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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완벽한 결말이란 무엇일까
  • 정민 기자
  • 등록 2024-05-20 14: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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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프닝부터 해피엔딩을 논하며 사랑한다고 외치는 드라마, 지난 2019년 방영된 ‘멜로가 체질’은 서른 살을 맞이한 △진주 △은정 △한주의 일상과 고민을 담는다. 하나의 굵직한 줄거리보단 옴니버스 형식으로 얽힌 여러 에피소드를 주로 그려낸다. 작품 속 해피엔딩에 대한 고찰은 드라마 전반에 걸쳐 등장한다. 1화에서는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세 친구에 대한 소개와 함께 그녀들이 견뎌낸 지난 사랑과의 결말을 볼 수 있다.

 

 진주는 7년 사귄 전 남친과의 이별을 발판 삼아 보조 작가로 취업에 성공했다. 그와 연애하는 동안 행복한 만큼 잦은 싸움에 아팠던 진주에게 이별은 연애 기간 곪았던 상처의 딱지가 떼어지는 과정이었다. 9살 아들을 키우고 있는 싱글맘 한주는 대학 시절 만난 남자와 아이를 가졌고 이듬해 출산했지만 그는 자신의 행복을 찾는다는 이유로 한주를 떠났다. 20대 초반의 한주에게 그와의 이별은 생명을 떠안는 큰 시련이었다. 다큐 감독 은정은 전 연인과 사별 후 그의 환영을 보며 살아간다. 연인의 죽음에 대한 충격으로 자살 기도까지 했던 은정에게 그의 환영은 그녀가 삶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동력이기도 했다. 전 연인의 부재를 부정하며 그와의 끝을 맺지 못한 은정은 세 인물 중 유일하게 지난 사랑과의 결말이 없는 채로 시작하는 인물이다. 새드엔딩처럼 보이는 지난 사랑과의 이별 후 세 인물은 각자의 삶을 되찾는다. 행복한 일에 웃고, 슬픈 일에 울며 대부분의 시간을 무던히 살아간다.

 

 “‘사랑해’ 하고 끝나면 그게 해피엔딩이야? 

‘헤어져’ 하고 끝나도 뒤를 생각하면 

‘구질구질한 꼴 안 보고 진즉 헤어져서 해피엔딩입니다’ 

그것도 해피엔딩 아니야?”

『멜로가 체질』 中

 

 마지막 화에서 드라마 제작을 마친 진주는 극의 결말을 고민한다. 이건 진주의 고민임과 동시에 곧 멜로가 체질을 마무리하는 이병헌 감독의 고민이기도 하다. 극 초반 ‘사랑해’하고 마치는 드라마가 해피엔딩일까 고민한 끝에 결국 멜로가 체질의 결말은 이별로 끝난다. 세 친구의 동거가 끝나는 마지막 밤에 야식을 먹으며 맺은 결말은 여운보다 안정감을 준다. 드라마가 방영되는 내내 그래왔던 것처럼 이후에도 그들이 잘 살아갈 것임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해피엔딩, 완벽한 결말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마지막 인사야 어떻든 고작 말 한마디가 중요하겠는가. 떠나간 후에도 그 시간이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는 것. 그것이 진정 완벽한 결말일 것일지 모른다. 때문에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계속해 결말을 만들어 간다. 돌이켜봤을 때 웃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행복했다면 당신의 결말은 이미 그 자체로 완벽할 것이다.

 

정민 기자 Ι wjdals031004@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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