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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보고서] 서울 안의 작은 외국, 이태원
  • 박상준 기자
  • 등록 2024-11-11 23: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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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태원의 중심에서 프리덤을 외치다
서울 중심부에 위치한 용산구, 다채로움으로 가득한 이곳엔 각기 다른 문화가 만나 오직 세상에 하나뿐인 '이태원'이라는 공간이 있다. 이에 기자는 문화와 트렌드의 한복판인 이태원으로 떠나봤다.


기자의 여행 포인트 1: 이코복스커피 스튜디오 이태원점



 지난 1일, 이른 점심을 먹고 찾아온 이태원엔 핼러윈 데이의 흔적으로 가득했다. 지하철역부터 지난밤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듯이 분장한 사람들이 보였고, 화려한 장식품들이 길거리를 따라 놓여 있었다. 시간 가는지 모르고 화려하게 장식된 거리를 바라보며 걷다 보니 뜨거운 태양에 목이 타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근처 편의점으로 향했을 테지만,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카페 앞에서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카페에 들어서자 마치 다른 세상에 발을 들인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정성스레 배치된 소품이며 부드럽게 흐르는 음악 소리까지. 평소 커피를 선호하지 않는 기자는 레모네이드를 시켜 창가에 놓인 의자로 향했다. 뻥 뚫린 창문 너머로 보이는 거리의 분주함과는 대조적으로, 평화로운 분위기에 천천히 한 모금을 들이켰다. 입에 맴도는 상큼함에 잠시 눈을 감았다 떼자, 해외의 유명 여행지에 잠시 다녀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기자의 여행 포인트 2: 바토스 이태원점



 평소 외국 음식을 즐기는 기자는 이태원에 대한 환상을 품곤 했다. ‘세계음식거리’로 대표되는 이태원의 명성에 대해 익히 들어왔기 때문이다. 거리에 들어서자 보이는 외국어로 된 간판을 내건 가게들, 커다란 유리창 너머 갖가지 향신료들로 맛을 낸 전통 음식들. 이처럼 이색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길을 걷다 보니 잠깐 열린 문틈 사이로 갓 나온 음식의 냄새가 코를 찌르곤 했지만,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이번 이태원 방문의 목표가 오직 ‘타코’라고 봐도 무방했기 때문이다.


 곧장 멕시코 전통 음식 전문점인 ‘바토스’로 향해 스파이시 쉬림프 타코를 주문했다. 갓 구운 또띠아를 살짝 말아 입에 가져가는 순간, 고수의 상쾌한 향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한 입 베어 물자 먼저 또띠아의 고소한 향이 퍼졌고, 그 뒤를 매콤한 소스와 새우가 이으며 달콤한 풍미가 입안을 가득 채웠다. 창밖을 내다보면 금방이라도 멕시코의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질 듯했다.


기자의 여행 포인트 3: 기억과 안전의 길



 배고픔에 서둘러 지나쳤던 세계음식거리엔 처음 오는 곳이었음에도 기억에 유독 남는 곳이 있었다. 바로 2년 전, 10월 29일. 총 159명이 사망한 이태원 압사 사고의 발생지 ‘기억과 안전의 길’이었다. 수많은 꽃다발이 놓인 골목에 들어서자 늦은 밤 가슴 졸이며 봤던 뉴스들이 생생히 머릿속에 떠올랐다. 언뜻 보면 평범한, 그것도 꽃다발이 없었으면 무심코 지나쳤을 만한 골목길. 이토록 좁은 공간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존재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며 괜스레 골목을 쭉 올라가 뱅뱅 돌기도 하고 두 팔을 벌려 거리의 면적을 가늠해 보기도 했다. 벽면을 수놓은 추모글들에 기자도 잠시 한 명의 시민으로 돌아가 포스트잇으로 마음을 덧대고 골목길을 빠져나왔다.


 오랫동안 고대하던 이태원 여행은 기자에게 ‘문화 충격’을 줬다. 이국적인 분위기 하며 길거리를 아무렇지 않게 지나다니는 외국인들까지. 만약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해외여행을 가지 못할 때면 이태원으로 향하길 바란다. 다양한 나라의 매력을 한데 모은 이태원이 당신을 반길 테니 말이다.


글·사진 박상준 기자 Ι qkrwnsdisjdj@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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