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로 일어난 전시회 붐
예술 작품뿐만 아니라 다양한 예술가들의 삶, 그들의 생각까지 엿볼 수 있는 장소인 전시회는 작은 팝업스토어부터 외국 예술가의 전시까지 진행되며 주변에서 찾아보기 쉬워졌다. 관심만 있다면 누구나 관람이 가능하다는 특징 덕분에 떠오르는 문화생활이 된 것이다. 작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위, 2022년 문화예술활동현황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22년도 시각예술 전시는 1만 6,151건으로 전년 대비 2,787건, 20.9% 증가했다. 이후 코로나19가 잠잠해지자 전시 개최는 폭발적으로 증가해 코로나19 이전인 지난 2019년 전체 대비 5.9%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전시회는 예술 작품을 선보이는 장소일 뿐만 아니라, 각종 장식물과 홍보물들이 필요로 하는 복잡한 과정이 수반된다. 이 과정에는 막대한 양의 재료와 대규모 인력들이 동원된다. 많은 자원과 다양한 노력이 결합 돼 관객들에게 신선하고 즐거운 경험을 제공하지만 전시회가 끝난 후 남는 폐기물의 양은 상당하다. 전시 동안 사용된 자원들은 길게는 5~6개월이 지나면 대부분 쓰레기로 변하며 환경오염을 야기하고 있지만 폐기물은 전시회의 화려함과 예술 작품 뒤에 묻혔다.
예술 뒤에 숨은 폐기물의 실태
전시회가 끝난 후 현장에는 셀 수 없이 많은 폐기물이 남겨진다. △부스 구조물 △가벽 △홍보물 △장식품 등 일회성으로 사용된 물품들은 대부분 재활용되지 않고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전시회에서 발생한 폐기물은 처리 기준이 별도로 기재돼 있지 않아 일반 생활폐기물과 같은 기준으로 처리된다. 특히 석고보드로 만든 가벽은 재활용이 쉽지 않아 일회용에 가까운데, 전시 개념과 특징을 강조하기 위해 많은 가벽이사용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 990~1,600㎡ 규모의 전시회에서 평균 5~7t의 폐기물이 발생한다. 한 전시 폐기물 업체 관계자는 “일반 미술품 전시는 5t 전후, 산업 전시는 9m² 크기 부스 1개당 평균 270kg, 대형 전시 폐기물은 회당 20t 정도의 폐기물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또한 “연간 1만 건의 전시회가 개최된다고 보면 폐기물만 한 해에 20만t 이상 나온다”고 언급했다. 추가로 업계 관계자들은 “목재와 철골 등은 재활용이 가능하지만 △페인트를 칠한 석고보드 △PVC △플라스틱 등은 가열 시유해 물질이 발생하는 악성 쓰레기로 재활용이 어렵다”고 설명한다.
특히 브랜드 쇼룸 또는 팝업스토어와 같은 전시회는 일회성으로 진행되지만 많은 폐기물이 발생한다. 설치부터 철거까지 팝업스토어 하나당 평균 1t 트럭 2~3대 분량의 폐기물이 나오는 것이다. 지난 2022년 1인당 1일 생활(가정)폐기물이 0.87kg인 것을 보면 팝업스토어는 통상 짧게 하루, 길게는 한두 달 정도 반짝 이뤄지기에 다른 쓰레기와 달리 짧은 시간 안에 많은 폐기물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전시회로 인해 발생한 폐기물들은 재활용이 불가능한 경우가 대다수며 환경오염에 주범이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으로 인해 주변 주민에게 큰 피해를 안겨 주는 등 각종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전시장의 재탄생, 폐기물 처리와 재활용의 새로운 패러다임
이러한 전시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접근법이 필요하다. 이에 재사용이 가능한 부스와 장식물의 도입을 통해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하고 친환경 재료의 사용과 같은 다양한 방안이 구상되고 있다.
부산 현대 미술관의 경우, ‘지속가능한 미술관: 미술과 환경’ 전시를 통해 지속 가능한 전시회에 초점을 맞췄다. 해당 전시회에서는 전시에 쓰고 버려진 5t 트럭 2대 분량의 폐기물을 작품처럼 쌓아 선보이면서 전시회 폐기물의 실태를 보여줬다. 동시에 이러한 폐기물이 발생하지 않기 위해 입구를 제외하곤 △석고벽 △페인트 △시트지 등을 일체 사용하지 않아 설명판을 제외하면 폐기물이 거의 남지 않았다. 그 외에도 국립현대미술관은 지난 2019년 친환경 인쇄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유관 기관 간 재활용 시스템을 구축했다. 또한 국립현대미술관 온라인 사이트에 재활용 가능한 가구 리스트를 모두 공개해 유관 기관이 대여 요청을 하면 양도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전시회 폐기물 문제는 단순히 예술의 영역을 넘어 환경적인 책임을 요구하는 중요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예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한 전시 방식을 도입하고, 폐기물 관리에 대해 계속 해서 해결책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김세은 기자 Ι seeun2281@kyongg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