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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누가 뭐라 해도 나는 나인걸
  • 정예은 기자
  • 등록 2024-09-24 12: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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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4인조 밴드, LUCY는 지난 2019년 JTBC 프로그램 ‘슈퍼밴드’에서 결성됐다. 해당 프로그램에서 준우승을 거머쥐며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 루시는 매번 독특한 아이디어로 대중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며 우리나라 밴드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루시라는 팀을 소개해 달라는 질문에 그들은 “어떤 장르든 신선하게 루시만의 색깔로 민들 수 있는 팀”이라고 전했다. 누구나 공감할 법한 청춘부터 유년 시절에 대한 그리움, 벽장 속 괴물인 부기맨을 활용한 미스터리한 분위기까지 그들만의 색을 만들어 가고 있다. 또한 다른 밴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악기인 바이올린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등 새로운 느낌을 선사한다.


 독창성을 자랑하는 루시의 노래 중 FROM. 앨범의 타이틀 곡인 <빌런>은 모순적이게도 영웅이 되고 싶어 하는 빌런의 감정을 솔직하게 담아낸 곡이다. 이는 지난 2021년 발매된 <히어로>라는 곡과 상반되는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


 곡 <빌런>의 주인공은 삶의 갈등 속 자신을 마치 빌런처럼 느끼며 영웅이 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세상이 주인공한테 영웅이 되기엔 부족하다고, 다르다고 손가락질하는 것 같다 느끼며 좌절하기도 한다. 곡의 도입부는 빠르게 질주하는 드럼 비트로 시작하지만 서서히 얹어지는 바이올린의 선율로 화자가 이 세상을 점점 사랑하게 되는 감정선을 보여준다. 또한 밝고 청량한 멜로디에 담긴 비관적인 가사는 현대인의 밝은 외면 속에 감춰둔 슬픈 내면을 표현했다.

   

“나에게만 빛나는 이 세상은 날 사랑한다 해

꼭 나 같은 바보들이 나를 피하려 해

나도 알아

그래! 나도 나대로 빛나는 걸”

『빌런』 中

   

 곡의 주인공은 ‘아마 거울 속 내 모습이 좀 다르게 맘에 쏙 들었나 봐’라며 ‘오늘은 영웅이 될 것만 같던 날’이라 말하고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한다. 그러나 ‘하나 둘 어그러지듯이 나보다 훨씬 아름답게 빛나는 이 세상은 날 초라하게 해’라는 가사를 통해 본인보다 뛰어난 사람들과 스스로를 비교하게 되고 자신을 한없이 초라하게 느끼며 좌절한다. 이러한 가사의 내용이 그동안 숨겨왔던 기자의 모습과 너무 닮아있었기 때문일까. 이 곡을 들으며 그동안 꾹꾹 눌러온 감정이 터져나왔다. 기자는 남들에게 자신의 단점을 말하는 것은 곧 스스로의 약점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항상 힘든 감정을 티내지 않기 위해 혼자 끙끙대며 달려왔다. 요즘 현대 사회는 하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고 너무 많은 노력을 바란다. 잘해보고자 했던 일들이 마음처럼 되지 않고 남들은 가볍게 하는 일들이 나에게만 버겁게 느껴진 적이 있지 않는가. 그럴 때 이 곡을 듣고 위로받았으면 한다. 이 곡의 마지막 가사처럼 나는 나대로 아름답다는 것을 잊지 말고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자신의 빛나는 모습에 더 집중해 보자.

   

정예은 기자 Ι 202412382@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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