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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보도] 수강 신청 시기마다 익명 커뮤니티에 떠도는 “강의 삽니다”
  • 김선혜 기자
  • 등록 2024-11-11 23:5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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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의 거래, 불법은 아니지만 제재는 필요해
지난 9월 수강 신청 정정 기간 당시 본교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는 수십 개의 강의 거래 글이 게시됐다. 이에 본지는 강의 거래가 성행하는 배경을 알아보기 위해 본교 재학생 A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또한 본교 한상범(경제학전공) 교수 및 제37대 인, 연 총학생회 이현식(건축·5) 교육국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강의 거래의 해결 방안을 알아봤다.


대학가에 공공연하게 퍼진 강의 거래

 

 강의 거래는 수강 신청을 성공한 특정 강의를 타 학우에게 일정 금액을 받고 양도하는 행위다. 일반적으로 ‘꿀강의’를 거래하는데, 이는 학점을 높게 주는 강의 또는 원격 수강이 가능한 인터넷 강의를 뜻한다. 강의 거래는 판매자가 수강 신청을 취소하는 즉시 구매자가 수강 신청을 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러한 강의 거래는 본교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본교 에브리타임에는 ‘삽니다’, ‘사례하겠습니다’ 등의 키워드를 검색할 시 여러 강의 거래 게시글이 나온다.

 

 이는 비단 본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남대학교(이하 전남대)는 지난 8월 4일부터 학년별로 수강 신청을 시작해 10일에서 11일까지 전체 학년 공통 수강 신청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전남대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을 통해 ‘생활영어 29분반 팔아요’, ‘채권총론 팔아요’ 등 다양한 강의 거래 게시글이 올라왔다. 이에 전남대 제52대 ‘중심’ 총학생회는 에브리타임에 “강의 거래를 멈춰달라”는 공지문을 게시했다. 또한 지난 1월 전남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 거래에 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총 530명이 참여했으며 그중 179명(33.8%)의 학생이 강의 거래를 하거나 목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전공 수업 듣기 위한 피치 못할 선택 ‘강의 거래’

 

 강의 거래를 통한 금전적 이득을 얻기 위해 수요가 많은 강의를 신청한 뒤 판매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강의는 만 원에서 5만 원 이하 정도로 거래되며 인기가 많은 강의의 경우 10만 원을 넘어서기도 한다. 이렇듯 강의가 높은 가격으로 책정되는 이유에 대해 본교 한상범(경제학전공) 교수는 “일종의 경매시장이 형성돼 다양한 요인에 따라 수요자들의 강한 수요가 발생한다”며 “수요에 따라 시장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수강 신청 시스템이 문제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존재한다. 본교의 수강 신청은 정해진 기간 동안 수강 신청 홈페이지에 접속해 선착순으로 신청하는 방식이다. ‘소망가방’을 이용할 시 초과 인원이 없으면 바로 강의가 신청되지만 문제는 강의 여석이 부족해 신청을 희망하는 학생들을 전부 수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공생 및 복수전공생이 여럿 있거나 인기가 많은 강의는 초과 인원이 몇십 명을 넘을 정도로 경쟁이 심각하다. 이와 관련해 본교 재학생 A씨는 강의 거래의 이유로 “졸업 요건 충족을 위해서도 전공 수업을 들어야 한다”며 “전공 수업 수강 인원을 늘리면 좋겠다”고 답했다. 한 교수는 “강의 거래가 발생하는 주요 원인은 수강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인기 과목에 수강 신청이 몰려 초과 수요가 발생할 시 거래 시장이 형성되는 구조다”라고 전했다. 더불어 인원이 초과된 일부 강의에서 수강 인원을 증원하지 못하는 이유에 관해 “무조건 증원하는 것보다 동일 과목을 여럿 개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하지만 대다수의 대학이 재정 부족으로 충분히 강의를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강의 거래···본교 재학생들 위해 제재해야

 

 전남대의 학칙에 따르면 학생 간 수업 매매 행위를 금지하며 이를 징계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또한 △해당 수업 수강 내역 삭제 △수강 신청 시스템 접속 강제 지연 △학점이월대상 제외 등의 제재를 부과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익명 커뮤니티를 통한 음지에서 거래가 이뤄지는 만큼 실제로 징계받은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강원대학교 법률클리닉센터에 따르면 강의 거래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전했다. 형사적인 제재로서 형법상 업무방해죄에 가깝지만 학생의 수강 신청은 업무가 아닌 권리 행사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한편 현재 본교는 강의 거래를 제재하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 제37대 인, 연 총학생회 이현식(건축·5) 교육국장은 “학사혁신팀에 따르면 수강 신청 시스템상으로 막는 건 불가능하다”며 “금지 시스템을 위해 수정하다가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징계를 내린다면 “수강 신청 취소 내역과 성공 내역을 비교하고 추적해 징계하는 방안이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덧붙여 한 교수는 “시장 효율성 측면에서 강의 거래는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자율적으로 조정하기에 제재가 필요하지 않다”고 전했지만 “강의 거래가 성행할 시 거래 목적으로 신청하는 학생이 생겨 강의 신청 시스템의 취지 왜곡 및 본래 교육 목적을 벗어난 비효율성 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제재가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

 

 이 교육국장은 “임기가 끝나기 전까지 수강 신청 시스템상 오류가 없도록 지속적으로 학사혁신팀에 요청할 예정”이라며 “강의 거래 정황 및 징계에 대해 차후 당선될 총학생회에 제대로 인수인계하겠다”고 답했다.

 

김선혜 기자 | sunhye@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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