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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감 확인으로 알아보는 ‘나’
  • 편집국
  • 등록 2017-05-10 15:44:56
  • 수정 2017-05-10 15:5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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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면으로부터 찾는 진정한 자아
몇 년 전부터 대학가에서 유행하는 말이 있다.
바로 대학진학 후 시작된 삶에 대한 고민으로 무기력증과
우울증을 소호하는 증상을 가리키는 ‘대2병’이다.

이 증상은 불투명한 미래에 의한 급격한 자존감 하락으로 학생들에게
△전과 △휴학 △자퇴를 결심하도록 만들기도 한다.

이런 현실 속 대학교 2학년 학생인 기자는 직접 본인의 자존감을 돌아봤다

 

고민 속 낮아지는 대학생 자존감

 

 현재 대학생들의 자존감은 어느 정도에 위치해 있을까. 서울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 문혜진 연구원이 2015년 발표한 ‘성인기 자아존중감 변화와 영향요인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다른 세대에 비해 청년기와 노년기의 자존감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지난 1월 아르바이트 전문포털 알바천국이 20대 616명을 상대로 조사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중 자신의 자존감이 낮다고 대답한 사람은 전체의 40.6%에 달했다. 즉, 상당수의 대학생이 낮은 자존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나를 비롯해 주변인의 절반 정도는 자존감이 낮은 편인 것 같다”며 “학벌주의 사회와 성취감이 결여된 대학생활이 가장 큰 요인이라고 생각한다”는 윤성호(수학4) 군의 말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자 또한 주변 친구들이 △스펙 △성적 △장래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을 자주 접했기 때문에 윤 군의 말에 공감했다.

 

 기자의 경우 이전까지 막연하게 ‘자존감이 낮으면 우울증에 빠지기 쉽다’라는 말만 들었을 뿐 자존감에 대해서는 주의깊게 알아본 적이 없었다. 그러다가 얼마 전 온라인에서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는 간이 자존감 테스트(SEI)를 알게 돼 진행했다. 해당 검사에서 제시한 평균 자존감 점수는 25점이었으나 검사결과 기자의 자존감 지수는 ‘–9점’이었다. 예상보다 낮은 점수에 ‘온라인상의 간단한 검사를 믿어도 될까’라는 의문이 들었고, 보다 신뢰할 수 있는 검사를 받아보고자 본교 학생상담센터를 찾았다.

 

 심리 상담을 통해 가진 자아성찰의 시간

 

 신학생회관 4층 430호에 위치한 학생상담센터에 방문한 기자는 우선 간단히 상담신청서와 기본정보제공동의서를 작성했다. 신청서 작성후에는 다면적 인성검사(MMPI-Ⅱ)를 포함한 9가지 검사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도록 돼있었다. 기자 본인의 자존감에 대해 알아보고 싶다는 목적을 밝히자 상담원은 검사 중 ‘기질 및 성격검사(TCI)’와 ‘한국판 정서-행동 평가시스템 (KBASC-2)’을 추천했다. 두 검사를 받기로 결정 한 뒤, 심리검사 용지를 받아 별도로 마련된 검사장으로 이동해 검사를 실시했다. 모든 문항의 응답을 마치고 상담원에게 이를 제출하자 곧바로 추후 상담의 세부일정을 잡을 수 있었다.

 

 상담은 따로 마련된 상담실에서 전임상담원과 1대 1로 이야기 나누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사실 대학생이 되기 전에도 몇 번의 심리상담을 받았던 기자는 형식적이고 감정없는 상담자의 태도에 몇 번이나 상담을 포기했었다. 본인의 가장 큰 고민을 타인에게 꺼내는 일이 큰 부담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무조건적인 해석과 무심한 태도가 아니라 우선적으로 본인에게 스스로 생각할 시간을 제안하는 상담방식이라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받게 된 검사결과는 △평균수치로 안정적인 ‘허용수준’ △평균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있는 ‘준임상수준’ △평균을 벗어나 주의가 필요한 ‘임상수준’으로 나뉜다. 기자의 검사결과는 △다른 사람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고 느끼는 ‘부적절감’ △사회적 스트레스 △우울 등 6개 항목이 준임상수준을 기록하며 ‘주변 환경에서 혼란을 느끼는 듯하다’고 나왔다. 또 대인관계가 임상수준, 자긍심과 자아 신뢰감은 준임상수준을 기록하며 ‘자기상이 부정적이고 자기 효능감 및 신뢰감이 낮을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상담원은 현재 기자에게 “혼란스러운 주변상황 속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바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결과가 나온 이유 및 해결 방안에 대해 상담원과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그 결과 스트레스를 풀 적절한 해결방안을 찾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드러났다. 기자가대인관계에서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었다. 쉽게 고민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다는 점도 문제였는데, 상담 결과를 듣고 보니 기자는 그동안 힘들다는 고충을 말하는 것이 상대방에게 짐이 되는 행동이라 생각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는 결국 고민을 터놓고 이야기할 상대가 없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동안 특별히 신경 써 본적 없는 문제가 자존감을 저조하게 만들었다니, 기자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렇듯 약 30분 동안의 길지 않은 시간을 통해 기자는 본인의 문제를 돌아 볼 수 있었고, 답답했던 마음 한구석이 시원해졌다. 상담원은 앞으로 지속적인 상담을 권유하며 ‘자신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건냈다.

