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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현상과 함께 알아보는 2017 신조어 사전
  • 편집국
  • 등록 2017-05-08 15:20:58
  • 수정 2017-05-08 15: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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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 등장한 말, 숨겨진 단어의 의미
△최고치를 기록한 청년 실업률 △경제난으로 인한 황혼육아 증가 △지난 해 국정농단 사태까지 다양한 사회적 이슈들의 영향을받아 각종 신조어들이 생겨났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SNS내에서 활발히 쓰이고 있는 신조어들을 모아 정리해봤다.

 

#관태기

 

 관태기란 관계와 권태기의 합성어로 인맥을 관리하고 새로운 사람과 관계를 맺는 것에 권태를 느끼는 20대를 일컫는다. 관태기라는 신조어는 지난해 4월부터 그 모습을 드러냈다. 이는 해당 시기 전후의 20대들의 의식에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20대에게 ‘혼자’라는 것은 부정적인 의미로 다가왔다. 하지만 최근 20대 사이에는 △자발적 아웃사이더 △혼밥 △혼술과 같은 말이 생겨날 정도로 혼자 활동하는 일이 자연스럽게 여겨지고 있다. 인맥을 넓히고 사람을 만나는 일 등 타인과 함께하지 않더라도 문제없이 일상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순실증


 순실증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우울감이나 무기력감을 느끼는 증상을 의미한다.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에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수사가 진행되며 불거져 나오는 각종 의혹들은 국민들을 분노케 했다. 더군다나 사태가 장기화되자 분노는 극대화됐고 국민들은 허탈감까지 느꼈다. 특히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은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입시특혜 사실이 밝혀지면서 입시제도에 회의감을 느꼈다. 수험생들은 무력감에 빠져 박근혜 대통령의 말을 패러디해 ‘이러려고 공부했나 자괴감이 들고 괴롭다’, ‘열심히 공부해도 금수저는 이길 수 없다’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홈술족

 

 혼술족(혼자 술을 마시는 사람)에 이어 등장한 홈술족이라는 단어는 최근 부정청탁금지법 시행과 경기부진 등을 이유로 처음 등장했다. 이는 술집에 방문하는 대신에 집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사람을 일컫는다. 청탁금지법으로 인해 모임이 줄어든 직장인들이 집에서 음주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이러한 신조어가 생겨났다. 술자리에서 양주를 즐겨마시던 양주 애호가들이 대형마트에서 소용량 양주를 많이 찾는다는 사례는 홈술족이 증가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모디슈머

 

 모디슈머는 modify(수정하다, 바꾸다)와 consumer(소비자)의 합성어로, 제조업체에서 제시하는 방식이 아닌 자신이 개발한 방식으로 제품을 활용하는 소비자를 이른다. SNS에서 유행했던 마크정식, 짜파구리 등 편의점 음식들을 조합한 레시피를 만든 사람도 모디슈머라고 칭한다. 그 외 화장품과 의류에서도 모디슈머의 영향력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뷰티 △식음료 △패션 등의 유통업계에서 입맛대로 제품을 조합하는 것을 즐기는 소비자를 겨냥해 다양한 커스터마이징1) 제품을 출시했다. 그 예시로 △2가지 기능의 에센스를 섞어쓰는 앰플 △색을 섞어 사용할 수 있는 립 팔렛트 △모디슈머 레시피인 짜파구리에서 영감을 얻은 볶음너구리라면 등이 있다.

 

#할빠할마 #리터루족

 

 할마는 할머니와 엄마, 할빠는 할아버지와 아빠를 조합한 것이다.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손주를 보는 ‘황혼육아’가 늘면서 나온 말이다. 할빠·할마의 보살핌을 받는 아이들은 대체로 정서가 안정되고 신체 발달도 좋은 편이다. 하지만 할빠·할마들은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혀 육아 스트레스를 겪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할빠할마와 함께 뗄 수 없는 단어로 리터루족이 있다. 이는 ‘돌아오다’라는 뜻의 영어 ‘리턴(return)’과 부모 품을 벗어나지 못하는 성인인 ‘캥거루족’을 합친 신조어로 자녀양육 문제나 부담스러운 집값 때문에 부모 집에 다시 들어가는 성인을 의미한다. 할빠할마와 리터루족 모두 어려운 경제 여건으로 인해 성인이 돼서도 부모에게 의존하는 사람이 증가하며 나타났다.

