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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메인] 매일 타는 버스가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면
  • 오수빈 수습기자
  • 등록 2024-11-05 13:4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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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스 구인난, 각 지자체 대책 마련에 총력 기울여
요즘 버스에 탑승하면 차내에 부착된 구인 포스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는 버스 기사가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차간격 증가, 노선 폐지 등 시민의 일상에 불편이 가중되고 있는 지금, 본지는 버스 기사 구인난의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기사님들, 다 어디 가셨어요?

 

 지난 5월,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이하 연합회)에 따르면 전국 버스 운전자 수는 지난 2019년 8만 9,980명에서 8만 5,417명으로 지난 4년 사이 4,500명 넘게 감소한 모습을 보였다. 대략 1년에 1,000명 가까이 감소한 수치다. 이러한 감소세는 마을버스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시에 따르면 1년 사이 마을버스 운전기사의 수가 2,992명에서 2,756명으로 감소했으며, 기사 수가 부족해 배차간격을 1시간 가까이 늘린 노선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다면 이렇게 버스 기사가 부족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시내버스와 광역버스의 경우, 일정 연차가 쌓이면 400~500만 원 정도의 월급을 수령하기에 이전에는 꽤 괜찮은 직업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업무 강도가 증가하는 반면 이를 반영하지 않은 수입 탓에 직업의 매력도가 현저히 떨어진 것이다. 또한 현재 대다수의 버스 회사는 격일제 근무를 채택해 하루 17~18시간의 장시간 운전을 한 후, 다음날 출근하지 않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러한 17시간 격일제 근무가 대체제인 매일 2교대 근무보다 노동 강도가 훨씬 높기에 문제가 되는 실정이다.


 지난 2018년 이뤄진 근로기준법의 개정으로 근로 시간이 단축된 것 또한 구인난의 요인으로 언급되고 있다.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인해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며 장시간 근무를 통해 야간 수당 등 초과 임금의 비중을 높이는 버스 회사의 구조와 맞지 않아 임금이 큰 폭으로 줄어들게 된 것이다. 더불어 근로기준법 개정 2년 뒤, 코로나19로 인해 버스 회사의 경영난이 일어나 운송 업계는 침체에 빠져 아직도 회복하지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버스 기사 감소, 고스란히 시민의 불편으로 돌아와…


 먼저 버스 기사 구인난이 초래한 문제로 배차간격 증가와 서비스 수준 악화가 꼽힌다. 하지만 안전사고 발생 또한 새로운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전체 버스 운전자 중 60세 이상은 지난 2019년 17%에서 작년 27%로 4년 사이 약 10%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버스 기사의 고령화 및 업무 과중이 이뤄짐과 동시에 신규 채용 기사도 급하게 현장에 투입되다 보니 미숙련 기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로 인한 불편과 위험은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오고 있어 업계에선 버스 기사 구인난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보고 있다.


 업계가 구인난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한편, 대다수의 버스 업체가 △승객 감소 △유가 상승 △인건비 부담과 같은 여러 요인으로 경제적 타격을 입고 있다. 시내버스의 경우 준공영제1)를 통해 지자체에서 손실의 일부를 보전하지만, △시외버스 △고속버스 △마을버스는 적자를 피할 길이 없다. 실제로 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2020~2022년 시외버스와 고속버스 업체 77곳이 입은 영업손실은 5,302억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구인난과 더불어 적자가 계속될 경우 운행에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 수익성 낮은 노선의 폐지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화성시의 한 버스 회사는 버스 기사를 구하지 못해 두 개의 노선을 폐지하기도 하며 이와 같은 문제가 점차 확대되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시민들의 불편 호소에도 불구하고 작년 화성시 관계자는 “앞으로도 보조금을 받는 수요가 적은 노선은 감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버스 인력난, 해결책은 없을까


 현재 경기도는 132개 노선의 공공버스 운영지원 사업을 추진해 적자 노선의 재정지원을 지속하고 있으며, 일부 노선에 대해 공공관리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는 운행 수입을 100% 성과급으로 분배하고, 3년마다 안전관리와 서비스 수준을 평가해 재계약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보조금에 의존한 부실 경영이라는 기존 준공영제의 단점을 보완해 투명한 관리로 업체의 부담을 줄이고 서비스의 질을 향상할 수 있게 했다. 이와 같은 준공영제를 확대해 버스 업계의 회생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음으로 임금 인상이 있다. 인력난으로 인해 높아진 업무 강도를 소화하는 기사의 수입을 확대해 구인난을 해결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임금이 인상될 경우 버스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문제로 꼽힌다. 일례로, 지난달 경기 버스 노사는 총파업 위기 에서 준공영제·민영제 노선 모두 임금 7% 인상으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관계자 측에서 내년 상반기 또다시 버스 요금 인상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 밝히며 인상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오수빈 수습기자 Ι soobin2946@kyonggi.ac.kr


1) 정부의 노선 관리, 재정 지원으로 안정적인 버스 운행을 지원하는 사업. 적자가 발생할 시 그만큼의 손해를 보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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