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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대학가] 불 꺼진 대학가 언제쯤 불 켜질까
  • 홍지성 기자
  • 등록 2024-10-08 16: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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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록달록 청춘? 현실은 뒤숭숭한 대학가일 뿐
청춘과 낭만의 상징이었던 대학가에 어둠이 들이닥치고 있다. 연합동아리 내 마약 사건,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며 대학가는 예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이에 본지는 대학가를 덮친 각종 범죄에 대해 본교 장현석(경찰행정학전공)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세히 알아봤다.

대학가를 삼킨 큰 어두움 


 지난 8월 대학생 연합동아리 ‘깐부’ 내에서 마약 파티를 일삼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연합동아리는 하나의 대학으로 한정되는 것이 아닌 대학교의 학생이면 가입할 수 있다는 특징을 지닌다. 전국 회원 수 2위였던 깐부는 수도권 명문대 내 재학생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동아리다. 그러나 단순 친목이라는 취지를 넘어 지난 2022년부터 마약을 공동 구매해 △MDMA △LSD △케타민 △필로폰 △합성대마 순으로 더 강한 마약에 손을 댔다. 최근 마약 접근성이 높아지며 공급량이 늘었고 수입되는 물량이 많다 보니 가격이 저렴해져 손쉽게 구입이 가능해진 것이다. 해당 동아리는 마약에 중독된 회원들에게 텔레그램 및 암호화폐를 통해 마약을 고가에 판매하며 경제적인 이익도 챙겼다. 이후 동아리원들이 처벌을 피하고자 약 9,000명의 회원이 가입된 텔레그램 채널에서 증거 인멸 및 수사 회피 방법을 공유하던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러한 사건 이후 연합동아리를 들어가고자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 또는 캠퍼스픽을 물색하던 대학생들은 범죄에 대한 부담을 느끼며 신뢰도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불특정 다수가 모이는 연합동아리 자체를 기피하는 등 대학가 내 공포 분위기가 조성됐다. 


 위 범죄로 인한 공포가 사그라들기도 전, 텔레그램을 통한 대학가 내 범죄 사실이 밝혀졌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딥페이크 기술을 사용한 영상물이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서 공유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지인의 얼굴을 음란물에 합성하는 것은 물론 이를 유포하는 ‘지인 능욕방’이 전국 70개 대학의 개별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드러났으며 본교 이름으로 된 방이 있는 것도 확인됐다. 


청정구역 대학가. 전부 과거 얘기에 불과해··· 

 

 그렇다면 대학가에서 범죄가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본지는 본교 장현석(경찰행정학전공)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각종 범죄가 발생하는 원인을 보다 자세히 알아봤다. 장 교수에 따르면 실제 사회 유대가 높은 집단은 범죄를 억제해 주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익명성이란 특징을 지닌 사이버 공간의 특성상 서로를 모르는 만큼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딥페이크 성범죄가 이를 완벽히 보여줬다. 일면식 없는 타인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 형태에서 벗어나 지인을 상대로 한 범죄가 우후죽순 발생하고 있다. 장 교수는 “딥페이크 범죄 같은 경우 가해자들이 범죄를 단순 놀이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 매우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장 교수는 대학생의 경우 청소년기에서 성인기로 넘어가는 연령인 만큼 범죄 사회에 무지하다고 봤다. 더불어 일반적으로 대학가는 범죄가 일어나는 장소가 아니란 인식이 강해 낯선 사람에 대한 방어기제가 낮다는 것이다. 대학가와 같이 사회 유대가 높은 집단은 범죄를 억제시켜 범죄 양상이 많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 교수는 “구성원들 간 서로 신뢰해 오히려 지켜주고 비공식적 사회 통제가 잘 작동하기 때문에 범죄가 일어날 확률이 적었다”며 부연했다. 그러나 범죄 발생 조건이 갖춰지면 자신은 범죄 자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매우 크다. 범죄학 이론 중 동기가 부여된 가해자가 피해자를 만났을 때 범죄가 발생한다는 ‘일상 활동 이론’이 있다. 아무도 보지 않고 자신만 알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진다면 누구라도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이다. 


변화하는 범죄에 발맞춰 진화하는 예방 


 대학가를 중심으로 범죄의 위협이 커지자 이를 저지하기 위한 여러 움직임이 생기고 있다. 고려대학교는 지난달 5일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와 마약 예방 캠페인을 진행했고 정부와 합동으로 마약 예방 활동단을 구성했다. 고려대 외에도 △강원대학교 △을지대학교 △전북대학교 등 10개 대학들이 모여 마약 예방을 위해 △교육 △캠페인 △공모전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딥페이크 성범죄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던 중 지난 8월 텔레그램의 최고 경영자 ‘파벨 두로프’가 기소됐다. 이에 따라 정부와 텔레그램 간에 소통 채널을 구축하며 딥페이크 음란물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가 마련됐다. 실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삭제를 요청한 음란물 148건에 대해 텔레그램 측이 한 시간 내 혹은 이틀 안에 처리하는 등 빠른 진행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범죄를 막고자 본교에서도 범죄 예방 환경 개선을 위한 ‘CPTED(Crime Prevention Through Environmental Design)’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저녁 시간대에 거북샛길이 어두운 만큼 대학생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불빛 오브젝트를 설치했다. 


홍지성 기자Ιwltjd0423@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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