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해서 늘어가는 쓰레기, 처리할 인력은 부족해
작년 그린피스에서 발표한 ‘플라스틱 대한민국 2.0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국내 플라스틱 폐기물은 총 1,193만 2,000t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가정에서 분리배출하는 플라스틱 중 배달음식 포장재를 포함하는 ‘기타 폐합성수지류’ 항목은 지난 2019년 대비 80.6% 증가했다. 또한 환경부에서 5년마다 실시하는 전국폐기물통계조사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1인당 하루 생활폐기물 배출량은 950.6g으로 5년 전인 지난 2017년 대비 2.2%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이와 함께 쓰레기를 처리하는 데 드는 비용 또한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실제로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한 해 동안 폐기물 처리를 위해 쓴 비용
이 최대 23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종업원 수가 5인 이하인 업체가 53.1%로 과반수 이상을 차지했으며 10인 이하는 73.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종업원 수가 100인을 초과하는 업체는 105개로 전체의 1.5%에 달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더불어 지난 2022년 폐기물 재활용실적은 8만 1,401천톤으로 집계됐으며 이는 전년도 폐기물 재활용실적(8만 324천톤) 대비 약 1.3%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처리해야 하는 폐기물의 양은 늘어나고 있지만 직원의 수는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본지와 통화를 진행한 경기도 소재의 재활용선별센터는 아직까지도 추석 쓰레기로 인해 바쁘다 전할 정도로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한 상태다.
재활용선별센터에 숨겨진 진실
뿐만 아니라 재활용선별센터 근로자는 안전을 위협하는 근무 환경에 놓여있다. 지난달 21일 여성환경연대의 노동안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77명의 작업자 중 93.2%가 근무 중 베이거나 다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서울시 양천구 재활용 쓰레기 선별장의 한 작업자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비닐봉지에서 반려동물 사체가 나온 적도 있고 날카로운 바늘에 손을 찔리기도 한다”고 전했다. 더불어 지난 6월, 서울 용산구 재활용 선별장에서 50대 남성이 압축 작업 기계에 몸이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며 근무 환경의 심각성이 드러난 바 있다.
이에 현재 현행 폐기물관리법은 폐기물 수집 및 운반 노동자들의 안전기준만을 담고 있어 재활용 선별 노동자를 위한 안전기준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재활용품 선별원은 강제력 있는 안전기준이나 근무여건을 파악할 수 있는 공적 실태조사도 없다. 민주노총과의 인터뷰를 진행한 직원 A씨는 지하 작업 환경에서의 화재 위험을 언급하면서 “작은 라이터나 배터리, 압축된 부탄가스 통 하나가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작년 3월 서울의 한 자원순환센터에서 재활용 쓰레기 더미에 화재가 발생해 총 4시간에 걸쳐 화재를 진압한 바 있다. 이곳 또한 지하 작업장이었다는 점에서 진화 작업이 매우 어려웠다.
폐기물 처리시설은 국가와 지자체에서 책임지도록 하고 있지만 상당수가 민간에 위탁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22년 전체 재활용 업체 중 71%가 민간업체로 이뤄지고 있음이 확인됐다. 이 때문에 근로자들은 몇 년간의 위탁 기간이 끝나 수탁회사가 변경되면 고용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으며 이윤이 중시되는 민간 위탁 업체의 특성상 노동환경 개선을 얘기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재활용선별센터에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본지는 근무환경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용인시 처인구 고림동에 위치한 재활용센터 현장에 찾아가 봤다. 먼저 직원의 안내를 통해 재활용 선별 공정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우선 새벽 5시경 일상이 시작되기 전에 사람들이 내놓은 쓰레기들의 수거를 끝내야 한다. 이후 봉지에 묶여 온 쓰레기를 파봉한 후 재활용이 되지 않는 것들을 손으로 골라내는 1차 수선별을 진행한다. 1차 수선별을 마치면 기계 고장의 원인이 되는 이물질을 철저하게 골라내기 위한 2차 수선별 작업이 이어진다. 그 후 기계를 이용해 같은 종류의 폐기물끼리 모으는 작업이 진행된다. 최종 수선별까지 총 세 차례의 수선별을 끝내면 쓰레기를 압축해 판매하는 등 모든 과정이 마무리된다.
