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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더하기] 방송입니다. 그런데 이제 음주를 곁들인
  • 임현욱 기자
  • 등록 2024-10-15 15: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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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코올 냄새 흩날리는 방송업계
최근 음주를 콘텐츠로 한 방송들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음주 방송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이에 본지는 음주 방송 성행 배경과 함께 각종 비판에 대해 본교 윤성옥(미디어영상학과)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알아봤다.

 

콘텐츠화 된 음주 문화

 

 과거 음주는 흡연과 함께 방송에서 적나라하게 표현하지 않는 일종의 금기로 여겨졌다. 그러나 음주에 있어 사회적으로 관대한 분위기가 형성되며 하나둘씩 방송에 등장하는 등 하나의 장르가 됐다. 이처럼 음주가 늘어나는 추세에 대해 본교 윤성옥(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한국인 특유의 음주 문화가 있다”며 “회식문화처럼 술이 한국 사회에서 가지는 긍정적 이미지들이 방송에서 자연스럽게 재현되고 음주에 관대한 문화가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 밖에도 음주 방송이 인기를 얻는 이유는 다양하다. 좋아하는 아이돌, 배우 등 연예인들이 무대나 영화 밖에서 음주를 통해 보여주는 또 다른 모습을 하나의 매력 포인트로 여기는 것이다. △‘차린건 쥐뿔도 없지만’ △‘인터뷰84’ △‘조현아의 목요일 밤’ 등과 같은 유튜브 채널이 높은 조회수와 구독자 수를 보여주며 그 인기를 실캄케 하고 있다. 특히 근시일 내 개봉하는 작품을 홍보하기 위해 등장할 경우, 술과 어우러진 분위기에서 자연스레 본인의 작품을 홍보할 수 있어 이를 효과적인 홍보 전략 중 하나로 활용하고 있다.

 

TV는 음주를 싣고

 

 지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방영된 은 대표적인 음주 방송으로 꼽힌다. 다양한 연예인이 게스트로 등장해 술을 마시며 나눈 대화들이 시청자들의 많은 공감과 함께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음주 장면이 등장하는 만큼 음주 조장 행위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술자리를 조장하고 미화하는 방송’이라 지적하며 주의 처분을 내렸다. 결국 해당 프로그램은 자체적으로 한 회당 음주 장면이 5번 이하로 나오도록 조치했다. 이와 관련해 윤 교수는 “음주 장면이 전면적으로 금지되는 것은 아니며, 전면 금지는 창작의 자유를 존중하기에 당연히 불가능하다”며 “방송의 분위기 등 외적 요소를 고려했을 때, 술이 등장하는 것만으로 음주를 미화하고 조장한다고 판단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다만 불필요하고 과도하게 표현하는 경우에는 건전한 음주 문화 형성을 위해 미디어에서의 어느 정도 제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OTT, 유튜브 등 전통적인 TV 문화에서 벗어난 다양한 방송 플랫폼의 급격한 성장은 음주 방송의 흐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방송심의규정에 따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받는 TV 프로그램과 달리 방송 플랫폼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방송 매체보다 더 높은 자율성을 인정받기 때문이다. 윤 교수는 “사람들의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OTT 등의 플랫폼은 특별한 제재가 없거나 완화된 기준을 적용한다”며 “플랫폼에서 음주를 자유롭게 표현하며 오히려 TV도 조금씩 완화되는 분위기”라고 언급했다.

 

모두가 볼 수 있는 ‘도수 높은’ 방송들

 

 이와 같은 미디어 환경의 변화는 음주 방송에 대한 논란을 확산시켰다. 특히 미성년자의 자유로운 시청이 가능하다는 점이 음주에 대한 환상을 증폭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건강증진개발원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미디어에서 묘사된 음주 장면 시청 이후 술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느냐’라는 물음에 200명(20%)이 그렇다고 답했다. 특히 술을 자주 마시던 사람에게서 더 두드러졌다. 유튜브의 경우 주로 혼술을 하는 사람에게서 이러한 경향이 크게 나타났다. 또한 음주로 인한 건강 악화뿐만 아니라 음주를 통해 발생하는 사고 증가 위험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때문에 보건복지부 등 관계기관에서도 미디어 음주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또한 방송별 자체적인 음주 위험성 경고 등을 삽입하기도 했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윤 교수는 “유튜브와 같은 대형 미디어 플랫폼 내 음주 방송으로부터 어린이와 청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며 법적 장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창작자 스스로가 자신들의 콘텐츠 내에 음주가 반드시 필요한지 생각해보고, 시정차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해 다시 한번 점검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법적 규제 외 해결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더불어 “미디어를 통해 음주에 대한 편견을 가지지 않도록 학교, 가정에서 교육을 통해 술에 대한 인식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음주는 우리에게 친밀한 문화인 만큼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는 매력적인 소재다. 그러나 모두가 접할 수 있는 미디어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접할 수 있는 미디어의 특성을 고려해 음주 콘텐츠의 방향성을 심도 있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임현욱 기자 Ι 202310978lhw@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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