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로 체험하는 전시가 있다고?
섬세이 테라리움은 자연을 접목시킨 △바디드라이어 △멀티탭 △캔들워머 등을 판매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섬세이’에서 첫 번째 공간 프로젝트로 개최한 전시다. 이는 오감을 통해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체험형 전시로, 지하 1층부터 루프탑까지 총 5개의 각기 다른 테마의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됐다. 지난 2021년 8월에 시작된 상설 전시로 서울숲역에서 도보 약 6분 이내에 위치해 있다. ‘지금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자연이 만약 사라진다면’이라는 물음에서 시작된 본 전시는 자연을 마주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의 삶이 다시 자연스러워지기를 바란다.
잠들어 있던 감각을 깨우다
본 전시는 지하에서부터 시작된다. 첫 번째 섹션 ‘Black Out’은 시각과 청각이 차단된 채 어두운 땅속을 손끝과 발끝의 감각에만 의존해 나아가는 공간이다. 동굴의 거친 벽면을 더듬으며 걸어가니 보이지 않는다는 두려움에 절로 몸이 움츠러들었다. 인간이 가장 의존하는 감각인 시각이 차단 되자 점차 다른 감각들이 어둠 속에서 곤두서기 시작했다.
두 번째 섹션 ‘Water of Dawn’은 새벽녘의 습지를 구현한 공간이었다. 맨발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진흙과 시원한 물의 감촉은 앞선 어둠 속 서서히 존재감을 내보인 발끝의 감각을 완전히 깨워내기에 충분했다. 누르면 누르는 대로 자국이 남는 진흙의 기분 좋은 촉감은 기자를 한참 자리에 머물게 만들었다. 또한 찰박이는 물의 감촉과 포근한 안개의 조화가 새벽녘 습지를 여실히 느끼게 했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새벽녘 뒤에는 이와 사뭇 반대되는 분위기에 붉은 노을이 기다리고 있었다. 저녁 노을에 물든 갈대밭을 구현한 세 번째 섹션 ‘Wavy Red Sunset’에서는 강렬한 노을빛과 거친 갈대밭의 감촉을 느낄 수 있었다. 새벽녘의 차가운 느낌과 대조되는 따뜻한 노을빛이 새로운 느낌을 더하며 감각을 한껏 고조시켰다. 강물을 느낄 수 있도록 설치된 물침대는 밟을 때마다 출렁이며 기자를 즐겁게 만들어 줬다. 그 위에 누워 온몸으로 강물의 소리와 시원함을 만끽하니 여름철 더위가 가시는 듯했다.
즐겨라, 느껴라, 기억해라
자연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푸른 녹음이 생각날 것이다. 네 번째 섹션 ‘SUMSEI FOREST’는 앞서 느꼈던 모든 감각들을 마지막으로 되새기며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었 다. 푸릇한 숲속에서 새들의 지저귐과 차 한 잔을 즐기다 보면 함께 온 일행과 지나온 섹션에 대해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녹음된 소리가 아닌 전시 공간 편에 있는 실제 새의 소리를 들으며 자연이 주는 노래에 귀 기울였다. 전시가 끝난 후 △진피 홍차 △진피 녹차 △세작 중 하나를 선택해 맛볼 수 있었다. 달콤한 감귤칩 초콜릿과 함께 잠깐의 휴식을 즐기며 전시에 대한 감상을 나누니 전시가 끝나는 순간까지도 자연을 느낄 수 있음에 만족스러웠다.
본 전시는 자연의 △소리 △향기 △감촉 등을 느끼게 해주며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상기시켜준다. 더 나아가 흔히 보는 석양부터 살짝 어색한 습지까지 언제나 함께였던 자연의 풍경과 그런 자연을 의식하지 못한 채 서서히 망가트리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했다.
뜨거워지는 지구, 사라지는 자연. 어느 때보다도 자연을 향한 관심이 높아져야 할 이 시점에 잠시 주변을 둘러보며 자연과 마주해 보는 건 어떨까. 소소하고 당연하게만 느껴지던 그 모든 감각들을 인지하면 전 보다 더 ‘자연’스러운 하루를 보낼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글·사진 이한슬 수습기자 Ι lhs522701@kyongg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