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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흘러가는 나날들에 무신경한 당신에게
  • 박상준 기자
  • 등록 2024-11-11 23:5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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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남매, 어디 내놓아도 꿇리지 않을 미모의 아내를 둔 평범한 직장인 마이클 뉴먼. 그는 직장과 가족 모두 놓치지 않으려 부단히 애썼지만, 두 마리 토끼를 전부 잡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가정과 일 사이에서 이리저리 치이던 중, 마이클은 ‘모티’로부터 최신식 만능 리모컨을 받는다. 집으로 돌아온 그는 시끄럽게 짖는 개를 향해 홧김에 소리 줄임 버튼을 누르는 기행을 벌인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버튼을 클릭할수록 소리가 줄어들게 된다. 만능 리모컨의 진정한 기능을 깨달은 마이클은 △교통체증에 시달릴 때면 ‘빨리 감기’ △잔소리를 들을 땐 ‘음소거’ △아들을 괴롭히는 옆집 꼬마에겐 ‘일시 정지’를 해 골려주기도 한다. 이후 리모컨의 통역 기능을 이용해 큰 계약까지 따내기도 하며 간절했던 승진에 한 발짝 가까워진다. 그러나 끝내 승진이 무산되자 낙담한 마이클은 ‘자신이 승진할 때’까지 빨리 감기를 하게 된다.


 그렇게 1년간의 인생을 건너뛴 마이클은 이후에도 빨리 감기를 거듭한다. 결국 10년을 통째로 건너뛰며 그토록 간절히 원하던 사장의 위치에 오르게 된다. 이처럼 부와 명예 모든 것을 가진 그였지만 빨리 감기를 하는 동안 ‘자동 조정 상태’에 빠져 10년간 무엇을 했는지 자각하지 못한다. 과거의 기억을 더듬어 집으로 향하지만 아내 앞에서 문전박대를 당하고 만다. 알고 보니 아내와는 이혼했고, 존경했던 아버지는 사망한 뒤였다. 설상가상으로 건강까지 악화된 그는 소중한 것들을 돌아보지 못했던 지난날을 후회하며 천천히 눈을 감는다.



 “...Family...Family...First...”

『클릭』 中



 영화 <클릭>은 전지전능한 능력을 가진 리모컨을 통해 삶의 중요한 순간들을 건너뛰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 초반부에선 가족과의 시간을 소홀히 하며 바쁘게 살아가는 마이클을 조명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겪는 딜레마를 여실히 드러낸다. 실제로 우리는 일상 속의 소중함을 잊은 주인공처럼 종종 일에 몰두하며 소중한 누군가와의 시간을 그저 그런 일로 치부하곤 한다. 동시에 모진 말을 건네며 서로에게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하지만 ‘소중한 존재에 대한 인식은 그것의 부재로부터 온다’는 말이 있듯이 마이클은 자신의 선택이 얼마나 큰 대가를 치르게 되는지 깨닫게 된다. 이처럼 이 영화는 전반적으로 코믹 요소가 사이사이 껴 있는 가족 영화의 형태를 띠지만 후반부로 향할수록 시청자로 하여금 자신의 삶에 대해 돌아보게끔 만든다.


 △학업 △인간관계 △건강 등, 저마다 각기 다른 이유로 자신의 인생에서 ‘빨리 감기’를 하고 싶은 순간이 존재할 것이다. 이 모든 순간들이 빨리 지나가고, 내가 원하는 순간이 오기를 기대하며 말이다. 이 영화는 흘러가는 나날들에 무신경한 우리에게 전한다. 우리가 소중하게 여겨야 할 순간은 행복할 것 같은 언젠가가 아닌, 바로 지금이라고.


박상준 기자 Ι qkrwnsdisjdj@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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