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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당신의 하늘은 누구인가요?
  • 김봄이 기자
  • 등록 2024-10-08 16: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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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그룹 에이핑크의 앨범들이 잇따라 흥행했던 2010년 후반, 그룹의 인기와 함께 떠오른 메인보컬 정은지의 음악 실력은 세간에 주목을 끌기 충분했다. 파워풀한 보컬을 지닌 정은지는 지난 2016년 4월 첫 솔로곡 <하늘바라기>를 발표하며 솔로 가수로의 출사표를 내던졌다. 진부한 사랑 얘기가 아닌 가족애를 주제로 한 위 곡은 빠른 시일 내 음원 차트 1위를 달성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자랑했다. 정은지는 이듬해 두 번째 미니앨범을 선보이며 솔로 가수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지금은 연기, 음악 등 다방면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그녀의 곡들은 올해 음악 플랫폼 멜론에서 누적 스트리밍 10억을 돌파하는 등 대중이 사랑하는 가수로 자리매김했다.


 수많은 그녀의 명곡 중 <하늘바라기>는 아름다운 가사가 돋보인다. 정은지는 어린 시절 부모님의 맞벌이로 동생을 혼자 돌봤던 순간을 회상하며 작사·작곡에 참여했다고 한다. ‘그대를 위로해요, 그대를 사랑해요, 그대만의 노래로’와 같은 따듯한 가사에서는 힘든 시기를 지나온 부모님을 위로하려는 딸 정은지의 사랑이 물씬 느껴진다. 동시에 ‘꼬마야 약해지지마 슬픔을 혼자 안고 살지는 마’라는 가사를 통해 그녀 자신과 핸드폰 너머 이 곡을 듣고 있을 모든 이에게도 위로와 응원을 전해준다. 가사와 어우러지는 잔잔한 멜로디를 리드하는 아름다운 하모니카 연주는 순수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듯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특히 감미로운 피아노 선율과 정은지의 음색이 하모니를 이루는 피아노 버전의 곡을 감상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추억에 흠뻑 빠져들 수 있을 테다.

 

후회 없는 삶들

가난했던 추억

난 행복했다

『하늘바라기』 中

 

 잠잠히 노래를 듣다 보면 어린 시절 퇴근하는 아버지를 기다렸던 당시의 기억이 떠오르곤 한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아버지와 살게 된 기자는 조부모님과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며 매일 아버지가 퇴근하길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면서도 소풍, 가족 여행 등 대다수가 쉬이 얘기하는 어릴 적 흔한 추억 하나 없다는 점에서 아버지를 탓하고 원망했다. 그러나 그때 당시 가장 좋아했던 곡이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얘기하는 이 앨범이라는 게 아이러니하게 다가왔다. 성인이 된 후 오랜만에 접한 노래는 그때의 기자가 이 앨범을 가장 좋아했던 이유를 알게 해줬다. 많이 밉지만 그만큼 아버지를 이해하고 사랑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또 가사의 내용처럼 언젠가 행복했다며 지난날을 회상할 수 있길 고대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곡의 노랫말처럼 우리 모두 각자만의 하늘을 가지고 살아간다. 그 하늘이 부모님일 수도 다른 누군가일 수도 있다. 만일 노래를 들으며 떠오르는 존재가 있다면, 낯간지럽고 쑥스러울지라도 직접 사랑의 마음을 전해보는 게 어떨까. 반복되는 일상에 치여 까맣게 잊고 살았던 소중한 그 시절로 잠시나마 다녀올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김봄이 기자 Ι qq4745q@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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