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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이] 도심 속 사회 문제로 떠오른 싱크홀, 예방 가능할까
  • 오수빈 수습기자
  • 등록 2024-11-25 09: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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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빈번한 싱크홀 사고에도 예방은 아직인가···
최근 도심 내 싱크홀 사고가 계속해서 발생하며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부실 공사와 상하수도관 손상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지만 여전히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싱크홀 예방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싱크홀 사고의 원인과 해결 방안을 알아보기 위해 연세대학교 조원철(토목환경공학과) 명예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3일에 한 번꼴로 발생하는 싱크홀···사상자만 49명


 지난 8월 서대문구 연희동 도로에서 싱크홀이 발생해 달리던 차량이 땅속으로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더불어 지난 9월 부산에서는 깊이 8m의 대형 싱크홀에 트럭 2대가 추락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처럼 최근 도심에서 땅 꺼짐, 이른바 싱크홀 (sinkhole) 현상이 계속해서 나타나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싱크홀은 지반이 내려앉아 지면에 커다란 구멍이나 웅덩이가 생기는 현상을 뜻한다. 이는 일반적으로 지하에서 지하수 등으로 인해 흙이 쓸려나가는 지반침하가 점차 지상으로 확대되며 표면이 하중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져 내려 발생하는 것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전국에서 957건의 싱크홀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사망 2명, 부상 47명의 피해가 따랐다.


 싱크홀 사고는 매년 100건 이상 발생하며 특히 △경기도 △광주광역시 △부산광역시 순으로 빈도가 높았다. 대도시의 경우 차량으로 인해 지속적인 진동이 일어나며 비교적 일반 지반보다 약한 매립지가 많아 싱크홀의 위험이 크다. 이와 같이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심에서는 싱크홀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싱크홀, 인간이 만들어 낸 위험


 싱크홀이 생기는 원인은 크게 자연적 원인과 인위적 원인으로 나뉜다. 자연적 원인의 경우, 석회암의 탄산칼슘이 물과 반응해 녹게 되면 상부의 땅이 꺼지게 되고 이와 동시에 싱크홀이 발생하게 된다. 이는 지질학적으로 탄산암이 많은 지역에 해당되며 대표적으로 미국과 러시아가 있다. 또한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한 △폭우 △폭염 △가뭄으로 싱크홀이 발생하기도 한다.


 인위적 원인의 경우, 지하수의 흐름에 흙이 쓸려가 지반이 무너지는 원리다. 연세대학교 조원철(토목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국내의 싱크홀은 대부분 인위적 원인으로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대부분 도시 개발 및 지하 시설 문제로 발생하며, 상하수도관의 누수나 공사 마무리 시 지반 복구 과정을 원인으로 꼽았다. 조 교수는 “지하 공사 후 지반을 아무리 성실히 다져도 기존 수준의 밀도로 되돌리는 것이 어렵다”고 전했다. 또한 “매립지는 흙이나 쓰레기로 매립하기 때문에 흙이 무너지거나 쓰레기가 분해되는 식의 싱크홀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국토교통부와 국토안전관리원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싱크홀 발생 주요 원인으로는 하수관 손상이 전체의 46.6%를 차지했고 공사 과정의 부실이 26.5%를 차지했다.


싱크홀 예방, 법안 시행으로도 어려운가


 전문가들은 싱크홀 문제에 대해 지반 이력 조사와 정밀 점검을 통한 예방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고가의 탐사 장비와 인력 부족으로 인해 실효성 있는 예방 작업이 어려운 실정이다.


 노후 상하수도 관리도 중요한 과제지만 60년 가까이 된 상하수도가 많아 정기적인 점검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 장비 △인력 △예산 지원 등의 부족으로 대응이 원활하지 않다. 또한 지난 2014년 석촌 지하차도 사고 이후 2016년 안전한 지하 개발을 위해 ‘지하 안전 관리 특별법’이 제정됐다. 하지만 법안은 굴착 깊이 10m 이상만을 기준으로 해 얕은 지반 사고에는 적용되지 않는 등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이 외에도 현재 싱크홀 조사 요청이 증가하는 반면 인력과 장비 부족으로 평균 220일의 대기 시간이 발생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조 교수는 “정부가 재정을 투자해 장비 구입 및 활용을 독려해야 전문 기술인들이 경험을 넓히고 인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전했다. 이어 “싱크홀 예방을 위해서는 토목과 전자기술 등 넓은 학문 분야에서의 협력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반복되는 싱크홀 발생은 도시 기반 시설 관리의 허점을 드러내는 심각한 경고 신호다. 싱크홀은 언제든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재난으로 번질 수 있다. 안전은 사후 복구가 아닌 사전 예방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오수빈 수습기자 Ι soobin2946@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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