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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기자는] 조각칼로 새겨가는 나만의 이야기
  • 임현욱 기자
  • 등록 2024-09-24 22:3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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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깎아내고 찍어내며 만들어지는 그림
우리는 실수로 잘못 쓰거나 그렸을 때 지우개를 사용하곤 합니다. 하지만 지우개도 지우기를 넘어서 또 다른 무언가를 그려내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에 본지에서 임현욱(국제·2) 기자의 취미인 지우개를 활용한 도장 만들기를 소개해보려 합니다.

 
요즘 기자는
 
 경기대신문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신문편집국에서 문화팀장으로 활동 중인 사회과학대학 국제학전공 23학번 임현욱입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뛰고 노는 것보다 앉아서 조물조물 만드는 걸 좋아하는 성격상 축구 같은 활동적인 취미생활을 즐기진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또래 친구들처럼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라 취미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꽤나 고역이었죠. 그러나 돌이켜보면 세상은 참 공평한 것 같습니다. 몸 쓰는 것은 자신 없지만 기자에게는 이를 만회할 뛰어난 손재주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글라이더 △RC카 △고무줄 총 등 손과 머리를 쓰는 취미라면 대체로 흥미를 갖고 즐겼습니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시간적 여유와 공간에 제약이 많이 생겼고, 집에서 쉽고 깔끔하게 느낄 수 있는 취미를 찾던 도중 방 한구석에 쌓여있던 조각용 지우개 덩어리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생각보다 괜찮은 재료, 지우개
 
 지우개 도장 만들기는 다소 유치해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도장’하면 흔히 나무나 옥으로 만든 것을 떠올리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의외로 지우개는 도장 만들기에 꽤나 적합한 재료입니다. 학창시절 지우개를 제대로 다 써본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의도와 상관없이 지우개가 부서져서 버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죠. 이처럼 말랑하고 무른 지우개는 칼로 자르기 용이하고 우드 카빙과 같이 많은 힘을 요구하지도 않아 도장 만들기에 제격입니다. 되레 더 많이 잘리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죠.
 
 지우개 도장의 유일한 단점은 바로 공들여 만든 도장이 실생활에서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지우개 도장의 매력은 만든 작품이 아닌 만드는 과정에 있습니다. △만들고 싶은 그림을 떠올리고 △그려내고 △파내는 과정 속에서 들인 노력과 찍었을 때의 쾌감을 위한 과정에서 진정한 백미가 드러나게 되는 것이죠.



 
지우개로 지우는 잡생각들
 
 지우개 위에 그려진 선을 날렵한 조각칼로 도려낼 때 항상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정확한 위치와 힘 조절입니다. 그렇게 손끝 감각에만 집중하다 보면 걱정과 잡념이 눈 녹듯이 사라지게 되죠. 선을 따라 조각하는 단순 반복 행위가 정신을 맑게 한다는 점에서 지우개 도장 만들기는 현대인의 스트레스를 관리해주는 매우 이로운 취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만들어진 지우개 조각에 잉크를 묻혀 찍었을 때 그림이 나오는 첫 순간을 본 쾌감을 맛본다면 단숨에 이 취미에 빠져들 수밖에 없습니다. 새로운 그림을 시도해 봤다면 생소함에, 여러 번 조각해 본 그림이라면 나날이 발전하는 그림 실력에서 오는 뿌듯함에 매료될 수 밖에 없는 것이죠. 합성 고무로 만들어진 지우개의 재질은 깔끔하게 찍혀 그 재미는 배가 됩니다. 특히 재미있는 점은 지우개 도장은 단 한 번의 칼질로 만들어지지 않기에 찍어보기 전까지 도장의 완성도를 추정할 수 없다는 점인데요. 새하얀 종이에 도장을 남겼을 때 예상했던 그림과 다른 그림이 나올지도 모른다는 모호함과 불확실함이 대단히 짜릿한 쾌감을 선사합니다. 다른 도장들의 경우, 서명을 위해 찾을 때를 제외하곤 주목받지 못합니다. 하지만 지우개 도장의 도안에 정해진 틀이란 없습니다.
 
그러니 오늘 하루, 화나는 상황과 사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속으로 삼키려 했던 독자가 있다면 지우개 도장 취미를 적극 추천합니다. 당신의 무한한 창의력을 작고 흰 네모 속에 마음껏 뽐내다 보면 짜증과 불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작고 아름다운 상상 속 세상만 손 안에 남을 테니까요.

 

글·사진 임현욱 기자 Ι 202310978lhw@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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