얌전하던 아들 ‘미나토’의 이상행동은 예상치 못한 태풍처럼 갑작스레 찾아왔다. 어느 날은 신발 한 짝을 잃어버리고 오더니 다음 날에는 돌연 머리를 자르는 등 미나토는 점점 엇나가는 행실을 보였고 남편 없이 홀로 아이를 키우고 있던 싱글맘 ‘사오리’는 예전 같지 않은 아들의 모습에 그를 추궁하게 된다.
끝내 사오리는 미나토의 담임, ‘호리 선생’이 미나토를 상대로 신체·언어적 폭력을 가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녀는 곧장 교무실로 향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지만 일선의 대응은 형편없었고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호리 선생마저 사탕을 먹거나 억지로 사과하는 등 부적절한 태도를 보인다. 사오리의 분노는 화마처럼 번졌고 끝내 호리 선생을 고소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학부모 간담회 자리를 앞두고 호리 선생이 자신의 결백을 호소하면서 영화는 반전을 맞이한다. 되레 미나토가 동급생 ‘요리’를 괴롭혔다는 것이다. 그렇게 사건은 점점 미궁으로 빠지고 이에 연루된 이들은 혼란에 혼란을 거듭하며 서로를 괴물로 지목하기에 이른다.
“괴물은 누구게?”
『괴물』 中
미스터리 장르를 주축으로 하는 영화 ‘괴물’은 △사오리 △호리 선생 △미나토의 각기 다른 관점에서 하나의 사건을 재구성하는 3장 형식을 취한다. 사건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 생기고 없어지기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관객은 필연적으로 흑백논리, 비난과 조롱의 늪에 빠지게 되는 연출을 택한 건 신의 한 수였다.
모든 인물의 인생을 심층적으로 이해하게 되는 순간, 극 중 명백한 빌런 즉, 절대 악은 없었다는 교훈만이 뇌리에 선명히 각인되기 때문이다. 영화 속 등장인물은 저마다 사회적 하자를 갖고 있으며 때때로 이들의 흠결은 낙인이 돼 평생을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기라도 하듯 △사오리는 ‘한부모가정에서 자란 아이가 멀쩡할 리 없다’는 △호리 선생은 ‘감정 하나 조절 못하 는 작자의 사생활이 깨끗할 리 없고 선생될 자격은 더더욱 없다’는 △미나토는 ‘어린이가 동성 친구를 사랑할 리 없다’는 세간의 편견과 맞서 싸우며 살아간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메시지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그는 오늘날 관객들에게 섣불리 소수자를 괴물로 인식하는 사회, 갈라치기의 색안경을 끼고 제멋대로 사람을 평가하는 사회가 과연 옳은지 되묻는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누구나 명과 암의 두 자아를 품고 살아간다. 이 영화는 3장에 걸쳐 화살을 돌리다 결국 이 거대한 마녀 사냥에 동참하고 있던 관객 본인이 괴물임을 깨닫게 되는 작품이다. 과연 이 사회의 진정한 괴물은 누구인가. 아니, 어쩌면 괴물은 애초에 없었던 걸지도 모르겠다. 사회의 프레임이 그들을 철창에 가두고 괴물이라는 이름표를 붙여준 건 아니었을까
이수민 기자 Ι leesoomin22@kyongg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