 

#호모인턴스 #오스트랄로스펙쿠스

 

 취업에 요구되는 스펙이 다양해지면서 취업 또한 어려워지고 있다. 과거엔 △학벌 △학점 △토익점수를 취업에 필요한 3종세트로 꼽았지만 지금은 여기에 자격증과 어학연수가 추가돼 취업 5종세트로 업그레이드 됐다. 심지어 취업을 하기 위해 공모전 입상과 인턴경험뿐 아니라 봉사활동, 성형수술까지 해야 한다는 취업 9종세트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이에 따라 생겨난 말이 있다. 일정 토익 점수와 학점만으로도 취업이 어렵지 않았던 과거의 세대를 원시인류의 진화 단계에 빗대 오스트랄로스펙쿠스라고 한다. 반면 각종 스펙을 쌓고도 정규직 채용이 되지 않아 인턴만을 반복하는 현대의 취업 세대는 호모인턴스라 불린다.

 

#금턴 #티슈 인턴 #부장인턴

 

 실무 능력을 기를 수 있는 기업체 인턴 경험은 현재 청년 취업계의 필수 스펙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에 따라 인턴과 관련된 신조어들이 쏟아져 나오는 추세다. 금(金)턴이라는 신조어는 정규직 전환이 약속돼 있는 금수저 인턴이나 전환율이 높은 인턴 자리를 의미한다. 반대로 정규직 전환으로 알고 인턴을 시작했지만, 정직원으로 채용되지 못하는 경우를 가리켜 ‘티슈처럼 쓰고 버려진다’는 의미로 티슈 인턴이라고 부른다. 한편 부장인턴은 정규직 채용에 거듭 실패하고 인턴만 전전하는 취업준비생을 이르고 있다. 여러 업체의 인턴직을 전전하며 회사의 부장만큼이나 경험이 풍부해지는 현상을 자조하는 것이다. 이는 모두 청년실업이 빈번한 현대 청년 세대의 슬픈 현실을 투영하고 있다.

 

#자소서포비아 #서류가즘

 

 서류가즘과 자소서포비아는 극심한 취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청년들이 만들어낸 신조어다. 서류가즘은 인턴 채용과정에서 계속해서 탈락하다 마침내 서류 전형에서 합격하면 그 기쁨이 마치 오르가즘처럼 최고조에 달한다는 뜻이다.

 

 지난 해 취업 시즌부터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는 자소서포비아는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에 공포증을 겪는 청년들을 일컫는 말이다. 자기소개서는 문답형식에서 현재 자신에 대해 이야기로 설명하는 방식까지 점점 복잡하게 변화했다. 게다가 기존의 △학력 △학점 △외국어 능력 등을 기반으로 한 양적인 스펙의 비중이 줄어드는 추세다. 반면 지원한 직무와 연관이 있는 인턴경험 혹은 직무 이해도를 보여줄 수 있는 자기소개서의 질적 평가의 비중이 더욱 커졌다. 그렇다보니 청년들은 자기소개서에 더 많은 신경을 쏟으며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이다.

 

황지혜 기자│wl5454@kgu.ac.kr

 

 

덧붙이는 글

지금까지 흥미로운 2017 신조어들을 살펴봤다. 사전 속 단어들은 옛날과는 다른 새로운 사회 분위기로 인해 생겨났다. 또한 위에서 등장한 신조어들은 SNS 속에서 자주 언급되고 있다. 2017 신조어 사전을 읽으면서 새로 알게된 말들을 당신의 SNS에서도 이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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