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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파이] ‘조력존엄사법’ 발의에 82% 찬성…이후 문제도 고려해야
  • 정예은 수습기자
  • 등록 2024-05-20 14: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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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존엄하게 죽을 권리 혹은 생명경시현상의 기폭제
지난 2월 네덜란드의 전직 총리 부부가 안락사로 생을 마감했다. 이처럼 많은 유명인의 안락사 소식이 잇따르며 이른바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본지는 안락사에 관한 법률을 비롯해 이를 둘러싼 자세한 내용을 알아봤다.


한국인 조력 사망 단체 회원 아시아 1위

   

 안락사란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는 불치의 환자에 대해 본인 또는 가족의 요구에 따라 고통이 적은 방법으로 생명을 단축하는 행위를 말한다. 안락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진정제 투여 등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죽음을 앞당기는 적극적 안락사와 이미 죽음의 위기에 달한 환자의 연명치료를 중단해 사망하게 하는 소극적 안락사가 있다. 여기서 후자는 존엄사와 같은 의미로 사용되며 환자가 스스로 약물을 복용해 죽음을 선택하는 조력 사망 또한 존엄사에 포함되는 행위다.


 1940년 스위스에서 시작된 안락사 제도는 현재 △캐나다 △네덜란드 △호주 등의 국가까지 전파됐다. 실제 유일하게 외국인의 안락사를 허용하는 국가인 스위스 조력 사망 단체 ‘디그니타스’에 따르면 한국인 회원 수는 작년 4월 기준 136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본, 중국의 두 배 수준으로 아시아 국가 중 가장 많은 수치다. 또한 지난 2022년 설립된 한국존엄사협회의 경우 홈페이지 개설 이후 5개월 만에 250명의 회원이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존엄사 택한 우리나라 환자, 16만 명 넘어


 우리나라는 지난 2018년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으로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가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것이 허용됐다. 이는 임종 환자에 국한되며 심폐소생술이나 인공호흡기 등의 중단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이다. 지난 2021년 8월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실제로 16만 9,217명의 환자가 연명의료 중단을 이행했다. 또한 임종 과정을 맞이했을 때 연명의료 여부를 문서로 남겨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미리 자신의 생명 연명을 포기한 이들이 올해 기준 200만 명을 넘어섰다.


 이후 지난 2022년 6월 이른바 ‘조력존엄사법’이 발의됐다. 해당 법안은 기존 연명의료결정법을 확장해 수용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는 말기 환자의 경우 의사에게 요청할 시 사망에 이르는 약물을 처방받아 환자 스스로 약물을 통해 목숨을 끊는 것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작년 서울신문의 인식조사 결과 국회의원 100명 중 87명이 해당 법안의 입법화를 찬성했다. 하지만 법안은 2년째 계류 중으로 별다른 진전은 없는 상태다.

   

조력 존엄사법을 두고 벌어진 찬반 공방전

   

 지난 2022년 한국리서치가 조력 존엄사법을 두고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찬성 82%, 반대 18%로 압도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찬성 측은 ‘어떻게 세상을 떠나고 싶은지에 대한 선택권은 본인에게 있으며 무의미한 연명 치료를 위해 계속 지급해야 하는 병원비가 경제적으로 부담된다’는 등의 근거로 찬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많은 나라에서도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는 추세인 만큼 우리나라도 이에 발맞춰 이를 허용해야한다는 의견 또한 존재했다. 그러나 안락사나 조력 사망을 허용하고 폭을 넓히자는 최근의 흐름에 대해 우려를 표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동아대학교 의과대학 김정아 교수는 지난 3월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사회의 가장 취약한 사람을 포함해 훨씬 더 많은 시민의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할 위험이 상당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생애말기 돌봄을 개선하는데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는 것이 급선무이며 법안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전했다. 서울성모병원 김철민 교수는 “늘어나는 말기환자에 대한 대책으로 조력 존엄사가 합법화돼 △죽음이 기본 선택지가 되는 문화 △자살의 전염 △미묘하게 죽으라는 강요를 당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말기 환자의 희망 상실을 부추기는 문화가 된다면 말기환자들과 가족들은 미끄러운 경사길에 서 있는 공과 같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에서 안락사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안락사를 돕는 단체인 ‘디그니타스’의 우리나라 연도별 회원 수는 4년 새 세 배가 급증할 정도다. 안락사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지금, 이가 환자들의 극단적 선택을 방조하게 되는 것은 아닐지 고려해 봐야 할 때다.

   

정예은 수습기자 Ι 202412382@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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