용인시 고림동 재활용센터의 경우 하루 평균 40~60t의 쓰레기가 들어온다. 그러나 10명도 채 되지 않는 직원들이 모든 쓰레기를 선별해야 해 작업 강도가 매우 높은 수준이다. ‘2020년 숫자로 보는 용인시의 인구변화’에 따르면 해당 재활용센터가 위치한 용인시의 인구는 2000년대 초반 약 60만 명에서 최근 약 110만 명을 넘겼다. 건설 당시의 인구인 60만 명에 맞춰져 설립된 재활용센터지만 현재는 더 많은 폐기물이 들어오며 확충 사업을 추진했으나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용인도시공사의 환경사업처 기계직 장승웅 주임에 따르면 “쓰레기가 많이 들어와 빠르게 부패하기 때문에 근무자들의 질식 위험이 있어 공간을 개방해야만 한다”며 “이 때문에 더울 땐 덥게 추울 땐 춥게 일을 해야 한다”고 현장 근무의 고충을 토로했다. 또한 “벌레도 많아 작업 중 입안에서 바퀴벌레가 기어다니기도 하고 발 위에 쥐가 있어 놀란 작업자도 있다”며 “충격을 받고 퇴사하는 경우가 있다”고 언급해 상황의 심각성을 전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정기적으로 소독을 진행하고 있음에도 개방적인 공간인 만큼 한계가 존재한다. 더불어 한 자세로 같은 작업을 반복해 허리, 어깨의 통증을 호소하는 등 각종 직업병에 시달리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덧붙였다.
개선을 위한 관심이 절실한 때
재활용선별센터의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해선 악취 제거 및 공기 정화 시스템을 강화해 작업장 내 공기 질을 개선해 쾌적한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가장 대두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공공선별장 187곳 중 현대화 설비를 도입한 곳은 17곳으로 전체의 9%에 불과하다. 민간업체 또한 비용 부담을 이유로 시설 도입을 망설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선별장 자동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귀찮음의 이유로 세척하지 않고 버려지는 쓰레기들로 인해 재활용선별센터는 업무에 있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재활용률이 떨어져 환경 오염을 야기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이로 인해 재활용선별센터 근무자들의 업무 부담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장 주임은 “하나의 쓰레기가 오염되면 200개의 다른 쓰레기까지 오염된다”며 “분리수거도 안 될뿐더러 오염된 쓰레기로 인한 악취가 작업자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고 전했다. 더불어 가까이서 마주한 현장에는 예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수많은 양의 △일회용 컵 △배달 용기 △각종 플라스틱 포장재가 재활용 불가 판정을 받고 버려지고 있었다. 특히 겉면 상표 비닐은 그대로 불어있고 내용물로 가득 찬 병이 나뒹굴었다. 장 주임은 “오염물질이 묻어있거나 화장품과 같은 혼합제품 등은 재활용이 되지 못한다”며 “이 때문에 기계 고장 문제까지 발생될 경우 작업 속도는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활용 분리배출 기준이 다르다는 점도 문제다. 정부는 쓰레기에 대한 책임을 부여하기 위해 아파트마다 민간 업체와 계약해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수거 위탁업체가 각 지역과 아파트 단지마다 제각각이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 환경부에서 가이드라인을 제공해 주지만 ‘재활용가능자원의 분리수거 등에 관한 지침 제4조’에 근거해 지역의 현실에 맞춰 자율적으로 분리배출 방식을 결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시민들의 혼란을 가중하고 올바른 분리배출의 체계를 무너뜨리는 원인이 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때문에 정부의 체계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할 때라는 주장이 지배적이다.
더불어 선별 효율을 향상하려면 가정에서 올바른 분리배출이 우선시 돼야 한다. 페트병은 반드시 라벨을 제거하고 공기를 뺀 후 압축해 배출해야 하며 너무 작은 비닐류나 플라스틱은 일반쓰레기로 버리는 것이 선별 작업에서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음식물이나 오염물질이 묻은 쓰레기는 악취를 유발하기에 세척이 필수다. 이에 대해 장 주임은 “분리배출이 올바르게 이뤄진다면 수선별 작업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전했다. 끝으로 “재활용센터가 없다면 쓰레기들로 인해 발 디딜 틈도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자녀가 친구들에게 부모님이 쓰레기 더미에서 일한다며 놀림을 당하는 경우도 많다”며 “폐기물을 선별하는 작업을 무시하지 않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시민들의 인식개선을 강조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재활용선별센터에서는 높이 쌓인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지금도 악취와 위험을 무릅쓰고 일하고 있다. 이들이 사회에서 필수적인 존재임을 잊지 말고 각자의 자리에서 올바른 분리배출을 실천하는 것이 우리가 마땅히 실천해야 할 일이지 않을까.
글·사진 정예은 기자 Ι 202412382@kyongg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