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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더하기] 유행과 참여의 상징 ‘챌린지’, 결국 선을 넘다
  • 임현욱 기자
  • 등록 2024-04-03 18:3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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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소년들 속 유행하는 챌린지 열풍의 어두운 이면
지난 2014년, 챌린지 문화의 시작을 알린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많은 유명인이 참여해 루게릭병에 대해 알리고 관심과 격려를 끌어올려 선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러나 최근 녹말 이쑤시개를 튀겨 먹는 등 어느 순간부터 목적 없이 자극만 추구하는 챌린지가 우후죽순 생겨나며 챌린지는 본질을 잃어버렸다. 이에 본지는 전 세계 청소년을 장악한 위험한 챌린지 열풍과 파생된 문제에 대해 알아봤다.

 

전 세계 10대에게 퍼진 ‘챌린지’ 열풍

 

 SNS가 발전하면서 1분 이내의 짧은 영상을 올리는 ‘숏폼’이 10·20세대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았다. 그중에서도 유행하는 노래에 맞춰 춤을 추거나 새로운 필터를 사용해 보는 등의 ‘챌린지’는 가장 대중적인 숏폼 형태로 많은 이들과 함께 트렌드에 동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 때문에 챌린지 문화는 공익 발전을 위해 많은 관심을 유도하는 기존의 역할에서 탈피해 문화 향유를 위한 수단으로 정착됐다. 더 나아가 이는 △패션 △영화 △음악과 같은 엔터테인먼트 업계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도 챌린지를 자체 생성해 마케팅 전략으로 사용할 만큼 오락 기능을 넘은 고차원의 문화로 재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챌린지는 짧은 영상을 통해 전 세계 사람들과 긴밀히 소통할 수 있게 된 숏폼 사회 속에서 유행의 시발점으로 거듭났다.

 

원초적 자극만을 추구하게 된 현재

 

 누구나 보고 참여할 수 있다는 챌린지의 장점은 양날의 검이 돼 되레 사회적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본인이 게시하는 영상의 화제성을 위해 10대들이 점차 자극적인 방향으로 챌린지 문화를 변질시켰기 때문이다. 소위 △기절 챌린지 △크로밍 챌린지 △스컬 브레이커 챌린지1)라 불리는 위험천만한 챌린지는 주로 △가스 △약물 △폭력 등을 소재로 활용하며 높은 수위의 콘텐츠를 양산해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청소년의 맹목적인 자극 추구 심리를 지목했다. 가령 질식 직전까지 산소를 차단했다 푸는 ‘기절 챌린지’에 경우, 산소 공급을 막아 의식이 끊기고 회복되는 순간 신체에서 아드레날린이 분비되기 때문에 일종의 각성 상태에 이르러 만족을 느끼

게 되는 것이다. 이들이 여기서 그치지 않고 챌린지를 제작해 온라인상에 유포하기 시작했다. 우연히 해당 콘텐츠를 접해 호기심을 느낀 청소년들은 속속들이 이런 위험천만한 행동을 모방했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피해자가 속출하게 됐다.

 

 이처럼 도 넘은 챌린지는 인명 피해로까지 이어졌다. 지난달 2일 영국의 11살 소년이 휘발성 물질을 코나 입으로 흡입해 반응을 공유하는 ‘크로밍 챌린지’를 시도하다 심장마비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보도되며 세계는 비탄에 잠겼다. 또한 지난 2022년 원인 모를 복통을 호소하다 사망한 8세 소년도 지난 1월 자석을 장신구처럼 이용하는 ‘가짜 피어싱 챌린지’를 시도하던 중 삼킨 자석이 원인이었다는 사실이 공개되며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앞선 비보가 계속되자 여론은 더 이상의 불필요한 죽음을 막기 위해서는 위험한 챌린지를 근절해야 한다며 숏폼 영상 플랫폼과 각국의 교육청에 대안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10대들의 위험한 챌린지, 멈출 방법 없나

 

 실제로 지난 2021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거주하던 10대 소녀 닐라 앤더슨은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Tik Tok)에서 유행한 기절 챌린지를 시도하다 침실에서 의식을 잃었다. 구조대원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끝내 사망했다. 앤더슨의 어머니 타와이나는 청소년에게 유해한 콘텐츠를 전시한 것은 분명한 플랫폼의 책임이라며 이들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했지만, 법원은 틱톡에 무죄를 선고했다. 미국 통신법상 사용자에 의해 생성된 콘텐츠에 대해 인터넷 사업자는 책임을 질 의무가 없기 때문이다. 법조인들 역시 플랫폼 사업자와 사용자 보호 규정 간의 이해관계는 상당히 복잡하다고 설명한다. 하루에도 수백만 개의 챌린지가 뜨고 지는 상황에서 콘텐츠 하나하나를 감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여론이 거세짐에 따라 플랫폼들도 위험한 챌린지에 대책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틱톡은 앤더슨의 사망 이후 4개월 만에 기업 내 전문가 자문 바탕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했다. 가이드라인을 위반하는 콘텐츠가 급증할 경우 안전팀과 협력해 이를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입장과 함께 위험한 챌린지로 인한 사망 사건이 더는 없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또한 ‘위험한 챌린지 및 거짓 콘텐츠’에 대한 글로벌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를 통해 10대들의 위험한 콘텐츠를 인식하고 부모와 자녀 간 유해 콘텐츠와 관련해 바람직한 대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 밝혔다.

 

우리는 새로운 콘텐츠가 매일 쏟아지는 미디어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유해 콘텐츠를 막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앞으로의 시대를 이끌어갈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제와 함께 올바른 길로 지도할 교육 확충이 필요하지 않을까.

 

임현욱 기자 Ι 202310978lhw@kyonggi.ac.kr

 

1) 뒤에서 몰래 발로 차서 나자빠진 대상의 반응을 관찰하는 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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