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1일, 원강수 원주시장은 돌연 원주시 평원동에 위치 한 아카데미극장 철거를 선언했다. 원주시 측은 아카데미극장이 건물 안전진단 결과 D등급 판정을 받았고 시민의 안전 보장을 위해 해당 극장의 철거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시민들은 도무지 이를 납득할 수 없었다. 5억 원 남짓만 투자하면 충분히 보수가 가능한 상태였고 더군다나 민선 7기 집권 당시만 해도 극장 매입과 더불어 문화체육관광부의 ‘유휴공간 문화재생사업’에 선정돼 39억 원 상당의 국비와 도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원주시 시민들은 지난 2월, 지역 문화예술인을 필두로 아카데미의 친구들 범시민연대(이하 아친연대)를 결성했다. 그렇게 지난 8월부터 약 3개월간 아카데미극장 보존을 위한 아친연대의 격렬한 투쟁이 시작된 것이다. 아친연대 대표 변혜원 씨는 18일 동안 원주시청 현관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였으며 심지어 극장 철거 도중 공사 현장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다 경찰로 인계됐다. 하지만 원주시는 끝내 군중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지난 10월, 철거에 착수했다.
극장을 지키던 이들은 잔해만 남은 자리를 보며 아카데미극장의 60년 역사를 회고했다. 원주시 시민들에게 아카데미극장 철거 사태는 더 이상 추억의 존폐 문제가 아니었다. 민주주의가 철저히 훼손당한 해당 사건은 원주시 시민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앞서 소개한 원주시의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최근 문화예술을 향한 정부 차원의 규탄이 심각해지고 있는 것은 이미 자명한 사실이다. 올해 초 도서관 금서 전쟁을 기억하는가.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수많은 젠더 관련 도서들이 금서로 지정됐고 사서들은 공분했다. 더불어 지난 9월, 정부는 2024년도 예산안에서 지역 영화 지원 예산을 전면 삭제했다. 이를 보다 못한 전국영화제연합이 성명문을 발표했지만, 독립·지역 영화 제작자들은 끝내 구제받지 못했다.
정부는 2024년도 국정과제로 “일상이 풍요로워지는 보편적 문화복지 실현”을 제시한 바 있다. 명실상부 콘텐츠의 국가에서 문화 규탄은 역설적으로 다가온다. 문화는 민족의 초상이자 청사진이다. 문화가 곧 국가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지금, 정부는 편향된 정치의 논리에서 벗어나 문화예술계에 대한 탄압을 즉시 중단해야 할 것이다.
이수민 기자 Ι leesoomin22@kyongg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