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제22대 국회는 ‘사상 최초’라는 단어가 꼬리표처럼 매 순간 따라붙었던 국회로 헌정사에 기록될 것이다. △사상 최초 야당 단독 개원 △민주화 이래 최초의 대통령 개원식 불참 △최단기 국회의장 사퇴 촉구 결의안 발의 등이 제22대 국회를 대표할 수식어들이다. 이처럼 여야 정국이 극에 달했던 국회는 다시 등장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190석을 등에 업은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 △행정 수반의 거부권 행사의 잇따른 반복 △여당의 야당 대표를 향한 사법리스크 저격 등 국회의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그들에게 주어진 역할의 전부인가?
선출직은 국민이 자신을 대변하는 이를 스스로 선택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상징과도 같다. 300명의 선출된 국회의원은 각 지역구와 계층을 대변한다. 민심을 대변할 의무를 스스로 자원해 받아들인 그들의 행태는 현재 어떤가? 정적 제거에 몰두해 법안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야당,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가졌으나 야당과 마찬가지인 여당, 민생을 위하겠단 공약은 허울만이 남았다. 특히 상호 존중은 찾아볼 수 없는 말꼬리 잡기에 급급한 의정은 과연 선진 민주주의 국가의 입법부 구성원들이라 볼 수 있는지조차 의문이다.
배지의 무게는 강력한 권한이 아닌 민의를 대변할 의무에서 나온다. 국회의원 당선은 해당 지역의 토호 인정이 아닌 지역구 주민과 국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 것에 불과하다. 다양한 공약을 내세우며 받은 수만, 혹은 수십만 국민의 선택에 부응해 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아니라면 자신들에게 부여된 의무가 무엇인지에 대해 신중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은 1948년 정부 수립 이래 권위주의 정권을 떠나보내고 87년 체제를 통해 민주화를 맞이한 지 40년이 채 되지 않았다. 민주화라는 결실을 맺기까지 전국 각지, 각계각층에서 노력한 이들의 가치를 폄하할 수 없다. ‘화무십일홍 권불십년(花無十日紅權不十年)’, 열흘 지나 저물지 않는 꽃 없고 권력은 10년을 채 잡지 못한다. 이 말의 뜻은 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다. 민주화를 위해 투쟁했던 그들이 현재 국회에 앉아있는 지금, 과거 본인들이 추구했고 오늘날 만들어 나가고 있는 사회가 정녕 지금의 모습인지 신중히 생각해보길 기원한다.
임현욱 기자 Ι 202310978lhw@kyongg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