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점
현욱: 1.5/5 내 뇌 속에 밀어넣는 주입식 개성
수민: 1/5 코미디도 호러도 잡지 못한 기괴함에 끝판왕
세은: 2/5 ‘팀 버튼’ 감독이라서 이해한 영화
한슬: 3.5/5 전편 이기는 속편은 실패, 추억만은 확실히 되 살려준 영화
●한 줄 평
현욱: 돈은 내가 냈는데 재미는 감독이 느낀 기분
수민: 비틀쥬스, 비틀쥬스, 비... 추천
세은: 환상의 나라 팀 버튼 세계로~
한슬: 비틀쥬스, 꼭 그래야만 했냐?
Q. 당시 기괴하고 황당한 전개의 연속이라는 이유로 <비틀쥬스>는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영화로 유명했다. 36년 만에 돌아온 이번 영화에 대한 소감은?
현욱: 이번 영화가 연출적으로 기괴하고 징그러운 게 많아 개인적으로 불호에 가까웠는데요. 특히 영화 중간마다 전작을 봐야 이해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전 전작을 보지 못해 살짝 의아한 부분들이 많았어요.
수민: 저는 팀 버튼 감독을 좋아해서 <비틀쥬스>에 대해 익히 들어왔던 만큼 이번 영화도 감독의 독특한 색깔이 확실하게 드러났던 것 같아요. 그러나 많은 요소를 집어넣은 느낌이라 영화가 난잡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팀 버튼을 좋아하지 않으면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영화라고봐요.
세은: 저도 현욱 씨와 같은 의견인데요. 전작을 봐야 이해할 수 있는 부분들이 상당수 존재해 보는데 의문이 드는 지점이 많았어요. 또 영화 전개 부분에서 사후세계를 위한 빌드업을 너무 오래 끌었던 것 같아 지겹기도 했습니다.
한슬: 저는 전작을 봤는데, 이번 <비틀쥬스 비틀쥬스>에 전작 요소들이 깨알같이 많이 숨겨져 있어 찾아내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하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아 보이는 반면 개연성이 부족한 탓에 스토리를 영화에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 것 같았어요. 전작을 재밌게 봤던 사람으로 서 이번 영화가 많이 아쉬웠습니다.
Q. 이번 영화는 이름이 곧 장르인 ‘팀 버튼’ 감독의 독특한 개성이 잘 드러나는 작품인데, 감독 특유의 '코미디 호러' 요소는 어디에서 나타난 것 같나?
현욱: 저는 이 영화가 시각적 연출로 호러의 특성을 잘 살렸다고 생각해요. 눈알이 튀어나오거나 커다란 작살에 잘린 목이 적나라하게 나타나는 장면들이 특히 인상적이었죠. 하지만 적절한 심의 조절과 자잘한 웃음 포인트 덕분에 코미디 호러의 특성이 잘 드러났던 것 같아요.
수민: 맞아요, 팀 버튼 감독의 작품은 ‘호러’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영화는 코미디 호러 장르를 아주 잘 살린 것 같아요.특히 아이의 모습을 한 비틀쥬스가 나타나 다리를 물어뜯는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비틀쥬스의 능청스러움과 재치 있는 유머 덕분에 호러가 코미디로 자연스럽게 이어졌죠. 이런 부분이 코미디 호러의 매력을 잘 표했다고 생각해요.
세은: 영화가 어두운 배경음악과 음산한 색감으로 시작해 공포 영화라는 느낌을 잘 살린 것 같아요. 하지만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괴짜 예술가 델리아 디츠(캐서린 오하라 분)의 엉뚱한 대사들이 음산한 장면과 엇갈리며 피식 웃을 수 있었어요. 이런 작은 디테일들이 감독 특유의 ‘코미디 호러’를 잘 드러낸 게 아닌가 싶어요.
한슬: 비틀쥬스의 전 아내인 델로레스(모니카 벨루치 분)의 등장이 ‘호러’적인 측면에서 확실하게 임팩트를 줬어요. 스테이플러로 찢어진 몸을 붙이는 장면은 사실적인 사운드 덕분에 더 인상적이었죠. 하지만 비틀쥬스의 입담과 기괴한 마법 덕분에 영화가 코미디로 잘 풀린 것 같아요. ‘역시 팀 버튼’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어요.
Q. 영화 속 새로운 시각과 관점으로 만들어진 독창적인 사후세계를 어떻게 감상했는가?
현욱: 보통 다른 영화들은 사고를 당해 죽어도 사후세계에서는 사고 직전의 멀쩡한 모습을 보여주곤 하죠. 그런데 본작에서는 죽었을 때 상해를 입은 모습 그대로 유령이 돼요. 죽은 자와 산 자의 형태가 확실히 구분되는 사후세계가 매우 신선하고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수민: 저는 사후세계를 표현한 연출적인 측면을 봤는데요. 같은 감독의 ‘유령 신부’, ‘크리스마스의 악몽’과 같은 작품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지상 세계와 사후세계가 완전히 단절된 게 아닌, 서로 연결돼 보이는 연출이 특징인 것 같아요. 이번 영화에서도 죽음 후 사후세계로 넘어가는 과정을 길을 걷다가 어딘가로 떨어져서 지나가는 사람에게 길을 물어봤더니 이미 사후세계에 도착해 죽은 사람과 만나는 식으로 표현해 냈죠. 이러한 각종 연출들이 정말 신선하게 느껴졌어요.
