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사회이슈] 정체된 지역 발전의 돌파구, 구도심 살리기
  • 박상준 기자
  • 등록 2024-09-02 16:26:43
  • 수정 2024-09-02 16:35:10
기사수정
  • 구도심 재생의 핵심, 공동체 활성화
도시는 오랜 역사 속에서 생성되고 수많은 요소와 상호작용을 하며 성장하지만 때론 쇠퇴하기도 한다. 이처럼 저출산 시대에 접어든 지금, 우리나라는 갖가지 정책을 시행하며 구도심 살리기에 나서고 있지만 쉽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본지는 평촌신도시가 자리한 안양시에 찾아가 취재를 진행했으며 성결대학교 문채(도시디자인정보공학과) 교수와 인터뷰를 통해 현 상황을 자세히 알아봤다.

우리나라는 지금, 구도심 쇠퇴 중


안양1번가

 20세기 초반 경인선, 경부선 등 전국적으로 교통망의 확충이 이뤄지며 정차역이 위치한 지역은 자연스레 해당 도시의 주요 도심으로 발돋움했다. 또한 한국전쟁 이후, △서울 △부산 △인천 등 주요 도시의 도심은 빠르게 재건되는 동시에 경제 활동이 집중되며 인구와 상업시설이 밀집되는 계기가 됐다. 차후 1960년대 우리나라는 원도심을 중심으로 급속도의 산업화를 겪으며 원도심이 경제 활동의 중심지로 급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서울이 주거기능과 공업기능을 전부 감당하기에 포화상태에 다다른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주택난과 부동산 투기가 주택가격 폭등을 유발하자 노태우 정부는 ‘주택 200만 호 건설’ 사업의 일환으로 수도권 등지에 신도시를 조성했다. 이에 △성남시 분당 △고양시 일산 △부천시 중동 △안양시 평촌 △군포시 산본에 1기 신도시로 불리는 수도권 5대 신도시가 들어섰다. 해당 사업은 부동산 시장의 수급 안정 및 서민층의 주거 안정에 기여하는 등 성과를 보였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신도시의 주변 인구가 신도심으로 흡수되며 원도심이 상대적으로 노후하고 열악한 구도심으로 변모하게 되는 부작용을 불러왔다. 이처럼 과거 환경에 맞춰진 인프라는 급속한 산업화가 이뤄진 지금 환경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본지는 구도심의 문제점과 회복 방안을 알아보기 위해 1기 신도시인 평촌신도시가 위치한 안양시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직접 눈으로 본 만안구와 동안구


 현재 안양시의 인구는 지난 7월 기준 약 54만 명으로, 2005년 62만 명이라는 정점을 찍고 난 후 약 20년 동안 계속해서 감소하는 추세다. 이에 인구 50만 명 이상 도시에 부여되는 대도시 특례 또한 박탈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지속적으로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안양시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달 27일 구도심인 안양역과 신도심인 평촌, 범계역 일대를 방문했다.



                       한산한 안양1번가

 먼저 찾아가 본 안양역 주변에는 도로를 따라 낮은 층수의 상가들이 넓게 포진돼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역 건너편에 들어서 있는 만안구의 주요 상권인 안양1번가로 향하기 위해선 지하상가를 거쳐야 했다. 지상 곳곳에 놓여 있는 입구를 따라 지하상가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곳곳에 붙어있는 ‘임대 문의’ 전단이었다. 실제로 작년 2월, 안양만안지역위원회 사무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강득구 의원은 안양1번가 지하상가의 공실률이 31.4%에 달한다고 전했다.


 오후 1시, 지하상가를 따라 도착한 안양1번가엔 점심시간임에도 유동 인구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휑한 길거리뿐이었다. 한적한 분위기를 풍기는 상가를 따라 이동하는데, 역시 굳게 닫힌 문 위로 임대 문의 전단이 붙어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또한 인도와 차로가 구분돼 있지 않은 탓에 상가 앞을 지나다니는 자동차에 계속해서 길을 비켜줘야 했다.


                    범계역 로데오거리

 한편 범계역 2번 출구를 나서자마자 낮고 노후화된 상가 대신 거대한 쇼핑몰들의 행렬이 한눈에 들어왔다. 2번 출구 앞으로 펼쳐진 범계역 로데오거리엔 점심시간이 일부 지난 시각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로 북적였다. 또한 인도와 차로가 분리된 구조를 가진 로데오거리엔 많은 유동 인구를 소화할 수 있는 인도뿐만 아니라 분수대, 조형물 등 다양한 볼거리가 설치돼 있었다.


 또한 구도심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던 임대 문의 전단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안양1번가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은 14.7%에 달하는 것에 비해 범계역 주변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은 7%로 2배 이상 차이 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해당 수치는 경기도 평균 공실률인 10.8%보다 3.9% 높은 수치다.


