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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이] 난립하는 정당 현수막, 무용지물 된 개정안
  • 오수빈 수습기자
  • 등록 2024-10-16 21:4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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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전한 거리를 위해 정당의 협조가 필요한 시점···
지난해 급격히 증가한 정당 현수막이 시민들에게 불편을 준다는 지적이 일었다. 이에 인천시는 조례를 제정해 정당 현수막 철거를 진행했고, 법 또한 개정됐지만 여전히 길가에는 불필요한 내용의 정당 현수막이 만연하다. 이에 본지는 현 상황의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고스란히 쓰레기가 되는 정당 현수막


 국내 정당들은 현수막을 통해 정책 및 공약 홍보, 명절 인사 등의 내용을 시민들에게 전해 왔다. 하지만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난 2022년 12월을 기점으로 이러한 정당 현수막 설치가 여러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지자체의 허가와 엄격한 규격을 따르도록 한 기존 옥외광고물법에서 ‘정당이 판단한 정치적 현안’에 대한 현수막을 사전 신고나 허가 없이 아무 데나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개정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분별한 현수막 설치는 도시 미관을 해치고, 보행자·운전자의 시야를 가려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된다. 실제로 작년 2월, 인천에서는 정돈되지 않은 정당 현수막 줄에 전동킥보드를 타고 가던 시민이 걸려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하며 한차례 논란이 들끓은 바 있다.


 또한 이러한 폐현수막이 고스란히 쓰레기로 버려진다는 점에서 환경 문제도 대두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수거된 폐현수막은 약 6,100t으로, 선거가 다가올수록 급격하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올해 총선을 치른 후 수거된 폐현수막 또한 약 2,500t으로, 폴리에스터 소재로 만들어지며 정치인의 얼굴과 정당이 인쇄된 현수막 특성상 업사이클링 상품으로도 재활용이 어려워 약 70%에 달하는 정당 현수막이 폐기 절차를 밟았다.

   

인천시의 첫 철거 감행, 그러나 무효화된 조례


 이러한 정당 현수막에 대해 인천 시민들은 도로 안전을 위협하고 지나친 비방 내용을 담아 위화감을 조성한다며 지적했다. 이에 작년 4월 27일, 시민옥외광고물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조례의 일부 개정안을 인천시의회에 제출했고 가결됐다. 개정안은 △정당 현수막 지정 게시대에만 게시 △지정 게시대에 게시하는 경우 선거구별 4개 이하 △혐오, 비방 내용 금지 등을 포함한다. 이에 따라 인천시는 길거리의 무분별한 현수막들을 국내 지자체 최초로 철거했다. 인천 시민들과 네티즌들은 해당 행위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는 인천시의 개정 조례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상위법과 충돌한다며 인천시의회를 상대로 작년 6월 조례 의결 무효 확인 청구 소송을 진행했다. 결국 올해 7월, 대법원이 무효를 확인하면서 해당 조례는 효력을 잃었다.

 

법 개정과 지자체들의 시도도 무용지물 되나


 전국적으로 정당 현수막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이어지자 결국 올해 1월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및 시행령 개정안’은 이러한 정당 현수막의 무분별한 설치를 막기 위해 새롭게 시행됐다. 이에 따라 각 정당은 이전과 달리 읍면동별 2개 이내의 현수막만을 게시할 수 있게 됐다. 또한 현수막이 신호기, 안전표지를 가리지 않아야 하며 이를 위반할 시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철거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최근 울산시는 총 570여 개의 현수막을 수용 가능한 정당 현수막 전용 게시판을 설치했다. △시민 △지자체 △정당 간의 절충안을 내기 위한 지자체들의 시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행안부가 발표한 ‘시·도별 정당 현수막 정비실적’에 따르면 정당 현수막은 지난 6월엔 570개, 8월엔 945개로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다. 실제로 지난 추석 게재된 명절 인사 현수막은 불필요한 내용을 담았을뿐더러 개정안에 따른 표시기간을 넘겨 게시된 모습을 보였다. 또한 목 좋은 자리를 지키며 소속 정당의 다른 현수막과 교체할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을 끌겠다는 의도라며 비판이 제기됐다. 또한 위반 사항을 근거로 지자체에서 강제 철거를 진행할 시 정당 측에서는 개당 1만 원 정도의 철거 비용을 아끼는 셈이 된다.


 정당 현수막은 이제 단순한 정당 싸움이 아닌 시민들의 안전과 편의를 위협하는 시설이 됐다. 민심은 단순한 정당 현수막이 아닌 진심으로 시민을 생각하고 위할 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오수빈 수습기자 soobin2946@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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