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천 시’가 어디예요?
문해력은 문자를 쓰고 읽을 줄 아는 능력뿐만 아니라 넓은 의미로 ‘의미적 읽기’가 가능한 상태를 뜻한다. 국립국어원에서는 문해력을 ‘일상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글을 읽고 이해하는 최소한의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이처럼 문해력은 굉장히 중요한 능력이지만 지난 7월, 온라인 커뮤니티에 어린이집 교사가 일부 학부모와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며 문해력 저하 문제가 화제에 올랐다. ‘우천 시 ◯◯으로 장소 변경’을 ‘우천시에 있는 ◯◯지역으로 장소 변경’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며 문해력 저하 문제를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21년 한국교육방송(이하 EBS)에서 중학생을 대상으로 문해력 수준을 평가한 것에 따르면 27%의 학생이 적정수준 미달로 교과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11%의 학생들은 초등학생 수준의 문해력을 보였다. 또한 OECD에서 진행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읽기 영역에서 우리나라의 순위는 △2006년 1위 △2015년 7위 △2018년 9위로 계속해서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는 실정이다. 덧붙여 교육부가 시행한 학업성취평가 결과에 따르면 중학교 3학년 국어를 기준으로 기초학력이 미달인 학생 역시 △2017년 2.6% △2018년 4.4% △2020년 6.4%로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문해력 테스트, 직접 해봤습니다
매년 9월 8일은 국제 문해의 날로 유네스코는 국제사회의 문맹 퇴치에 기여한 개인과 단체를 대상으로 상을 수여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문맹 퇴치와 개발도상국의 모국어 발전과 보급에 기여한 △개인 △단체 △기구를 선정하기 위해 ‘유네스코 세종대왕 문해상’을 제정해 1990년부터 시상하고 있다.
기자는 국제 문해의 날을 기념하기 위해 EBS <당신의 문해력+>에서 준비한 성인 문해력 테스트를 직접 진행해 봤다. 다 맞힐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무색하게 기자는 첫 번째 문제부터 다소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문제는 보통 제시된 글이나 표를 분석해서 맞거나 틀린 선택지를 고르는 내용이었다. △추가 근로에 대한 임금 △국내 주식 수수료 및 세금 △GDP △주택 임대차 신고제 △휴대전화 요금제 등 평소 잘 접하지 않는 주제의 문제도 많아 시간을 들여 문제를 풀어야 했다. 결과적으로 총 15문제 중 4문제를 틀려 아쉬운 결과를 남겼다. 본 테스트를 통해 문해력 저하가 다른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닌, 나와 내 주위에 발생하는 문제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한편 EBS에서 공개한 성인 문해력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20대에서 40대 성인남녀 350명 기준 평균 점수는 6.19점으로 나타났다. 또한 정답자 백분율을 봤을 때 10점 이상 받은 비율은 19.14%에 불과했으며 14점 이상 받은 비율은 1.71%로 상당히 낮은 수치를 보였다.
문해력 저하, 실질적인 해결 방법은 부족해
문해력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 각국에서 노력하고 있다. 예로 스웨덴 정부는 작년 9월 지나친 디지털 기기 사용을 문해력 저하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종이책, 손 글씨 등 전통적 교육 방식을 재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시도 문해력 저하에 위기감을 느끼고 대책 마련에 나선 건 마찬가지다. 미국 뉴욕시는 작년 8월 도서관에 새 책을 약 1만 5,000권씩 무료로 나눠주는 행사를 진행했다. 또한 뉴욕 주지사는 읽기 점수가 낮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읽기, 쓰기 교육에서 음성학 기반 프로그램을 확대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반면 현재 우리나라는 올해부터 초등학교 국어 강의 시간을 기존 448시간에서 482시간으로 34시간 늘리겠다는 계획만 발표했을 뿐 구체적인 정책적 대안을 밝힌 적은 없다. 문해력 저하
가 심각하다는 목소리는 계속 높아지고 있지만 막상 해결 방안은 나오지 않는 실정이다. 영상 콘텐츠의 발전으로 독서량이 감소해 청소년을 비롯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문해력 저하가 나날이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문해력 저하 문제의 실질적인 해결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국제 문해의 날을 맞아 본인의 문해력을 돌아보고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김선혜 기자 | sunhye@kyongg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