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중알코올농도 0.05%를 유지하면 인생은 즐겁고 창의적이게 된다’ 과연 이 가설은 사실일까? 영화 <어나더 라운드>는 지루한 나날을 보내던 4명의 친구가 위와 같은 가설을 실험해 보며 달라지는 삶과 행복에 대한 고찰을 담은 이야기다. 지난 2021년 제93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하며 세상에 제 존재를 뽐낸 이 영화는 단순히 술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아닌 누군가의 미래 혹은 현재의 삶을 담아냈다.
영화는 지루한 교사이자 따분한 아빠로 살아가는 주인공 ‘마틴’을 비추며 시작한다. 그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삶을 사는 3명의 친구들과 함께 마틴은 앞서 언급한 흥미로운 내용에 가설을 실험하게 된다. 결과는 이전의 삶을 떠올릴 수 없을 만큼 훌륭했고 술과 함께 더 이상 열정을 잃은 중년이 아닌 삶의 재미를 아는 사람으로 탈바꿈하게 된다. 그러나 그들은 되찾은 활력 넘치는 삶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높은 차원의 해방을 원하며 혈중알코올농도를 점점 높여 간다. 당연하게도 실험의 끝은 좋지 않았다. 술이 가져다주는 일시적인 해방감에 취한 그들은 순간의 행복만을 좇다 끝내 고통받게 된다. △가족도 △자신도 △일상도 잃은 마틴은 삶과 행복의 의미를 깊게 생각하며 반성한다. 결국 술에 의존한 행복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행복의 방향을 찾아가며 진정한 해방감을 느끼게 된 그가 한바탕 춤을 추는 장면으로 영화가 마무리된다.
영화 <어나더 라운드>는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일상의 분위기를 담백하면서도 흥미롭게 담아냈다. 여기에 배우들의 섬세한 연기까지 더해져 공감과 여운을 남긴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마틴의 춤 장면은 OST와 어우러져 속 시원한 해방감을 주는 최고의 엔딩 씬이 됐다. 마틴 역의 배우 매즈 미켈슨은 실제 댄서 출신으로, 능숙한 춤 실력과 함께 감정을 분출하는 연기를 선보이며 마지막 장면을 더욱 주목받게 했다.
“정말 오랜만에 기분이 좋아. 취해 있지 않을 때도 뭔가 달라.
뭔가 더 있는 것 같아. 좀 더 차원 높은 뭔가가”
『어나더 라운드』 中
삶과 행복은 무엇인가. 우리는 살아가며 그 답을 찾기도, 잊기도 한다. 열정 넘치던 청년에서 어느덧 행복을 잊은 중년이 된 마틴처럼 우리는 현실에 치여 △행복도 △열정도 △자신도 잊은 채 그저 그렇게 살아가곤 한다. 그것이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주인공의 이야기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남들처럼 살다 보니 현대인들은 △취미도 없고 △좋아하는 것도 모르고 △자신의 성격조차 잊는다.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것은 술의 위험성 같은 게 아니다. 술은 그저 수단일 뿐, 영화가 진정으로 전하고자 하는 바는 삶의 의미와 행복을 찾는 것의 중요성일 테다.
이한슬 수습기자 Ι lhs522701@kyongg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