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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연재] 통장 열어~ 소리쳐봐! 우린 모두 가난해요
  • 박상준 기자
  • 등록 2024-09-24 12: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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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활비 부담에 눈물짓는 대학생, 물가 상승 감당하기 힘들어...
한 끼 식사도 만 원 이내로 해결하기 어려운 고물가 시대. 감당하기 어려운 생활비로 대학생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대학생의 고충과 극복 방안을 논해보고자 1106호까지 두 호간 기사를 연재할 예정이다. 이번 기사에서는 물가 상승과 더불어 대학생들의 고통을 알아보기 위해 고물가를 체험해 봤다. 또한 수도권 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자세한 고충을 들어봤다.

만 원으로 하루를 산다면?


 본지 931호(12.05.07 발행) 38~39면 이색체험에서는 기자가 만 원으로 일주일을 버티는 내용을 담았다. 그렇다면 요즘 같은 시대에 만 원으로 하루를 보낼 수는 있을까. 이에 지난 10일 각기 다른 환경을 가진 기자 두 명이 만 원으로만 생활해 보며 이가 가능한지 직접 알아봤다.

 

■기숙사생

 

 

기자는 평소 아침을 먹지 않아 두 끼만 해결하면 된다는 생각에 만 원으로 하루 정도는 가뿐히 버틸 수 있다는 생각이 강했다. 커피를 굉장히 좋아하는 편인 만큼 ‘5,000원으로 학식을 먹고 2,000원 아메리카노 한잔, 저녁으로 라면을 먹으면 되겠다’라는 완벽한 계획을 세웠다. 점심시간이 되자 기자는 본교에서 저렴한 편에 속하는 학식당인 감성코어로 향했다. 그런데 감성코어 식당의 가격이 언제 6,000원이 됐는지 5,000원으로 한 끼를 해결하려 했던 기자는 몹시 당황스러웠다. 이에 평소 라면을 선호하지 않는 기자였지만 눈물을 머금고 3,500원인 라면 정식을 고를 수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계획이 꼬인 기자는 만 원으로 하루를 산다는 게 보통 일이 아님을 깨달았다. 그렇지만 기자에겐 단 하나 포기할 수 없는 것이 있었다. 바로 커피다. 학식을 먹은 후 복지관 카페ing에서 아메리카노로 2,000원을 소비한 후 하루에 서너잔씩 마시던 커피도 자유롭게 마시기 힘든 상황에 심히 당혹스러웠다. 이후 저녁을 먹어야 할 시간. 기자는 오후 내내 회의가 있는 관계로 또다시 커피를 포기할 수 없었다. 사실 라면을 또 먹고 싶지는 않았다. 이에 밀크쉐이크에 커피를 추가해서 마신다면 배도 부르고 카페인도 섭취할 수 있다는 생각에 카페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항상 무의식중에 커피를 사 마셔서일까? 밀크쉐이크가 4,200원.. 샷 추가는 500원. 4,500원으로는 밀크쉐이크에 샷 추가를 마실 수 없었다. 상심에 빠진 기자는 아메리카노와 머핀을 골라 저녁을 때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기자는 주린 배를 붙잡고 회의를 마친 후 기숙사로 향했다. 기숙사 침대에 눕자마자 ‘아 배고프다’라는 생각만이 기자를 휘감았다. 당연하지만 만 원으로 하루를 살 순 있었다. 그렇지만 놀자는 친구들의 제안, 술 한잔하는 여유 그 어느 것도 실현할 수 없었다. 그저 생존만이 가능했을 뿐이었다.

 

■통학생


 기자는 만 원으로 하루 살기 기획에 대해 듣자마자 난색을 표했다. 편도 2시간 거리를 통학하는 입장으로서 만 원으로 하루 살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우선 기숙사생들과는 다르게 절반 가량이 교통비로 빠져나간다. 여기다가 광역버스라도 타는 날이면 절반도 채 안 되는 돈으로 하루를 버텨야 한다. 기획은 결국 채택됐고, 기자는 만 원으로 하루 살기의 희생양이 됐다.


 먼저 아침 수업이 있는 날이면 기자의 하루는 오전 5시 30분부터 시작한다. 첫차부터 오전 6시 반까지 기본운임 비용의 20%를 할인해 주는 지하철 조조할인을 받기 위해서다. 이렇게 교통비로 1,670원을 소비하고 학교에 도착했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배고픈 배를 채우기 위해 사무실을 둘러봤지만 아침밥으로 때울 것은 없었다. 이때 갑자기 한 생각이 번뜩였다. 천원의 아침밥이라면 싼 가격에도 좋은 아침밥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한달음에 E-스퀘어로 향했다. 오전 8시가 채 되지 않은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렇게 대기번호 36번으로 김밥과 계란을 받고 가격 대비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었다.


 이후 점심시간, 평소 덮밥을 즐기는 기자는 경슐랭으로 향해 메뉴를 둘러봤다. 하지만 수중에 남은 돈은 약 7,000원. 집으로 향하는 교통비를 제하면 약 5,000원의 돈이 남은 셈이었다. 결국 편의점으로 향해 2,000원짜리 컵라면 하나로 점심을 때울 수밖에 없었다.


