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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2K 패션’, 엄마옷을 힙하게 입자!
  • 편집국
  • 등록 2023-10-03 20: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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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희(교양학부) 교수

 요즘 대학가에서는 1990년대 후반의 젊은이들의 패션을 그대로 재현한 듯한 룩(Y2K 패션)을 많이 볼 수 있다. 세기말 패션이라고 불리는 ‘Y2K 패션’이 20년이 지나 다시 유행 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Y2K는 Year의 Y와 1000을 뜻하는 Kilo에서 K를 따서 만들어진 합성어로 2000년대를 일컫는 말이다. 작년부터 명품 브랜드의 패션쇼를 시작해 세계적인 셀럽과 K-pop 아이돌들의 패션이 마치 20년전 20대들의 옷장에서 꺼내온 아이템들로 코디네이션 한 듯한 스타일을 선보이고 있다. 2000년대 전후의 패션을 이끌었던 X세대들은 세기말의 혼돈 속에서 유교적 사상을 탈피하고 기성세대에게 반기를 들었던 세대이기도 하다. 배꼽티, 마이크로미니, 찢어진 청바지, 큰 신발, 과감한 악세서리와 메이크업, 유니섹스 스타일 등 당시 그들의 패션은 MBC 9시 뉴스에서도 사회문제로 기사화 될 정도로 과감하고 혁신적이었다. 이러한 X세대들의 패션은 현재 그들의 자녀 세대인 Z세대들의 워너비로 떠오르며 SNS의 해시태그(#Y2Kfashion)를 장악하고 있다.

 

 많은 패션잡지에서도 역시 주요 패션 키워드로 ‘Y2K’를 꼽으며 기사를 싣고 있다. 크롭티(배꼽이 보이는 짧은 상의), 로우라이즈(골반이 드러날 정도로 내려 입은 하의), 부츠컷(발목 부문에서 넓게 퍼지는 통 넓은 바지), 상·하의 색을 통일한 벨벳 원단의 셋업 운동복 등이 대표적 Y2K 스타일이다. 원색, 형광색 등 발랄한 색상과 세기말적인 화려하고 과장된 표현이 특징이다. 유행의 주기는 돌고 도는 습성이 있으며 이전 것을 받아들일 때는 현재의 것과 융합되어 새로운 유행 스타일로 정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Y2K패션의 경우 요즘스러운 그런지 스타일로 재해석 된 부분도 있지만 많은 아이템이 당시의 느낌 그대로 유행하고 있다는 것이 독특한 점이다.

 

 지나간 한 시대의 패션 문화가 현재의 패션으로 큰 변화없이 받아들여져 붐을 일으키는 경우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현상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2000년경 패션이 다시 주목 받고 있는 이유를 몇가지 생각해 보자.

 

 먼저, 유행은 20년 주기로 반복된다는 설과 함께 당시 패션을 모르는 Z세대에게 Y2K 패션이 신선해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몇년간 Z세대에게 꾸준히 인기를 끈 레트로(retro)와 빈티지(vintage) 문화가 Y2K 패션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고도 볼 수 있다. 자기중심적 소비와 나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새 옷 같은 느낌이 아니라 낡은 듯 멋진 느낌을 주는 빈티지 패션은 특별한 내 스타일을 만들 수 있는 패션 키워드이다. 어찌보면 Y2K패션은 기성세대에게는 한물간 패션이지만, 엄마의 옷장에서 꺼낸 옷들을 빈티지하게 연출하는 Z세대들에게는 ‘힙함’ 그 자체일 것이다. 

 

 사회 현상 측면에서 보았을 때 Y2K 패션은 젊은 세대가 가진 불안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팬더믹과 전쟁, 인플레이션의 우려 등으로 지금의 사회는 20년전 종말론을 걱정했던 세기말과 같이 불안정하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불안을 떨치기 위해서 밝고 화려하고 눈에 띄는 것들을 추구하며 현실을 잊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오랜시간 미니멀리즘의 유행속에서 세련되고 정제된 것들을 보고 자란 Z세대들에게 2000년대의 복식이나 소품들은 촌스럽고 낯설지만 새로움을 선사한다.


 부모 세대가 좋아했던 패션을 자녀 세대에서 다시 즐기는, 세대를 뛰어넘어 함께 패션 감성을 공감하는 멋진 일이 일어나고 있다. 단순한 유행스타일을 넘어 세대간의 소통의 메신저를 감당하고 있는 Y2K 패션, 더욱 새롭게 나답게 힙하게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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