 

내가 보는 나, 남이 보는 나


 상담이 끝난 후 기자는 스스로에 대해 너무나도 몰랐다는 사실을 깨닫고, 타인이 바라보는 본인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오히려 타인들의 눈을 통해서 기자 본연의 모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이에 기자는 바로 ‘남이 바라보는 나’와 ‘내가 바라보는 나’를 비교하는 조사를 실시했다. 참고자료는 본교 김나영(교양학부) 교수의 ‘가치찾기’다. 이는 정해진 자료에서 제시된 단어를 기반으로(제시되지 않은 단어도 선택 가능) 기자와 어울린다고 생각되는 단어 3가지를 선택하고, 주변인에게 같은 질문을 해 단어 1가지를 고르도록 하는 방식이다. 기자는 우선 ‘△게으름 △의지부족 △남자다움’이라는 단어를 뽑았다. 일이나 과제를 미루는 습관 때문에 게으름을 골랐고, 어떤 일을 하는 중에도 제대로 집중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의지부족이라는 단어를 택했다. 게다가 평소 털털하고 무뚝뚝한 말투와 행동때문에 가장 어울리는 단어로 남자다움을 선택했다.

 

 그리고 친구들과 선배를 포함한 주변사람 30명에게 부탁해 위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들었다. 다른 사람의 눈에 비치는 ‘나’를 듣는 것은 생각보다 긴장됐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한명씩 물어보자 다양한답변들이 나왔다. △열정(5표) △바쁨(3표) △꿈(2표) △유쾌함(2표) △이외 18가지(1표)로 대부분 예상치 못했던 단어였다. 가장 자주 언급된 단어는 ‘열정’이었는데, 기자가 먼저 골랐던 ‘게으름’과는 완전히 상반되는 단어였다. 내가 바라보는 나와 타인이 보는 내가 전혀 달랐다. 기자의 생각과 달리 다수가 기자를 성실한 사람으로 봐주는 것 같아 감사했다. 가장 고마웠던 말은 △편안함 △배려 △든든함이라는 3가지 단어였다. 늘 해야 할 일만으로도 벅차서 남들에게 무심하다고 생각했던 기자를 향해 주변인들이 떠올린 단어들은 기자가 스스로를 새롭게 바라보도록 하며 자존감을 높여줬다.

 

 


 

자존감을 높이는 ‘진짜’ 방법? 나 자신을 알라!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자존감이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바로 아래 ‘자존감 높이는 방법’이라는 키워드가 가장 먼저 나온다. 이를 통해 꽤 많은 사람들이 자존감을 높이고 싶어 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높은 자존감은 자신감을 불러일으키고 이는 결국 자신의 삶에 대한 확신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면에 위치한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인터넷에서는 △자존감을 높여주는 명언 △자존감을 높여주는 노래 △자존감 관련 책 등이 자존감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주로 제시된다.

 

 기자는 과연 이 방안들이 자존감 향상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지 궁금했다. 이에 학생상담센터 김혜미 전임상담원을 찾아가 조언을 구하자 “책의 경우, 실제 학생이 책을 통해 자존감을 높이게 된 사례가 있었다”고 전했다. 덧붙여 “본질적으로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이해와 탐구가 필수적이다”며 “상담은 상대의 문제에 대한 정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고민하는 하나의 수단”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기자 역시 이 말에 공감한다. 자존감이란 결국 자신의 내면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본인 스스로의 노력이 없다면 자존감 향상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나를 자주 마주하는 타인과 많은 대화를 해나가는 일도 필요하다고 느꼈다. 의외로 타인에게서 내가 고민하던 문제의 해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덧붙이는 글

성인의 신분으로 걸음을 내딛기 시작한 대학생들에게 지금 환경은 혼란스러움 자체일 것이다. 하지만 결국 혼란을 끝낼 답안은 본인이 쥐고 있다. 그 해답을 위한 도움을 얻고자 한다면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통해 고민을 공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자존감은 다름 아닌 스스로에 대한 확신에서 온다는 점을 학생들이 꼭 기억하길 바란다. 안나리 기자│artanl@kg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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