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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과구조개편 과정, 학생들은 만족할까?
  • 편집국
  • 등록 2017-05-12 15:27:27
  • 수정 2017-05-12 15:2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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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족했던 시간과 의견 수렴··· 개편안에 아쉬움 커”

 

 

 지난달부터 본교에서는 학과구조 개편안을 두고 학내 구성원 간 갈등이 계속됐다. 이러한 갈등 상황 속에서 학생들은 공청회와 집회 등 여러 방법으로 불합리한 구조개편을 향한 목소리를 내왔다. 하지만 학과구조 개편이 짧은 시간 동안 진행된 만큼 충분한 의견표출에는 아쉬움이 남는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학생들을 직접 만나 더욱 심층적이고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하혜옥(화학·3)

“학과별 특성 고려하지 않은 엉터리 구조개편”

 

 대학본부는 1차 공청회에서 △화학 △생명과학 △식품생물공학과를 나노바이오융합학부로 묶고 2 차 공청회 때는 화학과와 수학과를 수리화학학부에 함께 넣어 만 들었다. 당연히 관련 학과 소속 학생들은 해당 개편안을 ‘이해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당시 대학본부에서는 본 안을 교수와 협의된 사 항이라고 답변했지만, 다음날 학과장에게 물어보니 사실무근이라 고 했다. 즉, 학교 측은 구체적인 근거도 없이 구조개편안을 설계 하고 심지어 학생들을 대상으로 거짓말까지 한 것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화학과는 교직이수가 가능한 학 과인데, 트랙제로 바꿀 경우 교직이수를 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생산성본부 측은 공청회 때 “교직이수는 교육대학원에서 할 수 있 지 않느냐”는 무책임한 답변을 한 바 있다. 여기서 학과 세부 특성 을 전혀 분석하지 않은 생산성본부의 태도가 확연히 느껴졌다. 이 런 식으로는 학교 측에서 강조한 ‘학문간 융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 를 절대로 실현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박진호(지식재산·2)

“이사회의 개편안 승인은 학내 의견 무시한 것”

 

 이사회의 학과구조 개편안 최종 승인은 학내 구 성원뿐만 아니라 졸업생·지역대표가 요구한 것을 완전 무시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 나는 상실감을 넘어 무력 감까지 느꼈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집회까지 주최해 목소 리를 냈고 각 단과대학 및 학과 학생회에서 많은 반대 성명서를 게 재했으며, 평의원회에서도 학과구조 개편안을 반대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사회가 이를 반영하지 않고 결정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

 

 구조조정은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현실이다. 하지만 이번 구조 개편에서 학교 측이 보인 태도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특히 1차 공청 회 때 트랙제도를 고집했던 자세는 공청회보다 통보하는 설명회에 가까웠다. 앞으로 학교는 중대 사안이 있을 때 학생들과 먼저 구체 적인 논의를 거치고 그들의 목소리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산하(문예창작·1)

“일방적인 통보식 전달로 신뢰 잃은 대학본부”

 

 대학본부는 학생들과 논의도 없이 문예창작학과 를 없앤다고 통보해버렸다. 본 학과뿐만 아니라 다 른 학과개편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학교 측은 공청회에서 트랙제 통보 후 2주 안에 모든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보며 과연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할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고, 학생들을 학내구성원으로서 존중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학교 측에서 학생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는 모습은 공청회가 진행 될수록 더욱 도드라졌다. 학교 측은 “구조개편에 대한 선택의 여지 가 없다”며 학생들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했다. 나는 위와 같은 대 학본부의 태도가 답답해 촛불시위대에서 주최한 1차 집회에서 자유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러한 학생들의 외침을 학교 측에서 더 이상 외면하지 말고 학생을 진정으로 존중하는 자세를 가져줬으면 한다.

 

 

배성주(문헌정보·2)

“공청회,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소규모로 진행했어야”

 

 학과구조 개편으로 인한 공청회가 수차례 이뤄 졌지만 그 주기가 너무 짧아 아쉬웠다. 이 사안은 학과 존폐여부가 걸린 중대한 일인데, 일주일 만에 구성원들끼리 의견을 나누고 다 음 공청회에 참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또한 학생 공청회는 전체학생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학과별·개인별로 질문할 수 없 었다. 학교 측이 단과대학별로도 학생 공청회를 개최해 최소한 학 과별 의견을 들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1차 공청회에서 야유를 하는 등 일부 학생들이 보인 태도 는 안타까웠다. 물론 주최 측의 트랙제 제안은 터무니없고 화가 나 는 일이었다. 하지만 당시 우리는 어떻게든 의견반영이 되도록 노 력해야 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공청회에서 보다 이성적으로 행동 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노성철(입체조형·1)

“또 한 번의 예술대학 구조개편은 무책임한 행동”

 

 2015년 학교 측은 PRIME 사업 선정을 위해 예 술대학 구조개편을 진행했고, 내가 소속된 입체조형학과도 당시 도예학과와 환경조형학과가 통합돼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이후 2개 학과가 합쳐지다 보니 촉박한 시간 안에 두 학문을 동시 에 공부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가 아직 해결 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구조개편을 단행하는 대학본부의 행위 는 무책임하다고 본다.

