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벌의 날’이란?
세계 벌의 날(World Bee Day)은 지난 2017년 12월 20일 국제 연합(UN)이 전 세계 식량 생산과 생태계 보호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벌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지정한 날이다. 세계 벌의 날은 5월 20일로 지정됐는데, 이는 저명한 양봉가 안톤 얀사(Anton Janša)의 출생일에서 유래됐다. 이날은 △벌과 같은 수분 매개 곤충의 중요한 역할을 인식하고 △그들이 직면한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며 △나아가 벌과 인간이 공동체를 위해 할 수 있는 활동에 대해 강조하는 날이다. 국제 사회는 이날을 통해 대중에게 수분 매개 곤충에 관한 관심을 상기시키고 있다.
꿀벌 실종 사건, 계속해서 사라지고 있는 벌들
지난 2022년 전국 양봉 농가에서 약 39만 군의 벌이 사라져 큰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에는 약 94만 군, 올해는 약 120만 군이 사라지며 급속한 감소 현상을 볼 수 있다. 벌통 1개에 들어있는 벌을 1군이라고 하며, 1군의 개체수는 계절마다 변화한다. 월동 전에 1군의개체수가 1만 5,000여 마리로 줄어드는 것을 고려하면 올해만 약 200억 마리의 벌이 없어진 것이다. 해외에서만 접하던 ‘꿀벌군집붕괴현상1)’이 국내에도 일어나기 시작했다는 전문가의 목소리 또한 잦아들지 않고 있다. 전국적 꿀벌 실종 사태의 원인으로 여러 가지가 거론된다. △이상 기후 △외부 농약 및 살충제 노출 △꿀벌응애 감염증2)을 포함한 각종 전염병 △밀원 식물3)의 감소 등이 그 원인으로 거론되지만,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아 사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 실정이다.
꿀벌 실종 사태를 우려해야 하는 이유는 벌이 농업 생태계에서 가장 흔하게 이용되는 꽃가루 매개자이기 때문이다. 지구상에 있는 식물의 75%가 꿀벌의 수분 매개 덕분에 번식하고 있으며 우리 식량의 98%를 공급하는 세계 100대 농작물 중 70종 이상이 곤충의 수분 매개에 의존하고 있다. 꿀벌군집붕괴현상이 생태계 균형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뿐만 아니라 인간과 가축이 꿀벌을 통해 생산된 열매와 작물들을 섭취하기 때문에 농산물 생산 감소에 이어 극심한 식량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이쯤에서 ‘인공 수분을 하면 되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지구 환경 보호와 평화를 위해 활동하는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에 따르면, 인공 수분은 꿀벌의 대안이 될 수 없다. 드론 등을 이용한 인공 수분은 전 세계 2만여 종의 벌에 비해 비교적 일부 개화 식물의 수분 매개를 도울 수 있기 때문에 기술로 자연의 꽃가루 매개자를 대체하기에는 현재 기술력이 부족하다.
우리의 과제, 벌 보호에 관심을 가지자
서울시 광진구에서는 지난 2016년부터 ‘도시 양봉 학교’와 ‘꿀벌 체험 교실’을 통해 꿀벌과 양봉에 대해 알려 왔다. 이는 광진구에서 환경 보호와 생태계 복원에 기여하기 위해 도시 속에서의 양봉을 알리고 정착시키고자 운영하고 있다. 참가자들이 수업을 통해 직접 양봉에 참여해 도시에서 꿀벌을 만나고 벌꿀을 맛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한편, 서울시에서 도시 생태계의 회복을 위해 조성한 서울숲 안에도 도시 양봉장이 위치했다. 서울숲의 꿀벌정원은 꿀벌의 생태계 회복을 위한 곳으로, 밀원 식물과 자생 식물이 있고 벌 호텔(인공 둥지)과 도시 양봉장 등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이다.
2024년 세계 벌의 날 주제는 ‘젊은 세대와 함께하는 벌(Bee engaged with Youth)’로, 이는 젊은 세대가 벌과 같은 수분 매개자를 보전하려 노력하면 환경 보호의 미래 주역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젊은 세대가 환경 리더십을 발휘해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도록 영감을 주려는 것이다. 우리도 이번 세계 벌의 날을 기념해 벌의 소중함을 알고, 조금씩 나아가려 노력해야 할 때다.
홍세림 수습기자 Ι hsrim1213@kyonggi.ac.kr
1) 일벌이 벌통으로 돌아오지 못해 여왕벌과 새끼 벌이 집단으로 죽는 등 1군의 개체수가 부족해 군집이 무너지는 현상
2) 유충이나 성충의 벌에 진드기의 일종인 꿀벌응애가 붙어 체액을 빨아먹는 현상
3) 꽃과 꽃가루를 통해 꿀벌의 생산을 돕는 식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