세은: 사후세계라고 하면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가 떠오르는데, 팀 버튼 감독은 그런 무거움을 유쾌하게 풀어낸 것 같아요. 죽음의 세계로 가는 심각한 순간에도 ‘소울 트레인’ 앞에서 경쾌한 음악에 맞춰 죽은 자들이 춤추고 있는 모습을 보고 ‘역시 팀 버튼 감독답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슬: 저는 사후세계가 현생과 구분되는 또 하나의 사회로 표현된 게 정말 독특하고 재밌었어요. 죽음으로 가는 길을 기차인 ‘소울 트레인’으로 표현하고, 매표소에서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는 장면 등 어쩌면 인간 사회와 다를 바 없는 요소들이 흥미로웠던 것 같아요.
Q.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무엇인가?
현욱: 노골적으로 피가 나온다던가, 팔다리가 분리되는 등 잔인하고 징그러운 부분들이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특히 비틀쥬스와 영매 리디아(위노나 라이더 분)가 오랜만에 만난 장면에서 리디아의 배가 부풀며 알 수 없는 내장 같은 것이 쏟아져 나오는 부분이 강렬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 같아요.
수민: ‘밥’이라는 캐릭터가 나오는 부분이 인상 깊었어요. 밥의 얼굴이 감독 특유의 스타일을 잘 보여주고 있어서 눈길이 갔던 것 같아요. 밥이 말을 똑바로 하지 못해 피식 웃게 되는 장면들이 많았죠. 특히 머리는 주먹만 하고 거인 같은 몸집을 가진 캐릭터가 집과 가게들 사이를 바보마냥 뛰어다니는 장면이 정말 우스꽝스러웠어요.
세은: 저는 마지막 결말이 가장 인상 깊었어요. 비틀쥬스가 나오는 꿈에서 리디아가 깨어나는 장면으로 영화가 끝나는데요. 이것이 비틀쥬스가 돌아올 수 있다는 암시처럼 느껴졌어요. 비틀쥬스와의 계약은 깨졌지만, 언제 어디서 다시 나타날지 모른다는 메시지가 담긴 것 같아요.
한슬: 저도 세은 씨와 같은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리디아와 딸 아스트리드의 정신없는 삶을 보여주다가, 리디아가 꿈에서 깨어나며 영화가 끝나는 부분이 가장 임팩트 있었어요. 이 모든 일들이 꿈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죠. 연출적으로도, 스토리 상으로도 강렬한 마무리였다고 생각해요.
Q. 전작 <비틀쥬스>가 뮤지컬로도 개봉해 인기를 얻었는데, 이번 영화에서 배경음악 또는 춤 등과 같은 뮤지컬 요소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현욱: 연출을 위해 일부러 뜬금없는 부분에 노래를 넣는 등 영화 속 장면과 뮤지컬 요소들이 맥락에 맞지 않아 조금 깨는 것 같다고 생각하는 부분들이 있었어요. 그래도 장면을 오가며 연출에 맞게 음악적 요소를 변형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연출과 노래가 어느 정도는 맞춰져 있어서 나쁘진 않았던 것 같아요.
수민: 이번 영화가 마치 뮤지컬을 위한 빌드업처럼 느껴졌어요. 전체적으로 혼란스럽고 시나리오가 하나로 모이지 않는 느낌이 있어서 오히려 어느 장면에서든 노래나 춤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더라고요. 이번 영화 특유의 어지럽고 예측 불가능한 스타일은 팀 버튼이니까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세은: 사실 저는 뮤지컬 ‘비틀쥬스’를 먼저 알고 이번 영화를 접하게 됐어요. 뮤지컬이 워낙 재미있기로 유명한 만큼 뮤지컬적 요소 덕분에 영화가 더 풍부해질 거라고 기대했죠. 하지만 장면마다 뜬금없이 노래가 나오고, 분위기와 맞지 않게 갑자기 춤을 추는 연출들이 개인적으로 난해했어요. 안 그래도 혼란스러운 영화가 더 어지럽게 느껴졌달까요?
한슬: 할아버지 장례식 때 어린이 성악단이 등장하거나, 결혼식 장면에서 비틀쥬스가 등장인물들의 입을 벌려 강제로 노래를 부르게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전작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어요. 전작과 비슷한 음악적 요소가 나타나니까 연결되는 느낌이 들어서 개인적으로는 반가웠던 것 같아요.
임현욱 기자 Ι 202310978lhw@kyonggi.ac.kr
이수민 기자 Ι leesoomin22@kyonggi.ac.kr
김세은 기자 Ι seeun2281@kyonggi.ac.kr
이한슬 수습기자 Ι lhs522701@kyongg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