 

 어쩔 수 없이 학교가 구조개편을 단행해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적어도 학생들에게 구조개편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 하고 체계적인 계획을 세웠어야 했다. 하지만 구조개편에 대한 학 교 측의 설명도 미흡했고 생산성본부의 답변도 실망스러웠다. 이 러한 상황에서 학생들이 과연 구조개편을 정확히 이해하고 보다 제대로 된 질문을 할 수 있었는지 의문스럽다. 앞으로 학생들과 소 통을 할 순간이 다시 온다면 위의 문제점을 확실히 보완한 후 진행 해야할 것이다.

 

 

최종현(관광개발·3)

“트랙제, 학과를 없애기 위한 명분에 지나지 않아”

 

 트랙제는 각 학과의 특성과 역사를 고려하지 않은 제도다. 또한 본교는 트랙제를 시행할만한 재정적인 뒷받침이 충분하지 않고 교수 충원율도 부족하다. 이러한 구조조정안에 대 해 교수들과 학생들이 한 목소리를 낸 모습은 뜻깊고 감동적이었 다. 그러나 3차례의 공청회에 참석해 학교 측의 의견을 들어본 결과, 학교는 트랙제가 포함된 학과구조개편안을 일방적으로 도입하 려고 했다.

 

 나 같은 경우도 군대에 다녀온 후 복학을 하고 보니 소속학과가 서울캠퍼스로 옮겨져 있었다. 이때 관광대학이 서울캠퍼스로 이전 된 이유는 ‘특성화’였지만, 사실 관광대학이 학교로부터 특성화 지 원을 받은 적은 없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현재 학교 측이 구조조정 을 강행하는 것은 트랙제를 시행한 후, 도태되는 학과들을 자연스 럽게 없애기 위한 명분을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

 

 

이왕근(환경에너지공학·3)

“학과구조 개편은 학생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일”

 

 이번에 학교 측은 일방적으로 학과구조 개편안 을 만들었으며 학생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본교를 힘들게 한 각종 비리와 문제는 학교 측이 저질러놓고, 이제 와서 학교 상황이 어렵 다는 이유로 학생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것에 화가 난다. 하지만 학과구조 개편안이 공청회를 거듭하며 어느 정도 의견반영이 돼서 인지 학교 측에 항의하지 않는 학생들이 일부 생겨나 안타까웠다. 학생들은 학과구조 개편안에 끌려다니는 것이 아니라 ‘학교 측이 학생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본질적인 문제에 대항했어야 했으 나, 그렇지 못해 아쉽다.

 

 이번에 일반학생들의 자발적 모임인 ‘경기대학교 촛불시위대’의 운영진으로 활동했는데, 개교 이래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자발적 으로 모였던 일은 처음이라고 들었다. 이처럼 구조조정 관련 일을 겪으며 학생들이 학교에 관심이 많다고 느껴 정말 좋았다. 촛불시위대를 통해 좋은 선례를 남겼으니 앞으로도 학교 측이 부당한 행정처리를 강행할 때 학생들이 많이 움직이길 바란다.

 

 

박지현(영상·3)

“구조조정의 불안 속에서 벗어난 학교생활을 바란다”

 

 대학교는 학생이 원하는 공부를 심층적으로 하 기 위한 곳이다. 하지만 트랙제를 도입하게 된다면 대학의 존재 의 미가 없어진다고 본다. 트랙제를 시행할 경우 특정 트랙에만 지원 자가 폭주하는 쏠림현상이 나타나게 될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 다. 더군다나 학과의 특성을 배려하지 않고 학부단위로 묶어놓아 학과의 정체성이 모호해질 위험이 있다.

 

 실제로 난 1학년 때 소속학과가 통폐합된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일방적으로 진행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3학년인 지금 학교는 또다시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중이다. 이처럼 학교를 다니 는 3년 내내 구조조정의 불안 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학교 측은 구조조정 대상학과에게 제대로 된 후속조치조차 진행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구조조정 후에는 재수강을 신청할 때 자학과가 아닌 타학과로 신청하게 된다. 때문에 수강인원이 초과 될 경우 몇몇 전공강의에서는 전공자가 수업을 듣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 따라서 학교 측에 수업권에 대한 구체적인 후속조치를 요구하는 바이다.

 

 

글.사진이규현 기자│dlrbgus4144@kgu.ac.kr

           한민주 기자│mon_be1@kgu.ac.kr

           황재영 기자│sd9656@kgu.ac.kr

 

덧붙이는 글

학생들의 의견은 “학교 측이 학과구조 개편안에 대해서 학과의 특성을 분석하지 않은 채 개편했다”는 입장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짧은 기간 동안 이뤄진 세 번의 공청회만으로는 질문 기회가 부족했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많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학생들이 과연 중대 사안을 결정하는 데 있어 학교 측을 신뢰할 수 있을까. 앞으로 학교 측이 학생들과 좀더 시간적 여유를 두고 세부적으로 의견을 수렴해 나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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