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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처벌보다 치유가 우선돼야 할 청소년 도박
  • 이수민 기자
  • 등록 2024-04-03 18:3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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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LA다저스 소속 야구 선수 오타니 쇼헤이의 통역사 잇페이와 유명 해외 가수 브루노 마스의 도박 의혹이 불거지며 동서고금을 막론한 경찰 인력은 도박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대한민국 역시 안전지대는 아니었다. 경찰청 통계 자료에 따르면 현재 국내 도박 인구는 약 237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5.5%에 육박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국가별 도박 인구가 △미국 1.5% △영국 2.5% △호주 3.7%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월등히 높은 수치인 셈이다. 문제는 상당 유형의 도박이 접근하기 좋은 온라인 공간에서 불법적인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불법 온라인도박은 언제 어디서나 도박을 즐길 수 있어 중독성이 높고 전자기기를 소유하고 있는 한 자유로운 참여가 가능하기에 사전 차단이 어렵다.

                     

 앞선 불법도박 문제는 청소년층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실제로 이들 사이에서 성행하는 ‘바카라’는 카드 두 장에 적힌 수를 더하고 끝자리가 9에 가까운 사람이 돈을 따게 되는 간단한 도박 게임이다. 해당 게임은 실시간으로 인터넷 라이브를 송출하고 별도의 신원확인 없이 접근할 수 있어 청소년 이용자의 유입이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선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방식의 도박을 경험한 청소년은 과도한 대출로 인한 재정적 문제를 호소하거나 2차 범죄에 가담하는 양상을 보였다. 또한, 주로 친구나 지인의 권유로 인해 도박에 유입되기 때문에 도박을 관둘 시 또래 집단으로부터 도태된다는 두려움에 빠져 자신의 의지로 도박의 족쇄를 끊어내기란 더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지난달 18일, 위 문제에 심각성을 느낀 서울경찰청이 청소년 도박 근절 릴레이 챌린지를 시작했지만, 이는 말뿐인 예방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미 도박 사이트는 셀 수 없이 만연하고 이마저도 차단 전 주소 변경이나 우회 경로를 사용하면 얼마든지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특성을 고려한다면 도박을 단순 범죄로 치부하기보다는 중독으로 인한 재발의 위험성을 인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도박 경험 청소년에 대한 확실한 치료와 사후 처리가 뒷받침되고 사회적 질타가 아닌 구제의 손길이 이어진다면 그것이 도박 척결로 향하는 지름길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수민 기자 Ι leesoomin22@kyongg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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