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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이] 청소년 딥페이크 성범죄 확산, 더 이상 좌시해선 안 돼
  • 전혜윰 정기자
  • 등록 2024-09-24 12:2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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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책보단 청소년을 위한 윤리교육 강화 절실···
딥페이크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기존 인물의 얼굴이나 특정 부위를 합성한 영상 편집물을 말한다. 하지만
최근 딥페이크를 이용한 불법 영상물 제작 및 유포가 사생활 침해와 디지털 성범죄로 이어지며 문제가 대두되
고 있다. 이에 본지는 본교 윤옥경(범죄교정심리학전공)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해 현 상황을 자세히 알아봤다.

단순 장난으로 치부되는 청소년 딥페이크 범죄 


 SNS에 장시간 노출되며 자라온 청소년들이 소셜 미디어에서 △친구 △선생님 △지인 등의 얼굴을 합성한 영상을 아무렇지 않게 공유하며 딥페이크 성 착취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2023년 디지털 성범죄 가해 청소년 상담 프로그램 효과성 검증 및 매뉴얼 개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가해 청소년 대다수가 설문조사에서 ‘호기심(59%)’, ‘재미난 장난(41%)’으로 접했다고 답했다. 실제 중학생 가해자 A씨는 “옆 학급 여학생의 사진을 몰래 찍어 딥페이크 영상을 제작한 것은 잘못이지만 유포할 생각 없이 단톡방에 올렸는데 어느새 이 영상이 곳곳에 퍼져있었다”고 전하며 10대 청소년들의 상황을 여실히 드러냈다. 또한 피해자의 대다수도 청소년인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지난달 30일 더불어민 주당 양부남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고된 딥페이크 사건 피해자 527명 중 315명이 10대로 나타난 것이다. 이에 본교 윤옥경(범죄교정심리학전공) 교수는 “딥페이크 범죄의 경우 직접적인 신체 접촉을 통한 성폭행 및 추행을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죄의식 없이 친구들 사이에서 서로 주고받고, 하나의 놀이처럼 확산돼 나가는 것 같다”며 “오늘날의 청소년들은 디지털 기기를 태어나면서부터 접했기 때문에 디지털 이미지를 만들고 변형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어 더욱 범죄에 노출되는 구 조인 것 같다”고 전했다. 


청소년 딥페이크 범죄, 익명성이 만든 환경 


 지난 2021년 서울의 한 고등학생이 자신이 제작한 딥페이크 불법 영상이 학교에 알려지자, 그 충격과 죄책감에 19층 아파트 에서 투신을 시도한 사건이 있었다. 다행히 구조됐지만, 이 사건은 청소년 딥페이크 성범죄의 심리적 심각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위와 같은 사건을 미뤄봤을 때 딥페이크 범죄가 청 소년들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볼 수 있다. 이렇듯 청소년들이 가해자에 다수 분포한 이유가 온라인이라는 ‘익명성’에 숨어 크게 경각심을 가지지 않기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SNS △모바일 앱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아무런 절차 없이 주소만 입력하면 딥페이크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는 데다가 회원가입조차 성인인증 과정을 거치지 않다 보니, 윤리적 판단을 내리지 못 하는 청소년들에게는 너무나 취약한 구조라는 지적이다. 윤 교수는 대다수의 가해자가 10대인 것에 대해 “사실 아주 특별한 심리적 특징을 가진 사람들만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은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며 “딥페이크 범죄가 기존의 범죄와는 다르게 공동체 안에서 하나의 놀이처럼 인식됐다”고 지적했다. 


이제는 교육을 선두에 둬야 할 시점 


 이처럼 딥페이크 범죄가 극성을 부리자 정부는 지난달 30일 딥페이크 등 허위 영상물 △소지 △구입 △시청 행위를 강력히 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하고 딥페이크물 제작·유통에 대한 처벌 기준을 상향하는 법률안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지난 3일 오세훈 서울시장은 “진화하는 딥페이크 기술에 대응 하기 위해 얼굴 매칭을 통해 검색부터 신고까지 ‘AI 신고 자동화 시스템’을 갖춘 ‘서울 안심 아이’를 개발하겠다”며 “본 생성형 AI 시스템 도입을 통해 더 이상의 무분별한 영상 복제를 막고 유출된 영상을 삭제하기 위한 발 빠른 조치를 보이겠다”고 첨언했다. 정부의 대응에 대해 윤 교수는 이미 퍼진 영상을 지우는 일도 중요하지만 온라인에 유포된 영상을 완전히 삭제하기엔 아직까지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처음부터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한 장기적인 △윤리교육 △인권교육 △양성평등 등의 교육이 너무나 절실한 시점”이라 덧붙였다. 


딥페이크와 같은 디지털 성범죄에서 청소년들이 주요 피해자와 가해자로 등장하는 상황 속 사회 전반에 걸친 적극적인 예방책이 필요해 보인다. 법적 대응과 사회적 대응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이 디지털 환경에서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및 심리적 지원이 동시에 이뤄져야 할 때다 


전혜윰 기자 Ι hyeyum7680@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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