폰트 관련 저작권 상담 건수는 904건으로 드러났다. 지난 2022년(1,774건)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수치지만 여전히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음을 여실히 나타낸다.
저작권 침해의 경우 본래라면 법을 지키지 않은 이용자에게 과실이 있지만, 이는 악의적으로 ‘미끼’를 뿌린다는 점에서 다르다. 일례로 합의금 장사를 목적으로 둔 폰트개발업체의 경우, ‘비영리 사용 가능’을 조건으로 폰트를 무료 배포한 뒤 어느 순간부터 가격을 책정한다. 이후 비영리 사용 가능 조건을 ‘개인적 사용에 한정’한다고 번복해 영리기업과 비영리법인을 모두 고소한 뒤 고액의 합의금을 챙기는 방식이다. 이에 공공기관 및 교육기관과 같은 비영리 재단이 주요 타겟이 되는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 2022년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48개의 교육기관이 저작권 분쟁을 경험했고, 그중 214개(86.3%)가 폰트 파일에서 분쟁이 일어났다고 응답했다.
저작권 사냥, 막을 순 없나
‘저작권 사냥’은 법에 근거한 행동이기 때문에 제재를 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행법상 저작자가 아닌 제삼자가 저작재산권을 침해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저작권법에서 폰트 자체는 저작물로 보호하지 않으나, 폰트를 표현하기 위한 폰트 파일은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로서 보호하고 있다. 이에 폰트 파일을 허락 없이 복제해 이용하는 행위가 저작권법에서 금지돼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하더라도 저작권 침해 책임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그렇다면 저작권 사냥의 표적이 됐을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본교 박찬정(교양학부) 교수는 이와 관련해 내용증명을 받은 경우 변호사와 상의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전했다. 침해에 고의성이 없더라도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고의성이 없었다는 이유로 이를 무시할 경우, 경찰서로 소환될 수 있다”며 “더 큰 피해로 번질 수 있으니 안전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제도뿐만 아니라 인식 개선 또한 필요해
저작권 사냥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지난 2018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안전성이 검토된 무료 폰트 제공과 저작권 관련 교육을 진행하는 등의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외에도 지난 2021년,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소권을 무기화한 고소 남용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저작권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침해 정도가 낮으면 형사처벌 대상 제외 △고발보다 조정 우선 △저작물 창작·이용 환경 변화 등의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한 채 계류된 상태다.
이에 박 교수는 법 개정 외에도 유료 폰트의 경우 의무적으로 유료임을 표시하는 등의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전했다. 현재 대다수가 사용하는 한컴 프로그램의 경우 일부 폰트는 유료임에도 명시돼 있지 않아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어 “저작권에 대한 인식 개선이 이뤄지고 있긴 하지만, 아직도 저작권에 대해 무지한 실정”이라며 “저작권 사냥을 근절하기 위해선 사람들의 인식 개선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 덧붙였다.
일부 단체가 저작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제도를 악용하며 사람들을 위협하고 있다. 여러 해결책이 제시됐지만 완전히 뿌리뽑기는 힘든 실정이다. 각종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법 개정은 물론 저작물 이용자의 인식 개선 또한 이뤄져야 할 때다.
박상준 기자 qkrwnsdisjdj@kyongg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