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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속으로] 지금, 사랑하는 모든 세대들을 위해
  • 이한슬 수습기자
  • 등록 2024-11-25 17: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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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을 온전히 마주할 준비가 됐나요?
서로를 향한 사랑 없이 예민해진 현 사회는 우리 마음에 찬 바람을 불러일으킨다. 본지는 사랑의 가치를 되돌아보고자 내년 6월 8일까지 열리는 뚝섬미술관의 전시 <사랑의 단상>에 방문해 박찬주 큐레이터의 설명과 함께 생생한 현장을 담아봤다.



내 안의 감성을 깨우다


 지난 2019년 5월 개관한 뚝섬미술관은 성수동에 위치한 현대 미술관으로, 주로 사람의 감정에 주목해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전시를 선보이며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렸다. 뚝섬미술관이 지난 8일 새롭게 선보인 전시 <사랑의 단상>은 롤랑 바르트의 책 ‘사랑의 단상’에서 영감을 받아 기획됐다. 이는 살아가면서 마주하는 복잡한 사랑의 모습을 각기 다른 다섯 가지 형태로 표현했다. 에로스, 마니아 등 사랑의 다섯 단상을 면면으로 보기보다는 그 서사적 흐름에 주목해 흘러가듯 사유하는 것이 본 전시의 핵심이다. 관람객들은 해당 전시를 통해 사랑이 주는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다.


사랑이 뭐라고 생각하니

 


 선홍빛 커튼으로 이뤄진 입구를 통해 전시장으로 들어가니 기자를 맞이한 것은 여러 조각상과 함께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사랑하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그 답을 찾기 위해 만난 첫 번째 단상은 ‘낙원’이다. 낙원은 연인을 향한 어긋난 사랑을 말했다. 전시장을 가득 채운 붉은색으로 본 단상이 아픈 사랑을 표현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교활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사랑을 뱀과 선악과로 표현하는 등 사랑의 숨은 이면이 기자의 눈을 사로 잡았다.


 두 번째 단상 ‘심장의 온도’는 가족처럼 선택 의지 없이 발현된 관계 속 익숙함과 안락함이 주는 사랑을 표현했다. △눈 오는 겨울 △크리스마스트리 △창밖의 두 사람. 추운 계절의 온도와 따뜻한 관계의 온도를 동시에 느끼며 포근한 일상 속 사랑의 존재를 지각할 수 있었다.


 사랑은 꼭 인간과 인간이 하는 것은 아니다. 세 번째 단상 ‘사유의 정원’은 인간을 넘어 모든 대상에 대한 사랑을 담아냈다. 고양이나 레고 등 깊이 애정하고 탐구했던 존재들을 마치 내면을 들여다보듯 작은 구멍을 통해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언어가 없어도 너와 나는 소통해 왔음을 시사했다.



 내 안의 이상향을 만든 것은 누구일까. 네 번째 단상 ‘심연’은 매체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빚어진 이상향에 대해 말했다. 이상향을 빙하와 파도에 비유해 타자에 의해 빚어진 것이 아닌 온전한 자신의 이상향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했다. 빛을 받은 작품들은 마치 반짝이고 일렁이는 빙하와 파도 같아 무의식 속을 걷는 기분이 들었다.


뒤돌아보면 그곳엔 언제나 사랑이


 마지막 단상을 만나기 전 ‘Lost & Found’를 통해 지난 사랑을 돌아보는 시간이 주어졌다. 이곳은 잃어버린 사랑을 찾는 유실물 센터로 다섯 개의 방 중 하나에 들어가 사랑의 기억을 적어 사연 박스에 넣는 곳이었다. 조금 어두운 방과 사각거리는 연필 소리에 절로 지난 감성에 빠져들어 한 자 한 자 정성스럽게 글을 적었다. 누군가의 사연을 꺼 내 보며 위로를 얻을 수 있었는데 기자가 남긴 사연도 어쩌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 들었다.



 전시의 끝을 장식한 것은 ‘수면’이다. 나르키소스에 영감을 받은 이곳에서는 모든 사랑의 시작, 나를 되짚어 봤다. 새하얀 전시장과 색채가 옅은 작품들로 무의식 공간을 탐험하는 기분이 들었다. 몇몇 작품은 나르키소스의 연못을 연상시켰는데 연못을 들여다보면 모든 애정의 근원인 나를 마주함을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다섯 가지 단상을 살펴본 후 처음과 같은 선홍빛 커튼을 젖히자 전시가 마무리됐다. 비록 전시장을 떠났지만 기자의 마음속에는 아프지만 따스한 사랑의 존재가 남았다.


 누군가를 향한 사랑이 없어지는 현 사회. 사랑은 그저 낡고 식상한 것으로 치부되곤 한다. 그저 허울 좋은 말이 아닌 진심에서 비롯된 ‘사랑해’ 한 마디를 위해 잠시 사랑의 가치와 그 존재를 되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글·사진 이한슬 수습기자 Ι lhs522701@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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