 저녁시간이 되자 비교적 이른 시간에 배꼽시계가 울렸다. 다만, 저녁 식사로 지출할 수 있는 돈은 3,000원밖에 되지 않았다. 결국 학식당 키오스크를 만지작거리다 수원역으로 향해 2,000원을 주고 식빵을 사 먹게 됐다. 총 남은 돈은 1,380원으로 돈을 남기긴 했지만, 정말로 ‘생존’이란 말이 어울리는 날이었다.

 

복합적인 물가 상승의 원인

 

 지난 3일, 통계청이 배포한 보도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4% 상승한 114.54로 나타났다. 지난 2020년을 기준으로, 약 14% 오른 수치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2.0% 오른 수치며 지난 2021년 3월(1.9%)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서서히 물가가 안정돼 감을 보여준다. 하지만 점차 안정되는 소비자물가지수에 비해 사람들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그렇지 않은 실정이다. 실제로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물가에 근접한 물가지수인 생활물가지수는 116.69로 지난 2020년 대비 약 17% 오른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높은 물가 오름세가 이어지는 것일까. 먼저 물가 상승의 원인으로는 △통화량 증가 △임금 상승 △외부 요인 등이 꼽힌다. 실제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통화량은 지난 2020년부터 작년까지 3,070조에서 약 800조 늘어난 3,830조로 드러났다. 이처럼 통화량이 증가할 경우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이 뒤따르게 된다. 동시에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게 되는데, 공급이 수요를 따라오지 못할 경우 물가 상승의 원인이 된다. 또한 통화량이 지나치게 증가하면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게 되는데 이는 결국 실질적인 구매력의 하락을 야기하며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그 외에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외부 요인들도 물가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러·우 전쟁으로 인한 국제유가 상승의 여파로 소비자물가지수가 10여 년 만에 4%대 상승률을 기록한 바 있다.

 

설문 참여 학생 중 98.8% “생활비 부담 느꼈다”



 그렇다면 실제 대학생들이 겪는 물가 인상 정도는 어느 수준일까. 본지는 대학생들의 부담을 알아보기 위해 직접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지난 7일부터 수도권 내 대학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는 총 163명의 학생이 참여해 의견을 밝혔다. 물가 인상에 따른 생활비 부담이 증가했는지 묻는 질문에 단 2명을 제외한 161명의 학생이 그렇다고 답했다. 본지 설문조사에 의견을 밝힌 학생 A씨는 “무지출 챌린지가 유행하는 현 상황이 참 흥미로우면서도 씁쓸하다”고 전했다. 

 

 가장 지출이 증가한 항목에 대한 물음에는 식비 131명(80.4%), 교통비 15명(9.2%)으로 식비에 대한 부담감을 호소했다. 실제 본지 설문에 참여한 학생 B씨는 “음식값이 올라 부담이 매우 크다”며 “여가생활은 안 하면 그만이지만 밥을 안 먹을 순 없어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물가 상승에 따른 식비 지출이 커지며 전체적인 생활비 부담이 증가했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다.

 

 이에 따라 대학생들의 대략적인 월 지출을 묻는 질문에는 70만 원 이상 사용한다는 학생이 53명(32.5%)으로 가장 높은 응답을 보였다. 50~70만 원을 선택한 학생은 총 48명(29.4%)으로 그 뒤를 이으며 설문에 참여한 학생 중 한 달에 50만 원 이상 사용하는 학생의 수가 과반을 차지했다. 한 달 소비가 70만 원 이상이라고 응답한 학생 C씨는 “국가장학금 기준이 말이 안 된다”며 “매번 학자금 대출을 받는데 등록금 감면이 되지 않아 취업 후 상환도 어려운 실정이다”라고 전했다.

 

 실제 지난 2020년 알바몬에서 대학생 1,08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학생 월평균 생활비 조사’에 따르면 주거비를 제외한 월평균 생활비는 약 60만 원에 달하는 수치로 나타났다. 이후 4년이 지난 지금은 대학생의 한 달 생활비가 100만 원에 달하는 경우도 허다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본지가 서울 소재 대학생 김 모 양의 지출 내역을 작년 개강 첫주와 비교 분석한 결과, 편의점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음에도 식비의 경우 만 원 가까이 지출이 증가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하루 지출 교통비는 작년 대비 14.1%가량 증가한 수치를 보이는 등 전체적으로 상승 곡선을 그렸다. 본지가 진행한 설문에 참여한 학생 중 일부는 물가 인상에 따른 정부의 정책 및 대안을 촉구하는 등 대학생들의 곡소리는 끊이지 않고 있다.

 

다음 달 7일(월)에 발행될 본지 1106호에는 실제 생활고를 겪고 있는 학생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등 더욱 심층적인 문제에 대해 짚어볼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글·사진 김봄이 기자 Ι qq4745q@kyonggi.ac.kr

박상준 기자 Ι qkrwnsdisjdj@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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