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도 쪼개고, 땅도 쪼개고, 재산도 쪼개고
우리나라엔 ‘땅은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널리 퍼져있을 정도로 부동산은 특별히 매력적인 투자처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이러한 정서가 확산되며 그에 따른 부작용 또한 생겨났다. 무지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부동산 사기, 기획부동산이 판치게 된 것이다.
기획부동산이란 일반적으로 개발이 어렵거나 경제적 가치가 없는 토지를 개발이 가능한 것처럼 속여 기존 시세보다 몇 배는 되는 가격으로 땅을 팔아넘기는 범죄 형태를 말한다. 기획부동산의 대표적인 유형으로는 넓은 임야를 쪼개 50~200평 정도의 소규모 토지를 팔아넘기는 것과 토지에 지분등기1)하는 등의 방식이 있다. 위와 같은 형태는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지만, 개발계획에 대한 허위 정보를 퍼트려 부당이득을 취한다는 부분에서 문제가 된다. 또한 기획부동산이 공공사업에 미치는 영향도 배제할 수 없다. 기획부동산에 의해 토지가 여러 필지로 나뉘거나 지분 소유로 바뀜에 따라 수백 명에 달하는 소유자의 동의를 얻기 어려워져 공공사업 진행에 차질을 빚기 때문이다.
계약상으로는 잘못된 것 없어…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할 뿐만 아니라 행정적, 사법적 낭비를 초래하는 기획부동산은 현실적으로 법에 따른 제재를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기획부동산 업체들은 토지를 판매하기 위해 과장 광고를 하게 되는데, 법원이 어느 정도의 과대 상술을 허용하고 있어 사기죄가 입증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대개 투자자들이 자발적으로 계약서에 서명하는 경우가 많아 업체에서 제공한 정보가 과장됐다 하더라도 입증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에 본교 김진유(도시·교통공학전공) 교수는 “기획부동산을 통해 토지를 매입한 경우, 다소 높은 금액이긴 하지만 정상적인 계약서를 작성하고 소유권이 넘어간 상태이기 때문에 사기 증명뿐만 아니라 환불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업체들은 법의 경계를 교묘하게 이용한다”며 “개발 가능성이 높다는 식으로 구매를 부추기는 경우, 직접적으로 주장한 것이 아닌 가능성에 대한 언급이므로 법적으로 문제 삼기가 어려운 상황”이라 덧붙였다.
대응책 마련하고 있지만, 중요한 건 투자자의 경계심
정부는 기획부동산을 근절하기 위해 여러가지 제도를 두고 시행에 나섰다. 대표적으로 2011년 개정한 ‘측량·수로조사 및 지적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통해 관계법령에 따라 허가를 받아야 토지분할이 가능하도록 했다. 또한 기획부동산 불법행위 신고센터를 운영해 불법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는 범죄는 즉각적으로 수사 및 검거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 2021년 기준 한 해에만 147건이 수사 의뢰됐고 15명이 검거, 불법수익 242억에 대한 추징이 이뤄졌다. 이처럼 다양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기획부동산 업체들은 여전히 교묘하게 수법을 바꿔가며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정책적인 측면에서의 정비도 필요하지만 투자자들의 경각심 향상이 더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다수의 피해자가 부동산에 무지한 만큼 현장 답사, 등본 열람 등 거래에 있어서 필수적인 절차를 무시하는 경향이 짙다는 것이다. 실제 김 교수가 지난 2020년 기획부동산 피해자 5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공적 장부를 열람한 경우는 3명, 현장을 방문한 경우는 7명에 불과한 모습을 보였다.
하루빨리 없어져야 할 기획부동산 사기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피해자와 피해지역이 국지적인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닌 전 국토가 기획부동산의 위험에 놓인 지금, 투자자들 또한 기획부동산에 대해 인지하고 항상 경계해야 할 때다.
박상준 기자 Ι qkrwnsdisjdj@kyonggi.ac.kr
1) 부동산을 여러 사람이 나눠 소유하는 것으로서 공유지분의 비율만큼을 소유하는 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