경기권 최대 규모의 평촌 학원가

 이외에도 동안구에 △안양시청 △등기소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 등의 주요 업무지구가 위치 해 있는 것은 물론, 경기권 최대 규모인 평촌 학원가가 있어 구도심인 만안구를 제치고 행정과 교육의 중심지로 자리 잡은 것을 볼 수 있었다.


구도심 쇠퇴, 오로지 신도시 탓이 아냐…


 본지는 안양시의 구도심 쇠퇴 현상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자 안양시 만안구에 위치한 성결대학교 문채(도시디자인정보공학과)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문 교수는 “구도심인 만안구와 신도심인 동안구 간의 격차가 심한 것은 사실이지만 평촌신도시가 들어서며 급격히 심화됐다고 보진 않는다”고 전했다.


 대신 안양시의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크게 개발 가용지 부족과 가구 구성원 변화를 꼽았다. 도시가 확장하기 위해선 새로운 주택이 계속해서 보급돼야 하지만 안양에는 개발할 수 있는 용지가 부족하다는 분석이다. 이어 “수도권 1기 신도시를 계획할 당시 가구당 인원을 4명으로 추산했지만 현재는 2.5명으로 계획하고 있는 추세”라며 “당시 17만 명으로 계획하고 약 4만 세대를 공급했으나 현재 계산법으로는 10만 명에 그친다”며 저출산으로 인한 쇠퇴가 더 큰 이유라고 덧붙였다. 또한 문 교수는 인구 감소에 따른 대도시 특례 박탈에 대해서도 “대도시 특례란 간단히 말해서 인구 50만 이상 도시에게 일정 부분 도시계획 결정 권한을 주는 것”이라며 “대도시 특례를 박탈당하게 되더라도 시민에게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 전했다.


 그 외에도 “구도심이 쇠퇴하는 것은 신도시 개발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나라의 구도심이 가진 근본적인 문제점”이라 덧붙였다. 신도시 개발에 비해 구도심은 △공간 제한 △복잡한 이해관계 △노후 인프라 등으로 개발이 어려워 기반 시설이 약화되며 쇠퇴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지방의 경우 신도시 개발이 구도심 쇠락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 교수는 “인구 유입이 적은 지방 도시에서 신도시 개발이 이뤄지게 될 시 인구가 신도시로 몰리며 인구 감소와 상권 쇠퇴를 초래할 수 있다”며 “실제로 세종시가 개발되며 인프라의 차이로 인해 대전광역시가 일부 쇠퇴한 바 있다”고 밝혔다.


안양시 도심 간의 격차 해결, 어떻게 되고 있나


 그렇다면 구도심을 살리기 위해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까. 신도심과 구도심 간의 격차를 메꾸기 위해 안양시청과 상인연합회는 크게 △개발 제한 규제 완화 △교통망 확충 △시청사 이전 등을 추진 중에 있다. 다만 문 교수는 해당 방안들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우선 개발 제한 완화에 대해 “현재 안양1번가 일대가 서이면 사무소로 인해 보존지역으로 지정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로 인해 상권이 침체됐다는 건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보존지역으로 인해 높이 제한 등은 있을 수 있지만 업종 제한이 있진 않아 상권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분석이다.


 이어 “만안구를 중심으로 한 교통망 확충이 구도심 활성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활성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서울과의 연결성”이라며 “시청사 이전 또한 일자리 창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시민들에게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이라 전했다. 또한 시청사를 만안구로 옮기는 대신 해당 부지에 다른 용도의 시설이 들어오게 되면 구도심 활성화에 더욱 도움이 될 것이라 덧붙였다.


구도심 살리기, 종합적으로 생각해 봐야 할 문제


 문 교수는 구도심을 살리기 위해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봤다. 문 교수는 “도시재생의 가장 큰 목적은 공동체 활성화”라며 “현재 도시재생을 위해 시행하는 정책들은 이러한 방향이 결여돼 있어 아쉬운 심정”임을 전했다. 이어 “사람들을 소프트웨어, 도시를 하드웨어로 비유한다면 현재 정책은 하드웨어 개선에만 신경 쓰고 있는 꼴”이라 지적했다. 효과적인 도시재생을 위해선 사람들 간의 교류를 늘리는 등의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앞서 말했다시피 신도시 개발에 비해 구도심 개발은 매우 어렵다”며 “구도심은 건물뿐만 아니라 기존의 경제 일자리 등 신경 써야 할 점이 많아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을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문 교수는 “구도심은 도시의 핵심 기능을 담당하며 지역 경제를 이끌어 와 문화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가치가 높은 지역”이라며 “구도심을 살리는 것은 신도심과 구도심 간의 격차를 줄이는 것뿐만 아니라 지역 발전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라 전했다.


글·사진 박상준 기자 Ι qkrwnsdisjdj@kyonggi.ac.kr

TAG
0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