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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추천] 솔직한 감정의 상실, 자발적 외로움
  • 편집국
  • 등록 2017-05-12 12:14:44
  • 수정 2017-05-12 12: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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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과 SNS의 발전으로 우리는 각자의 소소한 일상을 어마어마한 수의 사람들과 공유한다. 덕 분에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공감해 줄 사람을 찾기 쉬워졌다. 과거엔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 을 찾는 집단이 주변인이라는 작은 단위에 한정됐다면, 오늘날에는 SNS를 하는 사람들 전체로 대상 이 급증한 것이다. 하지만 관계의 네트워크가 넓어졌음에도 외로움은 줄어들지 않았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에 따르면 오히려 우리나라 사람들의 자살률은 지난 25년간 3배로 급증했다. ‘외로움 살해자’에서는 이와 같은 외로움을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고독을 직접 살해해 주는 청부업을 이야기하고 있다.

 

  외로움 살해를 청부받는 살해자들은 정해진 기간 동안 외로움을 제거하기 위해 △상담사 △애인 대행 △스토커를 자처하며 손님에게 본인의 모든 일상을 투자한다. 그렇다보니 정작 그들 스스로를 돌보지 못해 어느 순간 갑작스러운 고독에 잠긴다. 이 직업에서 엘리트로 꼽히는 ‘필’은 태어나는 순 간부터 공기처럼 존재한 외로움이 자신에게 아무런 느낌도 주지 못한다고 말한다. 반면 그를 찾아온 심각한 외로움 환자 ‘미’는 고독 속에 갇혀 죽음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얘기한다. 그런데 점차 시간이 갈수록 양 극단에 서있는 것처럼 보이는 둘은 외로움을 쫓아내기 위해 서로를 이용하고 있다는 면에서 닮아있음을 알 수 있다.

 

  이 모습에서 현대 사회 사람들의 일면이 드러난다. 바로 외로움을 떨치고자 진심 없이 사람을 대 하는 실태다. 언제나 우리 곁에 있게 된 SNS 덕분에 사람들은 사소한 쓸쓸함마저 느끼지 않을 수 있 다. 하지만 자유롭게 열려있는 공간은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게 만든다. 상대적으로 관심 받지 못하거 나 풍족하지 못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을 키우고, 박탈감까지 느끼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벗어 나고자 사람들은 더 많은 주목을 받을 수 있도록 자신의 삶 자체를 포장한다. 자신의 진솔한 감정은 뒤로하고 시선을 끌만한 가상의 삶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러나 계속된 연기는 솔직한 감정을 드러 내지 못하게 한다. 외로움을 몰아내고자 시작한 노력이 스스로의 감정을 배제시키는 행동이 된 것이 다. 이 행동에 얽매인 사람들은 단순한 인간관계에서도 서로를 외로움 살해 수단으로 이용하며 살해 자를 자처하고 있다. 결국 이런 시도는 진정한 관계를 단절시키며 사람들을 더 깊은 외로움으로 끌고 갈 위험이 있다. 그렇기에 사회 속에서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해주는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이를 늘려 가길 바란다.

 

안나리기자│artanl@k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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