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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이] 하늘에서 쓰레기가 내려와
  • 박상준 기자
  • 등록 2024-10-08 16: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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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개월간 약 6,000개, 계속되는 안보 위협
지난해 11월, 북한의 9.19 군사합의 전면 폐기 선언 후 연쇄적인 도발이 이어져 왔다. 뿐만 아니라 지난 5월 28일 부터 북한이 대북 전단에 대한 보복의 일환으로 대규모 오물 풍선 살포를 시작하며 한반도의 분위기가 경색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본지는 고려대학교 임재천(통일외교안보전공)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 상황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그칠 줄 모르는 오물 풍선 살포


 지난해 9월, 접경지역에서의 대북 전단 및 기타 물품의 살포 행위를 금지하는 이른바 ‘대북 전단 금지법’이 효력을 잃음에 따라 여러 시민단체가 이북으로 다량의 대북 전단을 살포하기 시작했다. 이에 지난 5월 26일, 북한은 국방성 부상 명의의 담화 발표를 통해 탈북민으로 이뤄진 일부 시민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맹비난하며 ‘남쪽에 오물 풍선을 날리겠다’고 예고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이틀 뒤인 28일, 북한은 우리나라를 향해 생필품 쓰레기와 퇴비 등으로 이뤄진 오물이 담긴 풍선 260여 개를 살포했다. 이는 휴전선 접경 지역부터 전라북도, 경상남도 등 비교적 거리가 먼 지역에서도 발견되며 전국 각지에 피해를 입혔다.


 이후 지난 6월 4일, 북한의 크고 작은 도발이 계속되자 정부는 남북 간의 상호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9.19 군사합의 전부효력정지를 결정했다. 이에 군사합의에 명시된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 전면 중지’가 무력화됨에 따라 5일 뒤, 6년 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응에도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는 끊임없이 이어져 지난 3일 기준, 총 24차례에 걸쳐 6,000여 개에 달하는 오물 풍선이 넘어온 상황이다. 이로 인한 화재 및 재물 파손 등의 피해도 이어지고 있어 한반도 내 분위기는 점차 고조되고 있다.


오물 풍선 통해 얻고자 한 것 ‘사회 교란’


 북한의 오물 풍선을 이용한 저강도 도발이 이어짐에 따라 오물 풍선 살포의 진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많은 논의가 일고 있다. 먼저 오물 풍선 살포가 한국 사회를 교란하기 위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대다수다. 실제로 북한이 오물 풍선을 날리는 이유로 대북 전단 살포에 대응하기 위함이라는 명분을 내세운 만큼 대북 전단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일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지난 6월 11일,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긴급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열고 “대북전단 살포 예상 지역에 즉시 특별사법경찰들을 출동시켜 순찰 및 감시를 강화하도록 하겠다”며 “이는 단순히 대북 전단에 대한 대응의 차원이 아니라 도민과 국민의 안전 그리고 평화를 지키기 위한 취지”라며 대북 전단에 대한 단속을 실시하겠다 밝혔다. 하지만 시민단체가 계속해서 대북 전단을 살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함에 따라 두 입장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고려대학교 임재천(통일외교안보전공) 교수는 “대북 전단 활동의 자유도 존중돼야 하지만 우리 국민들이 피해를 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다른 방법을 고민해 보는 것이 좀 더 지혜로울 것”이라 전했다. 이어 “아직 현실화 되고 있지는 않지만, 오물 풍선을 통해 살상용 무기를 날려 보낼 수 있다는 잠재적 신호를 보냄으로써 심리적 위협을 가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 덧붙였다.


선 넘으면 대응 수위 높일 것


 한편 향후 오물 풍선에 대한 대처 방식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에 넘어오기 전 타격하는 것과 날린 원점을 타격하는 등의 대응을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합동참모본부는 지난달 23일 오물 풍선 살포를 두고 “북한의 계속된 쓰레기 풍선으로 인해 우리 국민 안전에 심각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선을 넘었다고 판단될 경우 군은 단호한 군사적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 경고했다. 이에 대해 임 교수는 “현실적으로 우리 정부가 오물 풍선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에는 한계가 있다”며 “그러한 상황에서 너무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것은 현명하지 않으니 더 합리적인 방법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대응은 상호 간의 불화와 상처만을 남길 것이란 주장이다.


 크고 작은 도발을 계속해 오던 북한은 지난 5월 28일 이후로 오물 풍선 살포에 주력하기로 한 것처럼 보인다. 9.19 군사합의도 전면 파기된 한반도의 평화가 언제 깨질지 모르는 지금, 경각심을 가져야 할 때다.


박상준 기자 Ι qkrwnsdisjdj@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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