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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 너, 내 감각이야 베버의 법칙이야!
  • 김선혜 기자
  • 등록 2024-11-11 23:5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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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의 감각은 더 큰 자극이 필요해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이 어렵나’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처럼 인간은 맨 처음 받은 충격이나 감각을 더 크게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데 본지는 다양한 감각을 깜빡 속이고 있는 원인, 베버의 법칙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우리에게 성큼 다가온 베버와 페히너

 

 에른스트 하인리히 베버는 인간의 감각과 자극의 상관관계를 연구해 정신 물리학을 개척한 독일의 물리학자다. 어느 날 베버는 손바닥에 100g의 물건을 올려놓고 조금씩 무게를 늘리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리고 102g에 도달했을 때 무게가 달라졌음을 체감했다. 이후 200g의 물건을 올려놨을 때는 204g에서 체감 무게가 달라지는 등 초반 자극이 강함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베버의 이론을 ‘베버의 법칙’이라고 한다.

 

 구스타프 페히너는 독일의 자연과학자이자 철학자로 본래 물리적 자극에만 국한된 베버의 법칙을 심리학 분야까지 발전시킨 장본인이다. 페히너는 베버의 법칙에 덧붙여 감각의 세기가 자극의 로그에 비례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주장을 식으로 표현하면 ‘(감각의 세기) = (상수) log (자극의 세기)’고 이를 ‘베버페히너 법칙’이라고 부른다.

 

섬세한 감각의 변화, 베버의 법칙 때문

 

 베버의 법칙은 자극의 강도와 사람의 감각 사이에 일정한 비례관계가 존재한다는 법칙이다. 즉, 처음에 약한 자극을 준 경우에는 자극의 변화가 적어도 그 변화를 쉽게 감지할 수 있으나 초반부터 강한 자극을 가했을 시, 변화를 감지하는 능력이 약해져 작은 자극 하나하나의 변화를 느끼기 어렵다는 것이다. 일례로 도서관에서 오가는 말소리는 약한 자극에 변화를 줬기 때문에 쉽게 감지할 수 있지만 콘서트장의 경우 강한 자극에 변화를 주기에 훨씬 큰 목소리로 소통해야만 한다.

 

 또한 다른 예시로는 과소비가 있다. 우리는 베버의 법칙에 의해 많은 돈을 쓴 뒤에 적은 돈을 쓰면 상대적으로 더욱 적은 돈을 썼다고 느낀다. 해당 법칙에 의하면, A매장에서 마우스가 1만 5,000원이고 B매장에서 마우스가 만 원이라면 사람들은 B매장으로 향하지만, A매장에서 컴퓨터가 200만 원이고 B매장에서 컴퓨터가 199만 5,000원으로 저렴할 땐 굳이 다른 매장으로 향하지 않고 200만 원의 컴퓨터를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 

 

이것도, 저것도 베버의 법칙 탓

 

 더불어 베버는 처음 자극과 다음 자극 간의 차이가 일정 비율을 이뤄야만 해당 자극의 변화량을 감각기에서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수식으로 표현하면, ‘(베버상수) = (나중자극)-(처음자극)/(처음자극)’과 같은 식이 나온다. 베버상수는 감각기마다 일정한 값을 가진다. 베버상수 값이 작을수록 감각은 예민하다. 시각의 경우 베버상수 값이 약 1/100인데, 이는 처음 빛의 세기를 100럭스(Lux) 가했을 때 1럭스 이상 변화해야 밝기를 느낄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이론은 어두운 밤에 빛이 조금만 들어와도 배로 환하게 보인다고 설명한다. 다시 말해, 낮에는 밝은 빛이 주변에 있어도 더 환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람은 현실에서 본 밝기로 그림을 그리는데, 만약 현실에서 느낀 밝기 차이가 1이라면 그림에도 1만큼의 차이로 표현되는 것이다. 그림을 봤을 때 위 그림과 아래 그림 중 어느 쪽이 더 자연스러워 보이는가? 실제로는 아래 그림이 일정한 비율로 밝아지지만, 우리는 위 그림이 더 자연스럽다고 느낀다. 이는 우리가 인지한 빛의 차이와 모니터에 출력되는 밝기가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으로, 이 사소한 상황에서도 베버의 법칙이 작용한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그동안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현상들은 사실 베버의 법칙에 의한 것일지도 모른다. 소비 습관이나 그림을 그릴 때 숨어있는 베버의 법칙을 찾아보자. 매일 같은 일상 속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우리의 감각을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김선혜 기자 | sunhye@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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