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손잡고 커피를 마시는
커피는 △누가 △어디서 △왜 마시기 시작했을까. 그 기원에는 6~7세기경 에티오피아의 목동 ‘칼디’가 있다. 커피 열매를 먹고 머리가 맑아짐을 느낀 칼디는 이 사실을 이슬람 수도승들에게 알렸다. 이후 수도승들은 열매가 졸음을 쫓아줌을 알게 되며 수양을 위해 마시게 됐다고 전해진다. 이렇게 전 세계로 퍼져 나간 커피는 현지 문화권에 맞춰 독특한 특색을 띠기 시작했다. 유럽은 △카푸치노 △아인슈페너 △드립 커피 등 다양한 커피가 탄생한 커피 문화의 중심지로 일컬어진다. 에스프레소 머신의 발명지 이탈리아와 일상 깊숙이 카페 문화가 자리 잡은 프랑스는 진한 에스프레소를 그대로 즐기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라틴 아메리카 문화권은 △브라질 △과테말라 △콜롬비아 등 커피 원두 생산국이 모여있는 만큼 커피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커피를 대접하는 환대 문화가 있을 만큼 이들의 일상에서 커피는 없어서는 안 될 중요 요소다. 쿠바와 브라질의 커피는 달고 진하기로 유명한데, 특히 브라질은 날씨가 더운 탓에 당분과 에너지를 보충하기 위해 설탕과 물을 함께 끓이는 전통이 발달했다.
한국인의 혈관에는 피 대신 커피가 흘러
유럽권과 라틴 아메리카 문화권에서의 커피 사랑 못지않게 한국에서의 커피 소비량은 작년 기준 국내 1인당 연간 405잔일 만큼 커피는 어느덧 한국인의 삶에서도 빠질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커피가 사랑받는 데 있어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바로 카페인일 것이다. ‘커피 수혈’이라는 말이 생길 만큼 우리는 피로하고 지칠 때 커피를 마시며 정신을 깨운다. 이는 커피에 들어있는 카페인이 중추신경계를 자극해 정신을 각성시키고 피로를 줄여주기 때문이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의 대중적인 커피는 인스턴트커피였다. 1976년 동서식품이 국내 최초로 ‘커피 믹스’를 생산하면서 인스턴트커피의 인기는 정점을 찍었다. 커피 믹스의 인기는 커피 전문점, 특히 1999년에 상륙한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의 등장으로 점차 식어갔다. △원두 △우유 △시럽까지 개인의 입맛과 성향에 맞춰 즐길 수 있는 스타벅스의 방식은 한국 커피 문화에 스며들며 국내 카페들도 같은 특징을 띄게 했다. 그러나 현대에 이르러 커피 믹스의 인기는 K-푸드 열풍으로 다시 뜨거워졌다. 각종 프랜차이즈에서 커피 믹스를 옛날 커피, 다방 커피 등으로 칭하며 판매를 재개한 것이다. 이러한 커피 믹스의 열풍에도 요즘 젊은 세대는 원두커피에 더욱 익숙하다. 1980년대부터 커피숍은 인스턴트커피를 이용한 다방이 아닌 원두를 사용하는 카페로 대중화됐다. 곱게 간 원두에 고온·고압으로 물을 가해 추출한 커피 ‘에스프레소’는 요즘 커피의 가장 기초적인 형태다. 여기에 물은 부은 ‘아메리카노’가 원두커피의 대명사라 볼 수 있는데 최근에는 다양한 음료에 에스프레소 샷을 추가해 마시는 방식이 유행하고 있다. 기존 음료에 샷을 추가한 ‘샷 추가’는 아메리카노의 쓴맛을 중화시키며 카페인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부분에서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아이스티에 샷을 추가한 ‘아샷추’의 선풍적인 인기에 힘입어 배음료에 샷을 추가한 ‘배샷추’, 딸기 라떼에 샷을 더한 ‘딸샷추’까지 등장하며 샷 추가의 세계는 무궁무진하게 발전하고 있다.
커피야 우리 집으로 가자
한국인들의 커피 사랑은 카페 문화를 즐기는 것에서 그치지 않았고 이제 커피숍은 집으로까지 들어오게 됐다. 바로 ‘홈카페’의 유행이 시작된 것이다. 코로나19로 외출에 제약이 생기자 카페 음료를 즐기고 싶던 사람들은 홈카페 문화를 구축했다. △직접 커피를 내리고 △커피와 어울리는 디저트를 만들고 △카페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게 집을 꾸미는 등 그 정성은 상상을 초월했다. 홈카페 문화의 확산으로 보다 간편하게 원두커피를 내릴 수 있는 캡슐 커피를 향한 관심도 커졌다. 캡슐을 넣고 버튼 하나만 누르면 고품질의 커피를 즐길 수 있는 간편함에 집은 물론 회사 사무실에서까지도 캡슐 커피를 발견할 수 있게 됐다.
코로나19가 사그라든 최근에도 홈카페의 인기는 여전했고 오히려 한 단계 더 나아가 드립 커피가 인기를 얻게 됐다. 바쁜 일상 속 늘 함께인 아메리카노에서 벗어나 여유롭게 커피를 즐기고 싶던 사람들이 드립백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드립백은 원두가 들어간 필터를 컵에 걸치고 천천히 물을 부으면 간편하게 핸드드립 커피를 내릴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떠오르는 원두에 잠시 멈췄다 다시 물을 붓는 과정은 점차 제 존재를 드러내는 커피의 향과 함께 기다림의 미학을 즐길 수 있게 한다. 이처럼 빠르게 즐기는 커피의 시대를 지나 다시 여유를 느끼게 해주는 홈카페 문화에 도달하는 등 커피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이한슬 수습기자 Ι lhs522701@kyongg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