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이 고개를 내젓는 빡빡함에도 불구하고 기자는 이번 학기 주 5일 모두 1교시 수업을 듣는다. 출퇴근 시간 교통체증에서 벗어나고자 시작한 새벽 기상은 기자의 아침을, 더 나아가 일상 자체를 완전히 변화시켰다. 새벽의 고요함 속에서 예상치 못한 가치를 발견한 것이다. 오후 수업으로 가득했던 지난 학기, 기자의 일상은 불성실함의 끝을 달렸다. 깊은 나태는 짧은 안락함을 줄지는 몰라도, 그 대가는 스스로에 대한 실망으로 돌아왔다. 성취감 없는 나날이 계속됐을 때 새 학기를 새벽기상으로 맞으며 자연스레 탈출구를 찾은 기분이었다.
기자는 더 이상 시간에 쫓겨 허둥대지 않고, 이른 아침의 길 위에서 하루를 차분히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새벽 공기를 마시며 학교로 향하는 길은 특별하다.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고요함과 신선함이 있기 때문이다. 아직 인적이 드문 거리에서 일찌감치 하루를 시작한 이들과 발맞춰 걸을 때면 묘한 동질감에 휩싸이곤 한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길을 걷다가 하나둘씩 낯익은 얼굴들을 발견하는 순간에는 ‘저분도 나를 알고 계시려나?’ 하는 작은 기대와 함께 사람들 속에서 소소한 연대의 연결고리를 찾는 재미도 있다. 학교에 일찍 도착하면 옷매무새를 정돈하고 잠시 책을 읽는 시간을 갖는다. 버킷 리스트에서 잠자던 ‘독서하기’를 드디어 세상 밖으로 꺼낸 것이다. 겨우 40분 남짓한 시간이지만, 온전히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잉여 시간이 생긴 기분이라 어딘가 모르게 특별한 선물을 받은 것 같기도 하다.
한때 기자에게도 미라클 모닝이 가능할까 생각했던 날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미라클 모닝 달성을 위해 일찍 일어나느냐, 실패하느냐에 주안점을 두지 않는다. 중요한 건 결국 내 안에 잠재된 가능성과 이를 품은 나를 귀하게 대할 줄 아는 태도다. 일상에서 일어나는 작은 변화가 삶의 흐름을 바꾸고, 그 변화를 통해 성장한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음을 기억하자. 우리의 삶은 결코 정체돼 있지 않다. 매 순간이 성장의 발판이고 날아오를 도약 지점임을 되새긴다면 삶은 기쁨을 넘어 기적이 되리라.
글·사진 오수빈 기자 Ι soobin2946@kyongg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