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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더하기] 지역축제는 계획대로 되지 않아
  • 임현욱 기자
  • 등록 2024-10-29 14:3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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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상이변이 불러온 ‘꽃 없는 꽃축제’
지역축제는 각 지역의 문화와 자연을 알릴 수 있는 좋은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현재 기상이변으로 인해 축제가 축소·취소되면서 지역의 특색이 죽어가고 있다. 이에 본지는본교 김창수(관광문화콘텐츠학과)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역축제의 현실을 담아봤다.

 

적신호 켜진 지역 홍보의 대명사, 축제

 

 해마다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지역축제는 개최 지역부터 주제까지 매우 다양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연도별 지역축제 정보 안내-2024년 지역축제 개최 계획’에 따르면, 올해 열리는 지역 축제는 1,170여 건에 이른다. 본교 김창수(관광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축제는 해당 지역의 특산물이나 자연물 등을 활용한 지역 브랜드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며 “지역축제는 지역 사회에 수많은 유무형의 이익을 가져다 준다”고 지역축제의 순기능을 언급했다.

 

 그러나 지역축제에 큰 위기가 불어오고 있다. 빠르거나 늦어지는 개화 시기, 급감하는 수확·어획량 등 기후 변화로 인해 해당 지역의 환경이 변화하며 큰 차질을 안겨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 따라 예정된 축제 기간 내 주요 상품을 내세우지 못하는 등 각종 문제가 잇따르고 있다. 전라남도 신안군의 대표 축제인 ‘퍼플섬 아스타 축제’는 꽃이 제대로 개화하지 못해 축제를 취소했다. 더불어 강원특별자치도 양양군은 송이버섯의 출하량과 연어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양양송이연어축제’ 준비에 문제가 발생했다. 때문에 아예 ‘생태축제’로 주제를 변경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뿐더러 지난 3일 시작해 13일까지 전북특별자치도 정읍시에서 열린 ‘구절초 축제’는 축제 기간이 끝나고 나서야 꽃이 피는 참사가 발생했다.

 

꽃처럼 시들어 가는 지역 경제

 

 이같이 전국 각지에서 발생한 축제 축소·취소 배경으로 심각해지는 기후 변화가 지목된다. 신안 ‘퍼플섬 아스타 축제’와 같은 봄철 축제는 극심한 한파의 영향을 받아 꽃이 아예 안 피거나 늦게 피는 경우가, 정읍 ‘구절초 축제’처럼 가을철 열리는 축제는 폭염의 영향을 받아 늦춰지는 경우가 잦았다. 특히 올해는 지난 여름 폭염과 마찬가지로 극한의 한파가 예고되면서 내년 축제 일정들에도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이같은 기후변화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김 교수는 “축제는 한 해 날씨와 일정을 계산해 기획하기 때문에 계절을 담보로 한 축제들은 기후 변화의 영향을 많이 받아 어려움이 크다”며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축제 시기를 완벽히 맞추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기후 변화가 예측성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다”며 기후 변화가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언급했다. 특히 올해 지역 축제 중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는 △특산물 △생태자연 △기타(꽃축제) 유형이 전체 1,170건 중 476건으로 40.6%에 달해 앞으로의 지역 축제에 큰 고심을 안겨주고 있다.

 

지역축제, 근본부터 변화해야

 

 지역축제의 실패에 따라 끊기는 관광객의 발길은 지역 경제 침체 악순환을 불러오고 있다. 축제 실패에 따른 직접적인 경제적 손해가 가장 타격이 크다. 앞서 언급한 정읍 구절초 축제의 경우 시기가 어긋나며 예산 7억 5,000만 원이 낭비됐다. 더불어 지역 축제에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지역에 머물며 발생하는 △요식업 △숙박업 △운송업들의 수익도 감소하게 된다. 김 교수는 “지역축제의 경우 축제 기간 동안 적게는 수만, 많게는 수십만 명의 관광객이 왔다 간다”며 “이들의 발걸음이 끊어졌을 때의 경제적 파장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기후 변화로 인한 지역축제의 위축은 행사 실패에 따른 단순 경제적 손해에서 그치지 않는다. 김 교수는 “지자체의 축제 실패를 통한 신뢰도 하락이 무형의 손해 중 가장 크다”며 “당해 축제 실패뿐만 아니라 일정 자체가 틀어지게 되면서 국내외 관광객들을 위한 행사 상품 계획에서부터 배제되며 잠재적인 손해비용도 막심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지역 축제 붕괴를 대비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작년 한국환경연구원은 기후변화에 대한 지역 축제 차원의 대응 방안으로서 △행사 관계자들의 기후변화적응 인식을 통한 근본적 접근 △화학적·물리적 방안을 통한 개화 시기의 조정 △기후변화 적응형 축제 발굴 등을 제시했다. 이에 김 교수도 “변화하는 기후에 맞춘 축제의 변화가 아닌 기후에 영향을 받지 않는 축제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특히 “자연물을 축제의 상징으로 이용하고 이를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된다면 기후에 축제의 모든 성패가 좌우되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전했다. 이와 더불어 김 교수는 “축제의 본질과 특성을 고려한 심도 깊은 고민이 해당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의 방향성을 제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후 변화로 인해 지역 축제의 전통적인 소재들이 더 이상 활용되지 못하는 길로 접어들고 있다. 기후를 완전히 과거와 같이 되돌리기 어려운 지금, 지역 홍보와 발전을 위해 지역축제 방향성을 다시 한번 고민하고 변화를 꾀해야 할 때다.

 

임현욱 기자 Ι 202310978lhw@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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