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여행 포인트 1 : 정동길
‘덕수궁 돌담길’이라는 이름으로 익히 알려진 정동길은 가을을 떠나보내기 아쉬운 사람들의 발길이 한창이었다. 점심 식사를 마친 직장인 무리는 저마다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고 정동길 좌우에 위치한 예원학교, 이화학당 학생들은 붉은 벽돌로 지어진 담벼락 너머로 해맑은 웃음 소리를 퍼뜨리느라 여념이 없었다. 거리를 수놓은 노란 은행나무를 따라 걷다 보면 덕수궁 돌담 위로 드리운 빨간 단풍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기자는 그곳에서 그토록 염원하던 낙엽을 손에 쥐었다.혼자 걸어도 좋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마주 보며 걸으면 더욱 좋을 정동길을 함께 거닐 훗날을 고대하면서 말이다.
기자의 여행 포인트 2 : 서울도서관
정동길을 빠져나온 기자를 반긴 건 다름 아닌 도서관이었다. 옛 서울특별시청 건물을 개조해 공영 도서관으로 재활용한 이곳은 2층에 걸친 넓은 독서 공간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난 9일까지는 ‘책읽는 서울광장’이라는 이름으로 잔디광장에서 도서를 큐레이션 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바 있다. 광장 한편에는 버스킹 무대를 설치해 시간대에 맞춰 공연이 진행됐고 사람들은 잔디 위에 비치된 빈백에 누워 가을맞이 독서를 즐겼다. 기자 역시 한가롭기 그지없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 책을 집어 들었다. 그러나 쏟아지는 따스한 햇살에 기자는 독서의 재미를 탐구해 볼 틈도 없이그만 스르르 단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아니, 어쩌면 기자를 잠재운 건 햇살이 아니라 가을이 품은 여유 혹은 낭만의 달콤함일지도 모르겠다.
기자의 여행 포인트 3 : 가배도
단잠으로 여독을 푼 뒤, 기자는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고자 발걸음을 옮겼다. 시청과 남대문 시장 사이에 자리한 카페 ‘가배도’는 일제강점기 당시 남대문로 지역에 지어진 복층 한 옥 상가로 지난 2016년 문화재로 지정된 이후 국가에서 보전하고 있는 곳이다. 가배도 1층에 는 한국풍 자수가 놓인 티코스터, 가방 등이 판매 중이었고 커피를 주문하고 올라간 2층은 사방으로 난 큰 창들이 눈에 띄었다. 우드톤과 붉은 벽돌의 조화는 시청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머금고 있었고 커피를 음미하며 바라본 흩날리는 단풍과 드넓은 남산의 전경은 괜스레 기자의 입가에 미소를 그리게 했다.
요즘 들어 부쩍 ‘가을 타는’ 사람이 늘어났다. 유난히 옆구리가 시린 날이면 시청을 거닐며 비처럼 내리는 단풍잎을 온몸으로 맞아보는 건 어떨까. 살포시 머리 위에 내려앉은 단풍잎처럼 예상치 못한 사랑도 당신의 마음속에 소리 소문 없이 찾아올지도 모르니 말이다.
글·사진 이수민 기자 Ι leesoomin22@kyongg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